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고양이 TNR(중성화)은 근본 해결책 아냐…외부방출 필요”

입력 2023.03.0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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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KBS제주 뉴스9 갈무리지난달 21일 KBS제주 뉴스9 갈무리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인 마라도에 사람이 거주한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마라도는 본래 무인도로, 마을이 만들어진 유래에 대한 문헌이나 기록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마라도에 사람이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1883년경으로 추정되며, 당시 모슬포에 거주하던 일부 농민들이 마라도에 화전(火田)을 통해 농지를 만들며 정착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무인도 터줏대감' 바닷새, 인간 출현에 해안절벽 내몰린 듯"

섬 전체가 숲으로 덮여 있던 마라도는 바닷새들의 천국이었습니다. 야생조류 전문가들은 뿔쇠오리와 같은 바닷새들이 본래 마라도 전체에 살고 있었지만, 사람들이 섬에 들어가 개간하면서 점차 사람과 외래 생물의 손길이 닿지 않는 해안절벽까지 내몰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뿔쇠오리 습성을 보면 이들은 숲 바닥에 있는 돌 틈 사이에 알을 낳고 번식하는데, 인간의 개발로 인해 서식지를 잃은 것입니다.

지난해 마라도에서 관찰된 천연기념물 뿔쇠오리의 알 껍데기. 부화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 제공지난해 마라도에서 관찰된 천연기념물 뿔쇠오리의 알 껍데기. 부화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 제공

마라도 내 뿔쇠오리의 번식지가 처음 확인된 것도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습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마라도에서 뿔쇠오리 번식지가 처음으로 연구진에 의해 확인된 건 2010년입니다. 지역 야생조류 전문가들이 마라도에서 현장 조사를 하다가 뿔쇠오리 사체를 발견하면서 이를 토대로 꾸준히 추적해보니, 마라도가 '뿔쇠오리 번식지'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입니다.

번식지 확인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야생동물학 전공)는 "뿔쇠오리의 경우, 다른 종과는 달리 매우 특이하게 바닷가 생활에 적응한 사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뿔쇠오리는 2~3월쯤 마라도 등 우리나라에 와서 5월 초가 되면 떠나는 철새입니다. 머무는 시기가 아주 짧고,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곧장 바다로 뛰어듭니다. 또 매와 같은 맹금류의 공격에 취약하므로 낮에는 밖에서 활동하다가 해가 지면 둥지로 돌아오는 습성이 있습니다.

최 교수는 "맹금류를 피해 야간에만 돌아오는 특성에다가 육상 번식지를 잃으며 해안 절벽에서만 일부 개체가 살아남았다"면서 "마라도에 사람이 거주한 지 100년이 넘고 연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와도 그간 뿔쇠오리와 같은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1일 KBS제주 뉴스9 갈무리지난달 21일 KBS제주 뉴스9 갈무리

■ 사람이 데려온 고양이, 뿔쇠오리 '위기'…"개체 수 조절 필요"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그간 마라도 고양이를 섬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연구 결과를 통해 주장해왔습니다.

서울대 산림과학부 이우신·최창용·김유진 연구팀은 2018년 3월부터 7월 사이, 마라도에서 뿔쇠오리가 번식하는 시기에 긴급 실태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마라도가 뿔쇠오리 번식지라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 꾸준히 모니터링을 한 결과, 폐사체로 발견된 뿔쇠오리 상당수가 쥐나 고양이의 공격으로 피해를 본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마라도 고양이'는 최근 10여 년 새, 일부 주민들이 쥐를 잡아들이기 위해 섬으로 데리고 들어온 동물입니다.

당시 서울대 산림과학부 석사과정을 밟고 있던 연구진 중 1명은 이렇게 진행한 현장조사와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마라도의 뿔쇠오리 개체군 보전을 위한 고양이의 서식 현황과 행동권 및 생존능력분석>이라는 제목의 석사 논문을 2019년에 냈습니다. 이 논문은 이듬해 한국환경생태학회지에도 게재됐습니다. 이번 마라도 고양이 포획 조치의 근거가 된 연구 자료이기도 합니다.


