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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묘역⑤] 효성 편 : 그 땅엔 고급 한옥 3채가 있다
입력 2018.09.26 (14:41) 수정 2018.09.26 (14:42) 취재K
[재벌묘역⑤] 효성 편 : 그 땅엔 고급 한옥 3채가 있다
대학 교수들이 많이 산다고 해 '교수마을'이라 불리는 경기도 고양시의 조용한 한 마을. 그 구석엔 굳게 잠긴 철문이 하나 있다. 초인종조차 없어 들어갈래도 들어갈 수 없는 이 문을 통과해야만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일가 묘역에 닿을 수 있다.

직접 볼 수 없으니 더 궁금해졌다. 드론 촬영을 시도했지만 근처에 군사 시설이 많아 실패했다. 결국 KBS 항공 1호기가 동원됐다. 헬기를 타고서야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 조석래 회장 부친 조홍제 회장 묘역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고급 한옥 세 채였다.

■ 땅은 회장님 소유, 건물은 회사 소유?

오래 전 이 땅을 둘러본 적이 있다는 근처 주민을 만났다. 예전엔 관리가 허술해 묘역을 구경하고 근처를 산책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경비가 삼엄해졌다고 한다. 이 주민은 그 시기를 이 한옥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시점으로 기억했다. "아마 사당이겠죠? 보통 묘지 근처에 그렇게 짓잖아요. 제사 지내려면 거기서 준비하고…." 언뜻 보기에도 아주 고급스럽게 지어진 이 한옥들, 진짜 정체가 뭘까?

건물 조감도를 들여다봤다. 연못을 끼고 지어진 '나동'은 휴게실이 들어서 있었다. 그 옆에 나란히 있는 '다동'은 창고와 기사대기실로 이뤄져 있다.


가장 눈에 띈 건 215㎡로 가장 큰 '가동'이었다. 전시실이 세 개나 들어선 이 건물, 한옥들이 '기념관'으로 불리는 이유다. 1997년 조석래 회장이 아버지 조홍제 회장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기념관인데, 취재해봤더니 묘역 일대 땅은 모두 조 회장 명의로 돼있지만 한옥들은 효성 소유로 되어 있었다. 건축 허가는 조 회장 이름으로 받았지만, 준공 2년 전 효성그룹의 지주사인 주식회사 효성으로 행위자를 바꿔버렸다. 관련 비용도 효성이 부담했다. 한마디로 가족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 회삿돈을 들였다는 것이다.

■ 회삿돈으로 지은 가족 추모관…"지금은 영빈관"

어렵게 만난 한옥 관리인은 이 건물이 지금은 '영빈관'으로 쓰이고 있다고 했다. 외국 바이어 등 외국 손님들을 접대하는 건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효성 측도, 기념관을 지은 직후 건물을 영빈관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식을 벗어난 재벌들의 이런 행위를 전문가들은 '기업 사유화', '황제 경영'으로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감사도 있고, 감사위원회도 있는데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거죠. 이런 것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이제는 들이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의 설명이다. 수십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와 허술한 규제는 언제쯤이면 우리 사회에서 없어질 수 있는 것일까?

[연관기사]
[재벌묘역①] 한진 편 : “내 조상은 우리 회사가 지킨다”…회삿돈으로 묘역 관리
[재벌묘역②] 삼성 편 : 회사 땅에 가족 묘?…삼성의 ‘특수관리’
[재벌묘역③] 현대차 편 : ‘파견업체 소속’ 묘지기?…현대家의 은밀한 묘역관리
[재벌묘역④] 오리온 편 : 직원 땅에 부친 묘…재벌 묘역 ‘위법 투성이’
[재벌묘역⑤] 효성 편 : 그 땅엔 고급 한옥 3채가 있다
[재벌묘역⑥] 한화 편 : 회장님의 가족묘 사랑…법은 위반해도 괜찮습니까?’
  • [재벌묘역⑤] 효성 편 : 그 땅엔 고급 한옥 3채가 있다
    • 입력 2018.09.26 (14:41)
    • 수정 2018.09.26 (14:42)
    취재K
[재벌묘역⑤] 효성 편 : 그 땅엔 고급 한옥 3채가 있다
대학 교수들이 많이 산다고 해 '교수마을'이라 불리는 경기도 고양시의 조용한 한 마을. 그 구석엔 굳게 잠긴 철문이 하나 있다. 초인종조차 없어 들어갈래도 들어갈 수 없는 이 문을 통과해야만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일가 묘역에 닿을 수 있다.

직접 볼 수 없으니 더 궁금해졌다. 드론 촬영을 시도했지만 근처에 군사 시설이 많아 실패했다. 결국 KBS 항공 1호기가 동원됐다. 헬기를 타고서야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 조석래 회장 부친 조홍제 회장 묘역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고급 한옥 세 채였다.

■ 땅은 회장님 소유, 건물은 회사 소유?

오래 전 이 땅을 둘러본 적이 있다는 근처 주민을 만났다. 예전엔 관리가 허술해 묘역을 구경하고 근처를 산책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경비가 삼엄해졌다고 한다. 이 주민은 그 시기를 이 한옥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시점으로 기억했다. "아마 사당이겠죠? 보통 묘지 근처에 그렇게 짓잖아요. 제사 지내려면 거기서 준비하고…." 언뜻 보기에도 아주 고급스럽게 지어진 이 한옥들, 진짜 정체가 뭘까?

건물 조감도를 들여다봤다. 연못을 끼고 지어진 '나동'은 휴게실이 들어서 있었다. 그 옆에 나란히 있는 '다동'은 창고와 기사대기실로 이뤄져 있다.


가장 눈에 띈 건 215㎡로 가장 큰 '가동'이었다. 전시실이 세 개나 들어선 이 건물, 한옥들이 '기념관'으로 불리는 이유다. 1997년 조석래 회장이 아버지 조홍제 회장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기념관인데, 취재해봤더니 묘역 일대 땅은 모두 조 회장 명의로 돼있지만 한옥들은 효성 소유로 되어 있었다. 건축 허가는 조 회장 이름으로 받았지만, 준공 2년 전 효성그룹의 지주사인 주식회사 효성으로 행위자를 바꿔버렸다. 관련 비용도 효성이 부담했다. 한마디로 가족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 회삿돈을 들였다는 것이다.

■ 회삿돈으로 지은 가족 추모관…"지금은 영빈관"

어렵게 만난 한옥 관리인은 이 건물이 지금은 '영빈관'으로 쓰이고 있다고 했다. 외국 바이어 등 외국 손님들을 접대하는 건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효성 측도, 기념관을 지은 직후 건물을 영빈관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식을 벗어난 재벌들의 이런 행위를 전문가들은 '기업 사유화', '황제 경영'으로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감사도 있고, 감사위원회도 있는데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거죠. 이런 것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이제는 들이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의 설명이다. 수십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와 허술한 규제는 언제쯤이면 우리 사회에서 없어질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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