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식당⑥ 음식점 할까 알아봤더니…‘빅데이터 추천 상권마다 자리 잡은 재벌식당’

입력 2016.09.22 (14:25) 수정 2016.09.2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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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에서 가게를 해야 할지 정말 고민입니다."

새로 가게 문을 열고자 하는 창업자의 24.3%(2013년 전국 소상공인 실태조사 기준)는 입지 선정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자금 조달이 가장 어렵다'(40.4%)는 답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응답입니다.

음식점업이나 숙박업을 하려는 창업자의 경우 이러한 답변은 27.1%로 증가합니다. 이는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위치 선정에 대한 고민이 그만큼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월평균 매출 규모가 작은 창업주일수록 입지 선정에 애로가 많다는 답변이 늘어났습니다. 영세한 업체의 성패가 얼마나 좋은 위치에 자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 창업 컨설턴트는 입지 선정을 위한 상권 조사 내용으로 인구수와 세대 수, 주거 형태, 성별 인구, 나이별 인구 등 20여 개 항목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입지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창업 시 정말 중요한 입지 선정이지만 개인이 직접 발품을 팔아 모든 관련 정보를 얻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정보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직접 방문하는 방식으로 알아볼 수 있는 상권의 규모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게 하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바로 ‘생활업종 통계지도’입니다.

통계청이 제공하는 통계지리정보서비스 홈페이지의 '생활업종 통계지도'를 이용하면 자신에게 적합한 상권(읍·면·동)을 더욱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식당이나 가게를 운영할 사람들에게 어디가 좋은 상권인가를 제공하는 일종의 빅데이터라 할 수 있습니다.

 생활업종 통계지도 검색 메뉴 캡처 생활업종 통계지도 검색 메뉴 캡처

생활업종 통계지도는 통계청 사업체 총조사와 공공 데이터를 결합해 지도 위에 표시한 서비스로 음식점과 편의점, 숙박시설 등 생활업종 36종의 입지를 선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생활업종 통계지도를 통해 시도별 생활업종 사업체 비율과 업종별 지역 분포 현황, 시간 흐름에 따른 업종 밀집도 변화 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요식업, 도소매업, 서비스업, 숙박업 등이 많이 혹은 적게 분포한 지역을 알 수 있고 직장인구 혹은 거주인구가 많거나 적은 지역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나이별 인구, 가구 유형, 점유 형태, 거주 주택 등의 정보를 따져 상권을 분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생활업종 후보지 검색 서비스에서 '제과점이 적은 지역'과 '여성이 많은 지역'을 조건으로 설정해 검색하면 선택한 행정구역의 여러 상권 가운데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상권 3곳이 붉게 표시됩니다.

과거라면 직접 해당 상권을 방문해 눈으로 확인하며 제과점 수를 세야 했을 겁니다. 그 상권에 여성이 많은지 적은지를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클릭 몇 번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어 자신이 원하는 상권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생활업종 통계지도 화면 캡처. 대구 중구 지역 가운데 제과점이 적고 여성이 많은 상권 3곳이 붉게 표시돼 있다.생활업종 통계지도 화면 캡처. 대구 중구 지역 가운데 제과점이 적고 여성이 많은 상권 3곳이 붉게 표시돼 있다.

■ 생활업종 통계지도 최초 분석... 동일 업종 많은 곳으로 쏙쏙 들어간 '재벌 식당'

KBS 디지털뉴스팀은 통계청의 생활업종 통계지도를 통해 분석을 해보았습니다. 분석 결과 대기업이 운영하는 한식뷔페들은 대부분 직장 인구가 많은 상권, 그리고 거주 인구가 많은 상권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이들 상권은 한식뷔페와 같은 업종인 한식당들이 다른 상권보다 많은 지역이었습니다. 대기업 식당의 개점으로 인해 적지 않은 영세 상인들이 영향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디지털뉴스팀이 생활업종 통계지도를 통해 분석한 결과 대기업 한식뷔페인 올반(신세계푸드), 자연별곡(이랜드파크), 계절밥상(CJ푸드빌)이 최근 개점한 15개 매장(업체별 5개) 가운데 '한식당과 직장인이 많은 상권'에 위치한 매장은 8개였습니다.

대기업 한식뷔페는 지도 위 하얗게 표시된 넓은 지역이 아닌 좁은 붉은 지역(한식당과 직장인이 많은 상권)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최근 문을 연 계절밥상 매장 5개 가운데 4개가 한식당과 직장인이 많은 상권에 있었습니다. 자연별곡과 올반은 각각 2개였습니다.

