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전조 ‘스토킹’]① “내 사랑을 모독했어, 기다려”…현실이 된 살인예고
입력 2019.05.19 (08:01)
수정 2019.05.2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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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한 시민 5명이 희생된 안인득 사건은 주로 '조현병' 환자의 만행에 초점이 맞춰져 왔습니다. 하지만 안인득 사건에는 이면이 존재합니다. 바로 살인 전 반복적으로 나타난 '스토킹'입니다. 안인득은 반년 전부터 위층에 사는 여고생 최 모 양과 최 양과 같이 살던 최 양 큰어머니를 지속적으로 괴롭혔습니다. 경찰 신고와 문 앞에 설치한 CCTV도 안인득의 스토킹을 멈추지 못했고, 결국 최 양은 범행 당일 희생됐습니다.
KBS는 이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범죄의 참혹함과 심각성을 고발하는 <여성 살인의 전조(前兆) '스토킹'>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전국 1심 법원에서 선고가 내려진 살인과 살인미수 사건 381건을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들 가운데 살인의 전조 현상으로 '스토킹'이 나타난 사건들을 추렸고, 그중 대표적 사건들을 연속 보도합니다.
의심과 방화
2016년 여름, 40대 연인은 인연을 맺었다. 당시 남성 A씨는 49살, 여성 B씨는 44살이었다. 늦된 연애를 시작한 두 사람은 함께 살며 단란한 일상을 함께했다. 하지만 이듬해 겨울, A씨의 의심이 시작되면서 일상은 악몽으로 변했다. B씨가 몰래 다른 남성을 만날 거라는 막연한 의심은 A씨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의심은 내면에서 확신이 됐고, 집착으로 이어졌다. A씨는 B씨와 함께 동거하던 집에 녹음기를 숨겼고, B씨 차의 블랙박스까지 복원했다. 자신이 없는 사이 누구와 통화하는지, 어디를 가는지 몰래 감시한 것이다. A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죽이겠다"며 B씨를 위협했고, 심지어 B씨 가족까지 협박했다.
2017년 12월, 의심에 지친 B씨는 만남을 정리하려고 했다. 폭력적인 A씨가 두려웠던 B씨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자신을 A씨로부터 지켜달라며 '신변보호'를 신청했다.
그러나 A씨는 순순히 이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를 찾아와서는 갑자기 B씨가 타고 있던 차량에 시너를 던지고 불을 붙였다. 다행히 B씨는 다치지 않았지만, A씨는 현존자동차방화 혐의로 구속됐다.
A씨의 만행에도 B씨는 용서를 택했다. 탄원서를 쓰고 법정에 나가 'A씨와 다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B씨의 용서 덕에 A씨는 징역 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2018년 2월 석방됐다. B씨의 용서를 계기로 두 사람은 재결합했다.
하지만 용서는 독이 됐다. 석방된 A씨는 이전보다 더 폭력적으로 B씨를 대했다. 결국, B씨는 마지막 결단을 내렸다. 2018년 4월 집을 나와 마침내 A씨를 떠난 것이다.
스토킹
그런데 동거 생활이 끝남과 동시에 A씨의 스토킹은 시작됐다. A씨는 B씨가 집을 나간 뒤 연락을 받지 않자 반복적, 지속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A씨의 문자 메시지에는 B씨가 공포에 질릴 정도의 과도한 집착과 분노가 담겼다. '살아 있는 동안 용서 못 한다', '모든 것을 걸고 응징한다'처럼 살인을 암시하는 듯한 표현까지 등장했다.
살해
B씨가 집을 나가고 한 달 뒤인 2018년 5월, A씨는 마침내 B씨가 머물고 있던 부산시 북구의 한 아파트를 찾아냈다. A씨는 아파트 16층의 계단 숨어 40분 가까이 18층에 사는 B씨가 나오길 기다렸다.
B씨가 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타자 A씨는 곧장 16층에서 엘리베이터를 세웠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A씨는 무방비 상태였던 B씨의 목을 움켜잡고 흉기로 위협했다. 그리고는 1층으로 내려가 겁에 질린 B씨를 미리 준비해둔 자신의 차에 강제로 밀어넣었다.