연구진은 사람을 통해 유입된 고양이가 섬에서 번식하며, 개체 수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고양이를 직접 잡았다가 풀어주는 방식으로 고양이 개체 수를, 뿔쇠오리가 포식당한 흔적(사체나 털 뭉치) 등을 수거해 얼마나 피해를 당하였는지를 각각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2018년 기준 마라도에는 총 40마리의 고양이(성체 20마리, 새끼 20마리)가 서식하고, 뿔쇠오리 24마리가 고양이에게 잡아먹힌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고양이 성체 한 마리가 뿔쇠오리를 1.2마리꼴로 포식한 것입니다.

2023년 3월 현재 그 수는 더 늘어나, 마라도에는 집고양이와 길고양이를 모두 포함해 10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관계 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 "중성화, 근본적 해결책 아냐…외부방출 등 개체 관리 필요"

연구진은 마라도에 서식하는 고양이의 경우 새끼의 폐사율이 낮은 점으로 미뤄, 고양이의 높은 번식률을 고려하면 개체군이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뿔쇠오리 번식지 인근 절벽에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고양이가 반복적으로 촬영돼, 마라도 고양이가 뿔쇠오리 번식지에 접근하는 것도 확인했다고 기록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연구진이 내린 결론은 "마라도 뿔쇠오리 개체 수 보전을 위해서는 고양이 개체군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지금처럼 고양이에 의한 포식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개체군 관리를 하지 않을 경우, 고양이 최대수용능력이 80마리 이상일 때 20년 후 뿔쇠오리는 마라도에서 절멸할 것"이라며 "고양이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포식자인 고양이를 제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고양이 중성화 후 방생(TNR, Trap-Neuter-Return)이 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짚었습니다. 중성화 수술을 받은 고양이 역시 늙어 죽을 때까지 섬에 서식하고, 여전히 중성화 수술을 받지 않은 개체는 번식한다는 것입니다.

또, 중성화 수술로 인해 사냥 본능 등 야생성이 감소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도 지적됩니다. 최 교수는 "TNR은 고양이 개체 수 증가의 속도를 늦추는 방법이지, 개체 수를 줄이는 방법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 "쥐·까치·매에 의한 피해도 있는데, 왜 고양이 탓만?"

마라도에 잠시 머무는 동안 뿔쇠오리의 천적은 다양한데, 왜 유독 '고양이'만 겨냥하며 모든 책임을 돌리느냐는 동물보호단체의 항변도 있습니다.

지난달 24일 마라도에서 발견된 뿔쇠오리 폐사체. 조류 전문가들은 날개와 가슴뼈 정도만 남은 점과 발견된 장소 등을 볼 때, 매와 같은 맹금류가 아닌 고양이의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 제공지난달 24일 마라도에서 발견된 뿔쇠오리 폐사체. 조류 전문가들은 날개와 가슴뼈 정도만 남은 점과 발견된 장소 등을 볼 때, 매와 같은 맹금류가 아닌 고양이의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 제공

당시 연구를 진행한 최창용 교수는 "쥐와 고양이, 까치 등에 의한 뿔쇠오리 피해도 발생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고양이에 의한 피해가 훨씬 크기 때문에 외부로 반출하는 등의 개체 수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쥐를 잡기 위해선 고양이를 풀기보다는 쥐약, 쥐덫 등을 이용해 포획하고 통제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봤습니다.

마라도에는 고양이 먹이가 충분한 데다 쥐는 덩치가 커서 오히려 고양이를 역으로 공격하기도 해 고양이로서는 쥐를 굳이 잡을 필요를 못 느낀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쥐를 잡는 편보다는 지쳐 쓰러져 있는 새를 잡는 것이 고양이에게 더 안전하고, 재미있는 놀이가 된다고 습성을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마라도 사례 외에도, 국내 도서 지역 바닷새 서식지에서 외래종 침입과 같은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 교수는 "중요한 것은 마라도라는 천연보호구역의 존재 이유"라면서 "마라도는 뿔쇠오리라는 하나의 종만 지나가는 것이 아니다. 200여 종에 가까운 생물 종이 드나드는 생태계가 있는데, 외부에서 들어온 고양이라는 종이 교란을 일으킨다는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자연성을 보존하기 위해 천연보호구역으로 설정했다면, 이를 지키기 위한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에 의해 섬으로 들어왔다가, 사람에 의해 다시 섬 밖으로 나가는 '마라도 고양이'. 이번 마라도 사례가 다른 도서 지역 생태계의 외래종 침입 문제 대응과 관련해 어떤 선례로 남을 지도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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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마라도 밖으로…떠나는 길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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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라도 고양이 TNR(중성화)은 근본 해결책 아냐…외부방출 필요”
    • 입력 2023-03-03 07: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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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KBS제주 뉴스9 갈무리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인 마라도에 사람이 거주한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마라도는 본래 무인도로, 마을이 만들어진 유래에 대한 문헌이나 기록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마라도에 사람이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1883년경으로 추정되며, 당시 모슬포에 거주하던 일부 농민들이 마라도에 화전(火田)을 통해 농지를 만들며 정착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무인도 터줏대감' 바닷새, 인간 출현에 해안절벽 내몰린 듯"