나머지 7개 매장 중에서 '한식당과 거주인구가 많은 상권'에 위치한 매장은 4개였습니다.

결국 최근에 문을 연 대기업 한식뷔페 15개 가운데 12개가 직장인구나 거주인구가 많고 동일 업종인 한식당이 많은 곳에 있었습니다.

의도했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대기업이 운영하는 한식뷔페의 절대 다수는 주변에 한식당이 많은 곳에 문을 연 셈입니다.

■ 전국 주요 상권마다 쏙쏙 입점... '대기업 한식 뷔페 진출 지도'

이와 같은 사실은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이 대기업 한식 뷔페가 전국 주요 상권에 어떻게, 얼마나 진출해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작성한 '대기업 한식 뷔페 진출 지도'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http://dj.kbs.co.kr/resources/2016-05-19/map2.html

[연관 기사] ☞ 재벌 식당① 전국 주요 상권마다 쏙쏙 입점…재벌과 경쟁하는 자영업 음식점


동반성장위원회는 중소식당들을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보호하기 위해 2013년 음식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뒤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식당 확장을 자제하도록 해 영세 상인의 살길을 터준다는 취지입니다.

그럼에도 대기업 한식뷔페가 전국 주요 상권에 들어설 수 있는 것은 예외 규정 때문입니다. 동반위는 복합다중시설, 역세권, 신도시·신상권 등에서는 대기업이 음식점업을 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뒀습니다.


문제는 서울이나 광역시의 주요 상권 대부분이 대기업 식당 진출이 자유로운 예외 지역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영세 상인 보호를 위해 대기업 식당을 제한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대기업의 알짜배기 상권 진출은 보장해 놓은 셈입니다.

따라서 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어도 대기업과 중소 식당 간 경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오인 경제정책팀장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애초에 법적 강제력이 없고 예외 조항을 통해 대기업 식당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으면서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 있었다"며 "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 드러난 현상들을 토대로 제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관 기사]
☞ 재벌 식당⑤ TV에 나오는 재벌식당 vs 전단지 돌리는 동네식당
☞ 재벌 식당④ 싸게 돈 빌리는 재벌식당 vs 빚에 쪼들리는 동네식당
☞ 재벌 식당③ ‘문 닫아야 하나’…한식뷔페 사장이 오후 3시에 불을 끄는 이유
☞ 재벌 식당② 경쟁하기 힘들어요…‘한식 뷔페 반경 5백m에 음식점 평균 325개’
☞ 재벌 식당① 전국 주요 상권마다 쏙쏙 입점…재벌과 경쟁하는 자영업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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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 식당⑥ 음식점 할까 알아봤더니…‘빅데이터 추천 상권마다 자리 잡은 재벌식당’
    • 입력 2016-09-22 14:25:57
    • 수정2016-09-23 09: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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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에서 가게를 해야 할지 정말 고민입니다."

새로 가게 문을 열고자 하는 창업자의 24.3%(2013년 전국 소상공인 실태조사 기준)는 입지 선정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자금 조달이 가장 어렵다'(40.4%)는 답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응답입니다.

음식점업이나 숙박업을 하려는 창업자의 경우 이러한 답변은 27.1%로 증가합니다. 이는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위치 선정에 대한 고민이 그만큼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월평균 매출 규모가 작은 창업주일수록 입지 선정에 애로가 많다는 답변이 늘어났습니다. 영세한 업체의 성패가 얼마나 좋은 위치에 자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 창업 컨설턴트는 입지 선정을 위한 상권 조사 내용으로 인구수와 세대 수, 주거 형태, 성별 인구, 나이별 인구 등 20여 개 항목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입지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창업 시 정말 중요한 입지 선정이지만 개인이 직접 발품을 팔아 모든 관련 정보를 얻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정보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직접 방문하는 방식으로 알아볼 수 있는 상권의 규모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게 하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바로 ‘생활업종 통계지도’입니다.

통계청이 제공하는 통계지리정보서비스 홈페이지의 '생활업종 통계지도'를 이용하면 자신에게 적합한 상권(읍·면·동)을 더욱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식당이나 가게를 운영할 사람들에게 어디가 좋은 상권인가를 제공하는 일종의 빅데이터라 할 수 있습니다.

