[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⑦ “테라 지키자”…4조 원 굴린 루나파운데이션가드

입력 2022.06.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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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테라·루나 사태, 전세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은 사건입니다.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첫 수사 대상으로도 삼았습니다. 그런데 루나가 무엇인지, 왜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인지 알기 쉽지 않습니다. KBS는 이 암호 같은 ‘테라·루나’를 A부터 Z까지 찬찬히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지난달 7일(미국시간 기준) 시작된 테라의 연쇄 디페깅(depegging)이 루나 폭락의 서막을 열었다는 이야기, 전편 기사를 통해 전해드렸죠. 테라 가치가 하락을 거듭하면서 테라를 루나로 교환하는 움직임이 커지자 통화량이 급증한 루나 가격이 폭락한 건데요.

이 사태에서 알 수 있듯, 테라와 루나 가격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테라의 흔들림 없는 ‘페깅(pegging)’이 전제돼야 합니다. 테라의 발행사 테라폼랩스는 이 때문에 테라의 ‘페깅’을 유지하는 데 전력을 쏟았는데요. 그 일환이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 설립이었습니다.

■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테라·루나 지킴이

루나파운데이션가드의 출범을 이야기하려면, 다시 앵커 프로토콜을 언급해야 합니다. 테라를 예치하는 것만으로도 연이자 20%를 고정적으로 지급해주는 앵커 프로토콜 덕에 테라 예치액은 한때 130억 달러, 우리 돈 16조 원대까지 늘었습니다.

테라폼랩스는 고민에 빠집니다. 테라 예치액이 갑작스럽게 대량 인출될 경우, 맞교환될 루나가 한꺼번에 시장에 풀려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테라-루나 알고리즘만으로는 가격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생겨난 것이죠.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 등은 그 대안으로 올해 초 비영리재단 루나파운데이션가드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일종의 비상금을 보관했습니다. 테라의 ‘페깅’이 무너지면 쏟아져 나올 루나를 이 비상금으로 사들여 유동성을 흡수하겠다는 발상입니다.

쉬운 예를 들어볼까요? 어느 해에 유독 기상 조건이 좋아 쌀이 평년보다 지나치게 많이 생산된다면 당연히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때 정부는 쌀 공공매입에 나섭니다.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사들여 쌀값을 지지해주는 것이죠.

루나파운데이션가드는 바로 이런 공공매입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권 대표 등은 이 재단에 많게는 33억 달러, 우리 돈으로 4조 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적립해뒀습니다.

■ LFG, 비트코인 팔아 테라 방어 시도

이 돈, 테라와 루나 가격 붕괴 저지를 위해 사용됐을까요? 실제로 33억 달러 가운데 8억 달러가량이 루나를 사들이는 데 쓰였습니다. 테라와 루나 가격 유지를 위해 이 재원을 과감하게 사용하면서 테라 가격 붕괴를 막으려 애를 썼지만, 실패로 끝났습니다.

일부 가상화폐 전문가는 바로 이 점을 들며 권 대표가 자기 이익을 챙기기 위해 투자자를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투자자를 속이려 했다면 굳이 그 많은 돈을 들여 테라 가격 유지에 힘 쓸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죠.

■ 4년 만의 폭풍 성장…여전히 남은 의혹

물론 그렇다고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에 대한 모든 의혹이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당초 루나파운데이션에 적립된 33억 달러의 비트코인을 어디서 끌어온 것인지 그 출처가 아직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또, 루나파운데이션가드에서 일했던 직원이 회삿돈을 횡령한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각 거래소에 관련 법인 자금을 인출하지 못하도록 동결 조치를 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경찰은 권도형 대표와의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 중이라고 선을 그었는데요.

KBS가 접촉한 테라폼랩스의 전직 개발자는 가상화폐 특성상 법인 돈과 개인 돈의 구분이 사실상 없고 익명으로 거래되는 만큼 횡령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테라폼랩스가 굴린 자금 규모는 드러난 것만 해도 이미 천문학적 수준에 달합니다. 젊은 한국인 개발자를 필두로 시작한 소규모 벤처기업이 짧은 시간에 사업을 키운 데는 숨은 조력자의 힘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다음 편에서는 KBS가 테라폼랩스의 사업 파트너였던 미국의 대형 헤지 펀드사와 접촉해 취재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 테라·루나 용어 해설

☞ 디파이(defi) : 탈중앙화 금융. 정부나 기업 등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 블록체인 기술로 가동되는 금융 서비스.
☞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 : 테라의 디파이 서비스. 테라를 예금하면 연리 20%를 주고, 다른 가상화폐를 담보삼아 테라를 대출해주기도 함.
☞ 페깅(pegging) : 통화나 상품의 가치를 안정적인 자산에 고정하는 것. 테라의 UST는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됨. 1 UST가 1달러 가치에서 벗어난 상태는 ‘디페깅’이라고 함.
☞ 스테이킹(staking) :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상화폐를 특정 플랫폼에 넣고, 플랫폼 운영에 참여하는 행위. 테라의 경우, 자매 가상화폐인 루나로 앵커 프로토콜에 참여하는 걸 말함.