섬 전체가 숲으로 덮여 있던 마라도는 바닷새들의 천국이었습니다. 야생조류 전문가들은 뿔쇠오리와 같은 바닷새들이 본래 마라도 전체에 살고 있었지만, 사람들이 섬에 들어가 개간하면서 점차 사람과 외래 생물의 손길이 닿지 않는 해안절벽까지 내몰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뿔쇠오리 습성을 보면 이들은 숲 바닥에 있는 돌 틈 사이에 알을 낳고 번식하는데, 인간의 개발로 인해 서식지를 잃은 것입니다.

지난해 마라도에서 관찰된 천연기념물 뿔쇠오리의 알 껍데기. 부화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 제공
마라도 내 뿔쇠오리의 번식지가 처음 확인된 것도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습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마라도에서 뿔쇠오리 번식지가 처음으로 연구진에 의해 확인된 건 2010년입니다. 지역 야생조류 전문가들이 마라도에서 현장 조사를 하다가 뿔쇠오리 사체를 발견하면서 이를 토대로 꾸준히 추적해보니, 마라도가 '뿔쇠오리 번식지'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입니다.

번식지 확인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야생동물학 전공)는 "뿔쇠오리의 경우, 다른 종과는 달리 매우 특이하게 바닷가 생활에 적응한 사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뿔쇠오리는 2~3월쯤 마라도 등 우리나라에 와서 5월 초가 되면 떠나는 철새입니다. 머무는 시기가 아주 짧고,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곧장 바다로 뛰어듭니다. 또 매와 같은 맹금류의 공격에 취약하므로 낮에는 밖에서 활동하다가 해가 지면 둥지로 돌아오는 습성이 있습니다.

최 교수는 "맹금류를 피해 야간에만 돌아오는 특성에다가 육상 번식지를 잃으며 해안 절벽에서만 일부 개체가 살아남았다"면서 "마라도에 사람이 거주한 지 100년이 넘고 연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와도 그간 뿔쇠오리와 같은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1일 KBS제주 뉴스9 갈무리
■ 사람이 데려온 고양이, 뿔쇠오리 '위기'…"개체 수 조절 필요"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그간 마라도 고양이를 섬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연구 결과를 통해 주장해왔습니다.

서울대 산림과학부 이우신·최창용·김유진 연구팀은 2018년 3월부터 7월 사이, 마라도에서 뿔쇠오리가 번식하는 시기에 긴급 실태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마라도가 뿔쇠오리 번식지라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 꾸준히 모니터링을 한 결과, 폐사체로 발견된 뿔쇠오리 상당수가 쥐나 고양이의 공격으로 피해를 본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마라도 고양이'는 최근 10여 년 새, 일부 주민들이 쥐를 잡아들이기 위해 섬으로 데리고 들어온 동물입니다.

당시 서울대 산림과학부 석사과정을 밟고 있던 연구진 중 1명은 이렇게 진행한 현장조사와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마라도의 뿔쇠오리 개체군 보전을 위한 고양이의 서식 현황과 행동권 및 생존능력분석>이라는 제목의 석사 논문을 2019년에 냈습니다. 이 논문은 이듬해 한국환경생태학회지에도 게재됐습니다. 이번 마라도 고양이 포획 조치의 근거가 된 연구 자료이기도 합니다.