A씨는 B씨를 태운 채 아파트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그때 차 옆으로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갔다. B씨는 다급히 조수석 문을 열고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B씨의 탈출 시도에 A씨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곧장 자신이 갖고 있던 흉기로 B씨의 목을 찔렀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운전자가 '살려달라'는 외침을 들은 뒤 오토바이를 세우고 뒤를 돌아봤을 때, B씨는 피를 흘리며 차에서 도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B씨는 다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저혈량성 외상성 쇼크로 숨졌다. 문자 메시지로 보낸 살인 예고는 결국 한 달도 안 돼 현실이 된 것이다. A씨는 이후 그대로 차를 타고 도망쳤다가 사건 발생 3시간 만에 경북 경주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재판
체포된 이후에도 A씨는 반성하지 않았다. B씨를 고의로 살해한 게 아니라 실랑이를 벌이다 죽은 거라고 변명하기 급급했다.
재판부는 A씨가 흉기와 차량을 미리 준비하고 납치 이후 동선까지 미리 짜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했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가 입은 상처를 근거로 A씨가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봤다.
A씨의 1심 판결 결과는 징역 25년. 이별에서 시작된 스토킹은 결국 여성이 숨지고 나서야 끝이 났다.
다음 기사는 '[살인의 전조 ‘스토킹’]② “합의하면 50원 줄게”…‘온라인’ 스토킹남의 집요한 복수극'으로 이어집니다.
KBS는 이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범죄의 참혹함과 심각성을 고발하는 <여성 살인의 전조(前兆) '스토킹'>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전국 1심 법원에서 선고가 내려진 살인과 살인미수 사건 381건을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들 가운데 살인의 전조 현상으로 '스토킹'이 나타난 사건들을 추렸고, 그중 대표적 사건들을 연속 보도합니다.
의심과 방화
2016년 여름, 40대 연인은 인연을 맺었다. 당시 남성 A씨는 49살, 여성 B씨는 44살이었다. 늦된 연애를 시작한 두 사람은 함께 살며 단란한 일상을 함께했다. 하지만 이듬해 겨울, A씨의 의심이 시작되면서 일상은 악몽으로 변했다. B씨가 몰래 다른 남성을 만날 거라는 막연한 의심은 A씨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의심은 내면에서 확신이 됐고, 집착으로 이어졌다. A씨는 B씨와 함께 동거하던 집에 녹음기를 숨겼고, B씨 차의 블랙박스까지 복원했다. 자신이 없는 사이 누구와 통화하는지, 어디를 가는지 몰래 감시한 것이다. A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죽이겠다"며 B씨를 위협했고, 심지어 B씨 가족까지 협박했다.
2017년 12월, 의심에 지친 B씨는 만남을 정리하려고 했다. 폭력적인 A씨가 두려웠던 B씨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자신을 A씨로부터 지켜달라며 '신변보호'를 신청했다.
그러나 A씨는 순순히 이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를 찾아와서는 갑자기 B씨가 타고 있던 차량에 시너를 던지고 불을 붙였다. 다행히 B씨는 다치지 않았지만, A씨는 현존자동차방화 혐의로 구속됐다.
A씨의 만행에도 B씨는 용서를 택했다. 탄원서를 쓰고 법정에 나가 'A씨와 다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B씨의 용서 덕에 A씨는 징역 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2018년 2월 석방됐다. B씨의 용서를 계기로 두 사람은 재결합했다.
하지만 용서는 독이 됐다. 석방된 A씨는 이전보다 더 폭력적으로 B씨를 대했다. 결국, B씨는 마지막 결단을 내렸다. 2018년 4월 집을 나와 마침내 A씨를 떠난 것이다.
스토킹
그런데 동거 생활이 끝남과 동시에 A씨의 스토킹은 시작됐다. A씨는 B씨가 집을 나간 뒤 연락을 받지 않자 반복적, 지속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A씨가 B씨에게 보낸 실제 문자 메시지 재구성
A씨의 문자 메시지에는 B씨가 공포에 질릴 정도의 과도한 집착과 분노가 담겼다. '살아 있는 동안 용서 못 한다', '모든 것을 걸고 응징한다'처럼 살인을 암시하는 듯한 표현까지 등장했다.
살해
B씨가 집을 나가고 한 달 뒤인 2018년 5월, A씨는 마침내 B씨가 머물고 있던 부산시 북구의 한 아파트를 찾아냈다. A씨는 아파트 16층의 계단 숨어 40분 가까이 18층에 사는 B씨가 나오길 기다렸다.
B씨가 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타자 A씨는 곧장 16층에서 엘리베이터를 세웠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A씨는 무방비 상태였던 B씨의 목을 움켜잡고 흉기로 위협했다. 그리고는 1층으로 내려가 겁에 질린 B씨를 미리 준비해둔 자신의 차에 강제로 밀어넣었다.