[연관기사]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① 테라에 1억 투자…대체 뭘 믿고?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77392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② “1억이 1,000원으로”…테라·루나가 어쩌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78305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③ 투자 유도해놓고…뚜껑 여니 ‘파산 직전’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78565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④ -99% 기록적 폭락, 사건의 전말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78801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⑤ “무서워서 증언 못한다”…권도형은 누구길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79471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⑥ “한 몸이었던 두 회사”…테라 어떻게 운영됐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8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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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⑦ “테라 지키자”…4조 원 굴린 루나파운데이션가드
    • 입력 2022-06-09 07:00:16
    취재K
<strong>테라·루나 사태, 전세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은 사건입니다.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첫 수사 대상으로도 삼았습니다. 그런데 루나가 무엇인지, 왜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인지 알기 쉽지 않습니다. KBS는 이 암호 같은 ‘테라·루나’를 A부터 Z까지 찬찬히 풀어보기로 했습니다.</strong><br />

지난달 7일(미국시간 기준) 시작된 테라의 연쇄 디페깅(depegging)이 루나 폭락의 서막을 열었다는 이야기, 전편 기사를 통해 전해드렸죠. 테라 가치가 하락을 거듭하면서 테라를 루나로 교환하는 움직임이 커지자 통화량이 급증한 루나 가격이 폭락한 건데요.

이 사태에서 알 수 있듯, 테라와 루나 가격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테라의 흔들림 없는 ‘페깅(pegging)’이 전제돼야 합니다. 테라의 발행사 테라폼랩스는 이 때문에 테라의 ‘페깅’을 유지하는 데 전력을 쏟았는데요. 그 일환이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 설립이었습니다.

■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테라·루나 지킴이

루나파운데이션가드의 출범을 이야기하려면, 다시 앵커 프로토콜을 언급해야 합니다. 테라를 예치하는 것만으로도 연이자 20%를 고정적으로 지급해주는 앵커 프로토콜 덕에 테라 예치액은 한때 130억 달러, 우리 돈 16조 원대까지 늘었습니다.

테라폼랩스는 고민에 빠집니다. 테라 예치액이 갑작스럽게 대량 인출될 경우, 맞교환될 루나가 한꺼번에 시장에 풀려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테라-루나 알고리즘만으로는 가격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생겨난 것이죠.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 등은 그 대안으로 올해 초 비영리재단 루나파운데이션가드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일종의 비상금을 보관했습니다. 테라의 ‘페깅’이 무너지면 쏟아져 나올 루나를 이 비상금으로 사들여 유동성을 흡수하겠다는 발상입니다.

쉬운 예를 들어볼까요? 어느 해에 유독 기상 조건이 좋아 쌀이 평년보다 지나치게 많이 생산된다면 당연히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때 정부는 쌀 공공매입에 나섭니다.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사들여 쌀값을 지지해주는 것이죠.

루나파운데이션가드는 바로 이런 공공매입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권 대표 등은 이 재단에 많게는 33억 달러, 우리 돈으로 4조 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적립해뒀습니다.

■ LFG, 비트코인 팔아 테라 방어 시도

이 돈, 테라와 루나 가격 붕괴 저지를 위해 사용됐을까요? 실제로 33억 달러 가운데 8억 달러가량이 루나를 사들이는 데 쓰였습니다. 테라와 루나 가격 유지를 위해 이 재원을 과감하게 사용하면서 테라 가격 붕괴를 막으려 애를 썼지만, 실패로 끝났습니다.

일부 가상화폐 전문가는 바로 이 점을 들며 권 대표가 자기 이익을 챙기기 위해 투자자를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투자자를 속이려 했다면 굳이 그 많은 돈을 들여 테라 가격 유지에 힘 쓸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죠.

■ 4년 만의 폭풍 성장…여전히 남은 의혹

물론 그렇다고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에 대한 모든 의혹이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당초 루나파운데이션에 적립된 33억 달러의 비트코인을 어디서 끌어온 것인지 그 출처가 아직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또, 루나파운데이션가드에서 일했던 직원이 회삿돈을 횡령한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각 거래소에 관련 법인 자금을 인출하지 못하도록 동결 조치를 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경찰은 권도형 대표와의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 중이라고 선을 그었는데요.

KBS가 접촉한 테라폼랩스의 전직 개발자는 가상화폐 특성상 법인 돈과 개인 돈의 구분이 사실상 없고 익명으로 거래되는 만큼 횡령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테라폼랩스가 굴린 자금 규모는 드러난 것만 해도 이미 천문학적 수준에 달합니다. 젊은 한국인 개발자를 필두로 시작한 소규모 벤처기업이 짧은 시간에 사업을 키운 데는 숨은 조력자의 힘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다음 편에서는 KBS가 테라폼랩스의 사업 파트너였던 미국의 대형 헤지 펀드사와 접촉해 취재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 테라·루나 용어 해설

☞ 디파이(defi) : 탈중앙화 금융. 정부나 기업 등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 블록체인 기술로 가동되는 금융 서비스.
☞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 : 테라의 디파이 서비스. 테라를 예금하면 연리 20%를 주고, 다른 가상화폐를 담보삼아 테라를 대출해주기도 함.
☞ 페깅(pegging) : 통화나 상품의 가치를 안정적인 자산에 고정하는 것. 테라의 UST는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됨. 1 UST가 1달러 가치에서 벗어난 상태는 ‘디페깅’이라고 함.
☞ 스테이킹(staking) :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상화폐를 특정 플랫폼에 넣고, 플랫폼 운영에 참여하는 행위. 테라의 경우, 자매 가상화폐인 루나로 앵커 프로토콜에 참여하는 걸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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