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는 3층 남짓. 지은 지 20년은 넘어 보였다. 공간은 턱없이 좁았다. 홀은 2개 뿐. 넓은 홀이 130석 밖에 되지 않았다. 결혼 성수기인데도 예약은 거의 없었다. “이번주 토요일은 한 커플만 예약됐어요. 지역 특성상 중국 분들이 주로 이용하세요"
서울 강남권에 위치한 예식장은 사정이 다를까? 코엑스에서 열린 웨딩박람회를 찾아가 결혼 상담을 받아봤다. 내년 초에 결혼할 예정이라고 말했는데 상담사는 결혼 준비를 "빨리 해야 한다"고 했다. "강남권에 있는 식장은 빨리 마감돼요. 특히 12시에서 2시 사이 '골든타임'은 정말 빨리 잡으셔야 해요. 강남 예식장은 길게는 1년 전부터도 예약하세요."
한 웨딩플래너에게 물었다. "요즘 결혼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는데 느껴지시나요?" 답은 놀랍게도 'NO'였다. "사실 체감이 잘 안 돼요. 저희가 접하는 고객층이 아무래도...결혼 연령대가 높아지긴 했지만 혼인율이 낮아진 건 잘 모르겠네요."
지역에 따라 사뭇 다른 예식장 풍경. 왜 그럴까?
KBS가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위원과 분석했다. 20~39세 청년층으로 대상을 좁혀 소득에 따라 혼인율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살펴봤다. 혼인율은 소득 4분위(하위 40%) 이하에서는 소득 수준과의 상관 관계가 별로 없었지만, 중간층인 5분위부터는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상승하는 추세가 뚜렷했다. 1분위는 26%선에 그쳤지만 10분위는 82%를 넘어 3배가량 차이가 났다.
자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2016년 8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분석
결혼 의향이 없는 남녀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혼자 사는게 편해서”라는 답이 27%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많이 나온 대답이 “경제적 부담 때문에”였다.
남성의 경우 “혼자 사는게 편해서”라는 응답보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가 더 높았다.
25~39세는 “혼자 사는게 편해서”가 “경제적 부담 때문에”라는 답보다 조금씩 더 많았지만, 20~24세는 경제적 부담을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
자료: KBS '결혼에 대한 설문조사' 2017년 5월
결혼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그 부담은 어느 정도일까?
한 결혼정보회사가 발표한 <2017 결혼비용 실태보고서>를 보면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부부 500쌍의 평균 결혼 비용은 2억6,332만 원이다. 주택 비용이 1억8,640만 원으로 전체 비용의 71%를 차지했다. 다음은 혼수 비용, 예식 비용 순이었다. 결혼 비용 분담률은 남성이 65%, 여성이 35%였다.
자료: 듀오웨드 '2017 결혼비용 실태보고서'
결혼 비용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2003년 평균 9,088만 원이던 결혼 비용은 14년 만에 3배 가까이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1인당 국민총소득은 1,686 만 원에서 2배 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가상승분을 감안하더라도, 벌이에 비해 결혼 비용이 더 가파르게 늘어난 것이다.
자료: (주)선우 부설 결혼문화연구소 2005~2011년,한국소비자원 2003년
가장 크게 오른 항목은 집값이었다.
평균 6,226만 원이던 주택 마련 비용은 3배 가까이로 늘었다.
예식과 혼수 비용도 같은 기간 큰 폭으로 늘었지만 주택비 증가폭에는 못 미쳤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청년들도 집값이 두렵긴 마찬가지다.
KBS 설문조사 결과,‘결혼을 하게 되면 경제적으로 가장 부담되는 항목'으로 ‘주거비용’을 꼽은 사람이 68%로 가장 많았다.
자료: 한국소비자원 2003년,
(주)선우 부설 결혼문화연구소 2005~2011년
예비 부부가 결혼을 결심하고 나서 부딪히는 가장 큰 벽인 셈이다. 그 벽이 얼마나 높은지 실제로 집을 구하러 나서봤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에 찾아가 문의해봤다. 지은 지 17년 된 공급면적 84제곱미터(24평형) 아파트의 전셋값이 4억 원을 넘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1년 사이에 매매가가 1억 5천만 원 올랐어요. 당연히 전세도 같이 오르지. 지은 지 오래됐어도 교통이 좋은 곳은 비쌀 수밖에 없어.”
아파트를 포기하고, 다세대/연립 주택으로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부동산 시세정보업체 ‘로빅’ 조사를 보면, 서울 다세대/연립의 1제곱미터 당 평균 전셋값은 385만 원. 2012년 245만 원에서 50% 넘게 올랐다. 66제곱미터(20평형)가 2억 5,400만 원이다.
자료: 연립ㆍ다세대주택 가격 정보업체 로빅
올해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연봉은 3,325만 원(잡코리아, 대기업 55개사 조사 결과). 8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겨우 마련한다는 얘기다. 대출이나 부모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결혼 3년차인 오지수(27)씨는 비싼 집값 탓에 이른바 ‘탈서울’을 했다. “서울은 전셋값이 대부분 3억 원을 넘어서 구할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결국 연고도 없는 경기도 광주에 1억 원짜리 빌라를 구했다. 안 그래도 생활비에 자동차 값, 보험료도 부담되는데 대출까지 받으면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생각해서다. 대신 서울 송파에 위치한 회사까지 왕복 2시간이 걸리는 출퇴근을 감내해야 한다.
여러분이 현재 저축한 돈과 부모님께 지원받을 수 있는 돈은 대략 얼마인가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결혼 준비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여러분이 마련할 신혼집을 선택해보세요
한국주택금융공사와 국토교통부가 공급하는 주택담보대출 3종 (디딤돌대출·보금자리론·적격대출)이 대표적이다. 시중은행에선 찾아보기 힘든 2%대 금리를 제공한다. 게다가 세 상품 모두 다 고정금리로 돼 있어, 금리 인상시 예상치 못한 이자 부담도 피할 수 있다. 전세 희망자는 주택도시기금에서 제공하는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을 이용하는 게 좋다. 취급은행은 우리은행,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이다.
돈이 없어도 둘이 소박하게 인생의 새 출발을 하려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 유용할 ‘스몰웨딩’에 안성맞춤인 곳을 소개한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해 있고 차량 380여 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다. 200석 규모인 예식장이 대관료 6만 원대, 식대 1인당 2만 원대로 가격 부담이 덜한 편이다.
우리나라 전통 혼례를 올릴 수 있는 한옥마을로 90만 원으로 식에 필요한 혼례복과 초례상, 혼구용품 등을 모두 준비할 수 있다.
사회적 기업과 성동구청이 협업해 결혼식을 하기 어려운 커플들을 위해 무료로 작은 결혼식을 진행해 준다.
작은 결혼에 더 관심 있다면,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작은결혼정보센터'를 찾으면 된다. 예식장 뿐만 아니라 저가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홈페이지 : http://smallwedding.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