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에 밀려

입력 2004.09.20 (22:13)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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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재래시장 불황이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닙니다마는 올 추석 대목에는 그 어느 때보다 썰렁합니다.
생존의 벼랑으로 몰리고 있는 재래시장 회생방안, KBS 9시뉴스 연속기획으로 짚어봅니다.
첫 순서로 2004년 재래시장의 모습, 김원장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형 할인점 신축을 놓고 재래시장 상인들의 시위가 한창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재래시장이 영업을 하던 곳에서 불과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대기업의 할인점이 들어서기 때문입니다.
대형 할인점 한 곳의 하루 매출은 5억에서 10억 정도.
주변 재래시장 10여 곳의 하루 매출과 맞먹습니다.
당연히 할인점의 등장은 곧 재래시장의 퇴출을 의미합니다.
⊙정덕교(시장 상인): 지금 실업자도 많은데 이 시장 상인들이 실업자가 된다고 생각을 한번 해 보세요.
먹고 살 수 있는 사람 없어요.
⊙기자: 하지만 재래시장의 위기는 비단 할인점 때문만은 아닙니다.
20년이 넘은 서울의 또 다른 재래시장.
빛바랜 백열등만큼 시설도 노후됐습니다.
냉난방도 되지 않는 건물 내부는 한여름에는 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갑니다.
최근 몇 년 새 손님이 크게 줄면서 군데군데 빈 상점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이수채(시장 상인): 누가 올 사람이 없으니까 4000만원 놓고 그냥 나갔어요, 장사가 안 되니까, 2년째 됐어요.
⊙기자: 시설만큼이나 상인들의 연령도 높아져 상인 절반 이상이 50대입니다.
실제 전국의 재래시장 상인의 평균 연령은 44살.
이러다 보니 젊은 고객은 갈수록 만나기 어렵습니다.
취재진이 시장 고객 30명의 나이를 물었더니 50대 이상이 70%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들 고객들도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신표섭(시장 상인): 옛날에는 사람이 들어오면 대화라도 나눌 수 있잖아요, 그런데 사람이 안 들어오니까, 재래시장이라.
그러니까 살려주세요.
⊙기자: 도심 한복판의 유명 시장들도 위기를 피해 가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불과 한복으로 8, 90년대 최고의 호황을 누리던 동대문 광장시장.
하지만 생활양식이 바뀌면서 한복이나 두터운 이불을 찾는 소비자는 크게 줄었습니다.
불과 몇 해 전까지 2, 3억원까지 권리금을 받던 상가는 지금은 곳곳이 비었습니다.
한산한 분위기를 막기 위해 빈 점포에는 옆 점포 물건이 채워져 있습니다.
⊙최광원(시장 상인): 잘 될 때는 골목이 막힐 정도로 짜증이 날 정도로 많았지만 지금은 준비 땅 하면 자기 힘껏 뛸 정도로 손님이 없어요.
⊙기자: 현재 전국 19만여 개 재래시장 점포 중 이처럼 빈 채로 남은 공점포는 17%...
이처럼 거래품목은 외면당하고 대형 할인점의 공세는 거세지면서 5년 전 1500여 개였던 전국의 재래시장은 지금은 1100여 개로 줄었습니다.
매출도 지난 5년간 연평균 8%씩 떨어져 지난해에는 결국 13조원까지 줄었습니다.
대형 할인점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변명식(장안대 유통경영학과 교수): 재래시장에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 살거리가 옛날에는 시장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통신판매라든지 인터넷이라든지 이런 기타 신유통에 의해서 분산되다 보니까...
⊙기자: 정부는 이미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지난 3년간 3300억원을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 추세로 가면 5년 뒤 재래시장의 매출은 30% 이상 더 떨어져 수익성을 갖춘 재래시장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KBS뉴스 김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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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인점에 밀려
    • 입력 2004-09-20 21:14:18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재래시장 불황이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닙니다마는 올 추석 대목에는 그 어느 때보다 썰렁합니다. 생존의 벼랑으로 몰리고 있는 재래시장 회생방안, KBS 9시뉴스 연속기획으로 짚어봅니다. 첫 순서로 2004년 재래시장의 모습, 김원장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형 할인점 신축을 놓고 재래시장 상인들의 시위가 한창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재래시장이 영업을 하던 곳에서 불과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대기업의 할인점이 들어서기 때문입니다. 대형 할인점 한 곳의 하루 매출은 5억에서 10억 정도. 주변 재래시장 10여 곳의 하루 매출과 맞먹습니다. 당연히 할인점의 등장은 곧 재래시장의 퇴출을 의미합니다. ⊙정덕교(시장 상인): 지금 실업자도 많은데 이 시장 상인들이 실업자가 된다고 생각을 한번 해 보세요. 먹고 살 수 있는 사람 없어요. ⊙기자: 하지만 재래시장의 위기는 비단 할인점 때문만은 아닙니다. 20년이 넘은 서울의 또 다른 재래시장. 빛바랜 백열등만큼 시설도 노후됐습니다. 냉난방도 되지 않는 건물 내부는 한여름에는 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갑니다. 최근 몇 년 새 손님이 크게 줄면서 군데군데 빈 상점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이수채(시장 상인): 누가 올 사람이 없으니까 4000만원 놓고 그냥 나갔어요, 장사가 안 되니까, 2년째 됐어요. ⊙기자: 시설만큼이나 상인들의 연령도 높아져 상인 절반 이상이 50대입니다. 실제 전국의 재래시장 상인의 평균 연령은 44살. 이러다 보니 젊은 고객은 갈수록 만나기 어렵습니다. 취재진이 시장 고객 30명의 나이를 물었더니 50대 이상이 70%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들 고객들도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신표섭(시장 상인): 옛날에는 사람이 들어오면 대화라도 나눌 수 있잖아요, 그런데 사람이 안 들어오니까, 재래시장이라. 그러니까 살려주세요. ⊙기자: 도심 한복판의 유명 시장들도 위기를 피해 가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불과 한복으로 8, 90년대 최고의 호황을 누리던 동대문 광장시장. 하지만 생활양식이 바뀌면서 한복이나 두터운 이불을 찾는 소비자는 크게 줄었습니다. 불과 몇 해 전까지 2, 3억원까지 권리금을 받던 상가는 지금은 곳곳이 비었습니다. 한산한 분위기를 막기 위해 빈 점포에는 옆 점포 물건이 채워져 있습니다. ⊙최광원(시장 상인): 잘 될 때는 골목이 막힐 정도로 짜증이 날 정도로 많았지만 지금은 준비 땅 하면 자기 힘껏 뛸 정도로 손님이 없어요. ⊙기자: 현재 전국 19만여 개 재래시장 점포 중 이처럼 빈 채로 남은 공점포는 17%... 이처럼 거래품목은 외면당하고 대형 할인점의 공세는 거세지면서 5년 전 1500여 개였던 전국의 재래시장은 지금은 1100여 개로 줄었습니다. 매출도 지난 5년간 연평균 8%씩 떨어져 지난해에는 결국 13조원까지 줄었습니다. 대형 할인점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변명식(장안대 유통경영학과 교수): 재래시장에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 살거리가 옛날에는 시장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통신판매라든지 인터넷이라든지 이런 기타 신유통에 의해서 분산되다 보니까... ⊙기자: 정부는 이미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지난 3년간 3300억원을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 추세로 가면 5년 뒤 재래시장의 매출은 30% 이상 더 떨어져 수익성을 갖춘 재래시장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KBS뉴스 김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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