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허기 견디며 ‘12시간’

<앵커 멘트>

고속도로에 갇혔던 운전자들에겐 악몽의 밤이었습니다.
얼마나 고생했는지 어젯밤 그 현장상황을 김시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거센 눈보라를 뚫고 고속도로 진입통제구간으로 들어가봤습니다.

눈속에 파묻힌 차량들의 행렬, 꽁꽁 얼어붙은 차에는 고드름까지 달렸습니다.

<인터뷰> 김형두(화물차량 운전자): "아산에서 12시에 출발해 3시부터 도착해서 계속 있는거예요"

지금 시간은 새벽 1시입니다.

오후 2시에 고속도로에 들어선 차량들은 벌써 10시간째 발목이 묶여 있습니다.

어둠과 함께 찾아 온 강추위가 뼈 속까지 스며듭니다.

새우잠을 청해보지만 연료가 떨어질까 히터도 제대로 틀지 못합니다.

급기야 연료가 떨어진 운전자들이 애타게 도움을 청합니다.

<인터뷰> 이재홍(화물차량 운전자): "히터를 못 켜고, 조금 기름 좀 넣어갔고 언제 갈지 모르니까.. 추워 죽겠어요..."

밤이 깊어갈 수록 느끼는 또다른 고통, 이번에는 허기가 엄습합니다.

<녹취> 윤창민(버스 승객) "배고프다..."

하지만 주위엔 온통 눈 뿐, 민가나 휴게소를 찾을 수 없습니다.

눈길에 미끄러져 사고를 당한차, 추위에 고장난 차들도 속출합니다.

눈길에 미끄러진 차량을 끌어올리려고 안간힘을 쏟지만, 차바퀴는 헛돌기만 합니다.

<인터뷰> 정명철(제설기사): "양이 엄청나 감당이 안된다"

폭설로 마비된 고속도로에 갇힌 12시간.

추위와 배고픔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던 악몽같은 밤이었습니다.

KBS 뉴스 김시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