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은 청년 세대의 일상용어가 됐다. 올 1분기를 기준으로 공식 실업자에 편의점 알바, 고시생, 경력단절 여성 등을 포함한 ‘체감 실업률’은 23.6%를 기록했다. 10명 중 2~3명이 사실상 백수인 상황이다.
홍성욱(27)씨는 2015년 졸업한 뒤 기업체 50여 곳의 문을 두드렸지만 취업에 실패했다. 아르바이트나 공기업 인턴을 하며 생활비 벌고 있는데, 한 달 지출이 30~40만 원 정도예요. 식비와 교통비 빼면 쓸 돈이 전혀 없어요. 통장 잔고가 10만 원이니 말 다 했죠. 취업도 안 되는데 언제 집 구하고 결혼 자금 모을지 막막해요.”
길애솔(26)씨는 지난해 보험사에 인턴 사원으로 들어갔다. 업무는 정규직 사원과 다를 바 없었다. 어렵게 합격한 ‘정규직 전환형’ 인턴이기에 성실하게 일했다. 야근과 주말근무를 밥 먹듯이 했다. 상사에게서 “넌 꼭 전환될 거야”란 말도 줄곧 들었다. 정규직이라는 희망이 눈앞에 다가온 듯 했다. 그러나 결과는 ‘계약 만료’. 길 씨는 다시 취업 준비생이 됐다.
청년 취업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올 4월 청년 실업률(11.2%)은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최고치다.
자료: 통계청 '고용동향' 2000~2016년
취업 여부에 따라 혼인율은 얼마나 달라질까? 2016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다시 활용해 20세부터 39세까지 취업자와 실업자의 혼인율을 추산해봤다.
실업자의 혼인율은 취업자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취업자 두 쌍이 결혼할 때 실업자 한 쌍이 결혼하기도 힘들다는 얘기다.
(고용주·자영업자 등을 제외한 정규직·비정규직 임금노동자 기준)
자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2016년 8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분석
취업준비생에게 ‘결혼에 필요한 경제적 여건을 갖출 수 있는 시기는 언제라고 예상하는지' 물었다. ‘4~5년’이라고 답한 청년이 19.6%으로 가장 많았고, ‘5~6년’이 18.4%으로 뒤를 이었다. ‘10년 이후'라고 답한 청년도 16.0%로 적지 않았다. 직업이 없는 청년들에게 결혼은 먼 미래의 일이었다.
자료: KBS '결혼에 대한 설문조사' 2017년 5월
2016년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는 640만 명을 넘는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32.8%다. 하지만, 실제 비정규직의 비중은 5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내하청 근로자(대기업 협력업체 직원 등)와 특수형태 근로자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등)는 사실상 비정규직이지만 일부가 정규직이나 자영업자로 분류돼 있어서다.
자료: 고용노동부 '비정규직 고용동향'
2004년 비정규직의 월 평균 임금은 115만 원으로 정규직의 65% 정도 였지만, 2016년에는 149만 원으로 정규직의 54%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한국노동연구원 2016년 비정규직 노동통계)
KBS 설문조사 결과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가구 소득은 월 300~400만 원이라는 응답이 32.8%로 가장 많았다. 월 400~500만 원이 24.1%로 뒤를 이었다. 절반 이상의 청년은 맞벌이를 한다 해도 둘 다 비정규직이면 결혼을 꿈꾸기 힘들다고 답한 셈이다.
자료: KBS '결혼에 대한 설문조사' 2017년 5월
직업의 안정성이 실제로 결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취업자 중 남성의 혼인율을 좀 더 자세히 살펴봤다.
비정규직 남성은 정규직에 비해 혼인율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가정을 평생 꾸려나가야 하는 결혼을 감당하려면 안정적인 직장이 필요한 것이다.
(여성은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고 가사와 육아에 전념하는 경우가 많아 분석 제외)
자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2016년 8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분석
고용이 불안정한데다 빚까지 있으면 삶은 더 척박해진다. 청년 대다수는 빚에 허덕이며 산다. 신한은행이 펴낸 '2016년 보통사람 금융생활보고서`를 보면, 20대는 평균 1,297만 원의 빚을 지고 사회 생활을 시작한다. 이유는 학자금 대출이 33%로 단연 1위다.
여기에 20대 대출자 중 72%는 한 달 소득이 150만 원을 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청년층은 전 연령대에 걸쳐 대출 연체율이 가장 높고, 2・3금융권 대출 이용 비중도 38.5%로 가장 크다. 빚을 제 때 갚지 못할 뿐 아니라 부채의 질도 나쁘다는 뜻이다.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빚이란 짐을 지고 살아가는 청년들. 그들은 ‘생존'하기 급급해 결혼을 꿈꾸지 못한다.
자료: 김영환 의원실, 금융감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