연구진은 사람을 통해 유입된 고양이가 섬에서 번식하며, 개체 수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고양이를 직접 잡았다가 풀어주는 방식으로 고양이 개체 수를, 뿔쇠오리가 포식당한 흔적(사체나 털 뭉치) 등을 수거해 얼마나 피해를 당하였는지를 각각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2018년 기준 마라도에는 총 40마리의 고양이(성체 20마리, 새끼 20마리)가 서식하고, 뿔쇠오리 24마리가 고양이에게 잡아먹힌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고양이 성체 한 마리가 뿔쇠오리를 1.2마리꼴로 포식한 것입니다.

2023년 3월 현재 그 수는 더 늘어나, 마라도에는 집고양이와 길고양이를 모두 포함해 10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관계 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 "중성화, 근본적 해결책 아냐…외부방출 등 개체 관리 필요"

연구진은 마라도에 서식하는 고양이의 경우 새끼의 폐사율이 낮은 점으로 미뤄, 고양이의 높은 번식률을 고려하면 개체군이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뿔쇠오리 번식지 인근 절벽에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고양이가 반복적으로 촬영돼, 마라도 고양이가 뿔쇠오리 번식지에 접근하는 것도 확인했다고 기록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연구진이 내린 결론은 "마라도 뿔쇠오리 개체 수 보전을 위해서는 고양이 개체군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지금처럼 고양이에 의한 포식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개체군 관리를 하지 않을 경우, 고양이 최대수용능력이 80마리 이상일 때 20년 후 뿔쇠오리는 마라도에서 절멸할 것"이라며 "고양이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포식자인 고양이를 제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고양이 중성화 후 방생(TNR, Trap-Neuter-Return)이 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짚었습니다. 중성화 수술을 받은 고양이 역시 늙어 죽을 때까지 섬에 서식하고, 여전히 중성화 수술을 받지 않은 개체는 번식한다는 것입니다.

또, 중성화 수술로 인해 사냥 본능 등 야생성이 감소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도 지적됩니다. 최 교수는 "TNR은 고양이 개체 수 증가의 속도를 늦추는 방법이지, 개체 수를 줄이는 방법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 "쥐·까치·매에 의한 피해도 있는데, 왜 고양이 탓만?"

마라도에 잠시 머무는 동안 뿔쇠오리의 천적은 다양한데, 왜 유독 '고양이'만 겨냥하며 모든 책임을 돌리느냐는 동물보호단체의 항변도 있습니다.

지난달 24일 마라도에서 발견된 뿔쇠오리 폐사체. 조류 전문가들은 날개와 가슴뼈 정도만 남은 점과 발견된 장소 등을 볼 때, 매와 같은 맹금류가 아닌 고양이의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 제공
당시 연구를 진행한 최창용 교수는 "쥐와 고양이, 까치 등에 의한 뿔쇠오리 피해도 발생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고양이에 의한 피해가 훨씬 크기 때문에 외부로 반출하는 등의 개체 수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쥐를 잡기 위해선 고양이를 풀기보다는 쥐약, 쥐덫 등을 이용해 포획하고 통제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봤습니다.

마라도에는 고양이 먹이가 충분한 데다 쥐는 덩치가 커서 오히려 고양이를 역으로 공격하기도 해 고양이로서는 쥐를 굳이 잡을 필요를 못 느낀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쥐를 잡는 편보다는 지쳐 쓰러져 있는 새를 잡는 것이 고양이에게 더 안전하고, 재미있는 놀이가 된다고 습성을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마라도 사례 외에도, 국내 도서 지역 바닷새 서식지에서 외래종 침입과 같은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 교수는 "중요한 것은 마라도라는 천연보호구역의 존재 이유"라면서 "마라도는 뿔쇠오리라는 하나의 종만 지나가는 것이 아니다. 200여 종에 가까운 생물 종이 드나드는 생태계가 있는데, 외부에서 들어온 고양이라는 종이 교란을 일으킨다는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자연성을 보존하기 위해 천연보호구역으로 설정했다면, 이를 지키기 위한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에 의해 섬으로 들어왔다가, 사람에 의해 다시 섬 밖으로 나가는 '마라도 고양이'. 이번 마라도 사례가 다른 도서 지역 생태계의 외래종 침입 문제 대응과 관련해 어떤 선례로 남을 지도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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