A씨는 B씨를 태운 채 아파트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그때 차 옆으로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갔다. B씨는 다급히 조수석 문을 열고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B씨의 탈출 시도에 A씨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곧장 자신이 갖고 있던 흉기로 B씨의 목을 찔렀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운전자가 '살려달라'는 외침을 들은 뒤 오토바이를 세우고 뒤를 돌아봤을 때, B씨는 피를 흘리며 차에서 도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B씨는 다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저혈량성 외상성 쇼크로 숨졌다. 문자 메시지로 보낸 살인 예고는 결국 한 달도 안 돼 현실이 된 것이다. A씨는 이후 그대로 차를 타고 도망쳤다가 사건 발생 3시간 만에 경북 경주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재판
체포된 이후에도 A씨는 반성하지 않았다. B씨를 고의로 살해한 게 아니라 실랑이를 벌이다 죽은 거라고 변명하기 급급했다.
재판부는 A씨가 흉기와 차량을 미리 준비하고 납치 이후 동선까지 미리 짜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했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가 입은 상처를 근거로 A씨가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봤다.
A씨의 1심 판결 결과는 징역 25년. 이별에서 시작된 스토킹은 결국 여성이 숨지고 나서야 끝이 났다.
다음 기사는 '[살인의 전조 ‘스토킹’]② “합의하면 50원 줄게”…‘온라인’ 스토킹남의 집요한 복수극'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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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5-19 08: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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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한 시민 5명이 희생된 안인득 사건은 주로 '조현병' 환자의 만행에 초점이 맞춰져 왔습니다. 하지만 안인득 사건에는 이면이 존재합니다. 바로 살인 전 반복적으로 나타난 '스토킹'입니다. 안인득은 반년 전부터 위층에 사는 여고생 최 모 양과 최 양과 같이 살던 최 양 큰어머니를 지속적으로 괴롭혔습니다. 경찰 신고와 문 앞에 설치한 CCTV도 안인득의 스토킹을 멈추지 못했고, 결국 최 양은 범행 당일 희생됐습니다.
KBS는 이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범죄의 참혹함과 심각성을 고발하는 <여성 살인의 전조(前兆) '스토킹'>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전국 1심 법원에서 선고가 내려진 살인과 살인미수 사건 381건을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들 가운데 살인의 전조 현상으로 '스토킹'이 나타난 사건들을 추렸고, 그중 대표적 사건들을 연속 보도합니다.
의심과 방화
2016년 여름, 40대 연인은 인연을 맺었다. 당시 남성 A씨는 49살, 여성 B씨는 44살이었다. 늦된 연애를 시작한 두 사람은 함께 살며 단란한 일상을 함께했다. 하지만 이듬해 겨울, A씨의 의심이 시작되면서 일상은 악몽으로 변했다. B씨가 몰래 다른 남성을 만날 거라는 막연한 의심은 A씨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의심은 내면에서 확신이 됐고, 집착으로 이어졌다. A씨는 B씨와 함께 동거하던 집에 녹음기를 숨겼고, B씨 차의 블랙박스까지 복원했다. 자신이 없는 사이 누구와 통화하는지, 어디를 가는지 몰래 감시한 것이다. A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죽이겠다"며 B씨를 위협했고, 심지어 B씨 가족까지 협박했다.
2017년 12월, 의심에 지친 B씨는 만남을 정리하려고 했다. 폭력적인 A씨가 두려웠던 B씨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자신을 A씨로부터 지켜달라며 '신변보호'를 신청했다.
그러나 A씨는 순순히 이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를 찾아와서는 갑자기 B씨가 타고 있던 차량에 시너를 던지고 불을 붙였다. 다행히 B씨는 다치지 않았지만, A씨는 현존자동차방화 혐의로 구속됐다.
A씨의 만행에도 B씨는 용서를 택했다. 탄원서를 쓰고 법정에 나가 'A씨와 다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B씨의 용서 덕에 A씨는 징역 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2018년 2월 석방됐다. B씨의 용서를 계기로 두 사람은 재결합했다.
하지만 용서는 독이 됐다. 석방된 A씨는 이전보다 더 폭력적으로 B씨를 대했다. 결국, B씨는 마지막 결단을 내렸다. 2018년 4월 집을 나와 마침내 A씨를 떠난 것이다.
스토킹
그런데 동거 생활이 끝남과 동시에 A씨의 스토킹은 시작됐다. A씨는 B씨가 집을 나간 뒤 연락을 받지 않자 반복적, 지속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A씨의 문자 메시지에는 B씨가 공포에 질릴 정도의 과도한 집착과 분노가 담겼다. '살아 있는 동안 용서 못 한다', '모든 것을 걸고 응징한다'처럼 살인을 암시하는 듯한 표현까지 등장했다.