 생활업종 통계지도 검색 메뉴 캡처
생활업종 통계지도는 통계청 사업체 총조사와 공공 데이터를 결합해 지도 위에 표시한 서비스로 음식점과 편의점, 숙박시설 등 생활업종 36종의 입지를 선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생활업종 통계지도를 통해 시도별 생활업종 사업체 비율과 업종별 지역 분포 현황, 시간 흐름에 따른 업종 밀집도 변화 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요식업, 도소매업, 서비스업, 숙박업 등이 많이 혹은 적게 분포한 지역을 알 수 있고 직장인구 혹은 거주인구가 많거나 적은 지역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나이별 인구, 가구 유형, 점유 형태, 거주 주택 등의 정보를 따져 상권을 분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생활업종 후보지 검색 서비스에서 '제과점이 적은 지역'과 '여성이 많은 지역'을 조건으로 설정해 검색하면 선택한 행정구역의 여러 상권 가운데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상권 3곳이 붉게 표시됩니다.

과거라면 직접 해당 상권을 방문해 눈으로 확인하며 제과점 수를 세야 했을 겁니다. 그 상권에 여성이 많은지 적은지를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클릭 몇 번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어 자신이 원하는 상권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생활업종 통계지도 화면 캡처. 대구 중구 지역 가운데 제과점이 적고 여성이 많은 상권 3곳이 붉게 표시돼 있다.
■ 생활업종 통계지도 최초 분석... 동일 업종 많은 곳으로 쏙쏙 들어간 '재벌 식당'

KBS 디지털뉴스팀은 통계청의 생활업종 통계지도를 통해 분석을 해보았습니다. 분석 결과 대기업이 운영하는 한식뷔페들은 대부분 직장 인구가 많은 상권, 그리고 거주 인구가 많은 상권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이들 상권은 한식뷔페와 같은 업종인 한식당들이 다른 상권보다 많은 지역이었습니다. 대기업 식당의 개점으로 인해 적지 않은 영세 상인들이 영향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디지털뉴스팀이 생활업종 통계지도를 통해 분석한 결과 대기업 한식뷔페인 올반(신세계푸드), 자연별곡(이랜드파크), 계절밥상(CJ푸드빌)이 최근 개점한 15개 매장(업체별 5개) 가운데 '한식당과 직장인이 많은 상권'에 위치한 매장은 8개였습니다.

대기업 한식뷔페는 지도 위 하얗게 표시된 넓은 지역이 아닌 좁은 붉은 지역(한식당과 직장인이 많은 상권)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최근 문을 연 계절밥상 매장 5개 가운데 4개가 한식당과 직장인이 많은 상권에 있었습니다. 자연별곡과 올반은 각각 2개였습니다.

나머지 7개 매장 중에서 '한식당과 거주인구가 많은 상권'에 위치한 매장은 4개였습니다.

결국 최근에 문을 연 대기업 한식뷔페 15개 가운데 12개가 직장인구나 거주인구가 많고 동일 업종인 한식당이 많은 곳에 있었습니다.

의도했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대기업이 운영하는 한식뷔페의 절대 다수는 주변에 한식당이 많은 곳에 문을 연 셈입니다.

■ 전국 주요 상권마다 쏙쏙 입점... '대기업 한식 뷔페 진출 지도'

이와 같은 사실은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이 대기업 한식 뷔페가 전국 주요 상권에 어떻게, 얼마나 진출해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작성한 '대기업 한식 뷔페 진출 지도'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http://dj.kbs.co.kr/resources/2016-05-19/map2.html

[연관 기사] ☞ 재벌 식당① 전국 주요 상권마다 쏙쏙 입점…재벌과 경쟁하는 자영업 음식점


동반성장위원회는 중소식당들을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보호하기 위해 2013년 음식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뒤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식당 확장을 자제하도록 해 영세 상인의 살길을 터준다는 취지입니다.

그럼에도 대기업 한식뷔페가 전국 주요 상권에 들어설 수 있는 것은 예외 규정 때문입니다. 동반위는 복합다중시설, 역세권, 신도시·신상권 등에서는 대기업이 음식점업을 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뒀습니다.


문제는 서울이나 광역시의 주요 상권 대부분이 대기업 식당 진출이 자유로운 예외 지역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영세 상인 보호를 위해 대기업 식당을 제한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대기업의 알짜배기 상권 진출은 보장해 놓은 셈입니다.

따라서 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어도 대기업과 중소 식당 간 경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오인 경제정책팀장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애초에 법적 강제력이 없고 예외 조항을 통해 대기업 식당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으면서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 있었다"며 "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 드러난 현상들을 토대로 제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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