살해
B씨가 집을 나가고 한 달 뒤인 2018년 5월, A씨는 마침내 B씨가 머물고 있던 부산시 북구의 한 아파트를 찾아냈다. A씨는 아파트 16층의 계단 숨어 40분 가까이 18층에 사는 B씨가 나오길 기다렸다.
B씨가 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타자 A씨는 곧장 16층에서 엘리베이터를 세웠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A씨는 무방비 상태였던 B씨의 목을 움켜잡고 흉기로 위협했다. 그리고는 1층으로 내려가 겁에 질린 B씨를 미리 준비해둔 자신의 차에 강제로 밀어넣었다.
A씨는 B씨를 태운 채 아파트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그때 차 옆으로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갔다. B씨는 다급히 조수석 문을 열고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B씨의 탈출 시도에 A씨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곧장 자신이 갖고 있던 흉기로 B씨의 목을 찔렀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운전자가 '살려달라'는 외침을 들은 뒤 오토바이를 세우고 뒤를 돌아봤을 때, B씨는 피를 흘리며 차에서 도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B씨는 다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저혈량성 외상성 쇼크로 숨졌다. 문자 메시지로 보낸 살인 예고는 결국 한 달도 안 돼 현실이 된 것이다. A씨는 이후 그대로 차를 타고 도망쳤다가 사건 발생 3시간 만에 경북 경주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재판
체포된 이후에도 A씨는 반성하지 않았다. B씨를 고의로 살해한 게 아니라 실랑이를 벌이다 죽은 거라고 변명하기 급급했다.
재판부는 A씨가 흉기와 차량을 미리 준비하고 납치 이후 동선까지 미리 짜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했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가 입은 상처를 근거로 A씨가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봤다.
A씨의 1심 판결 결과는 징역 25년. 이별에서 시작된 스토킹은 결국 여성이 숨지고 나서야 끝이 났다.
다음 기사는 '[살인의 전조 ‘스토킹’]② “합의하면 50원 줄게”…‘온라인’ 스토킹남의 집요한 복수극'으로 이어집니다.
KBS는 이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범죄의 참혹함과 심각성을 고발하는 <여성 살인의 전조(前兆) '스토킹'>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전국 1심 법원에서 선고가 내려진 살인과 살인미수 사건 381건을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들 가운데 살인의 전조 현상으로 '스토킹'이 나타난 사건들을 추렸고, 그중 대표적 사건들을 연속 보도합니다.
의심과 방화
2016년 여름, 40대 연인은 인연을 맺었다. 당시 남성 A씨는 49살, 여성 B씨는 44살이었다. 늦된 연애를 시작한 두 사람은 함께 살며 단란한 일상을 함께했다. 하지만 이듬해 겨울, A씨의 의심이 시작되면서 일상은 악몽으로 변했다. B씨가 몰래 다른 남성을 만날 거라는 막연한 의심은 A씨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의심은 내면에서 확신이 됐고, 집착으로 이어졌다. A씨는 B씨와 함께 동거하던 집에 녹음기를 숨겼고, B씨 차의 블랙박스까지 복원했다. 자신이 없는 사이 누구와 통화하는지, 어디를 가는지 몰래 감시한 것이다. A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죽이겠다"며 B씨를 위협했고, 심지어 B씨 가족까지 협박했다.
2017년 12월, 의심에 지친 B씨는 만남을 정리하려고 했다. 폭력적인 A씨가 두려웠던 B씨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자신을 A씨로부터 지켜달라며 '신변보호'를 신청했다.
그러나 A씨는 순순히 이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를 찾아와서는 갑자기 B씨가 타고 있던 차량에 시너를 던지고 불을 붙였다. 다행히 B씨는 다치지 않았지만, A씨는 현존자동차방화 혐의로 구속됐다.
A씨의 만행에도 B씨는 용서를 택했다. 탄원서를 쓰고 법정에 나가 'A씨와 다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B씨의 용서 덕에 A씨는 징역 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2018년 2월 석방됐다. B씨의 용서를 계기로 두 사람은 재결합했다.
하지만 용서는 독이 됐다. 석방된 A씨는 이전보다 더 폭력적으로 B씨를 대했다. 결국, B씨는 마지막 결단을 내렸다. 2018년 4월 집을 나와 마침내 A씨를 떠난 것이다.
스토킹
그런데 동거 생활이 끝남과 동시에 A씨의 스토킹은 시작됐다. A씨는 B씨가 집을 나간 뒤 연락을 받지 않자 반복적, 지속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A씨의 문자 메시지에는 B씨가 공포에 질릴 정도의 과도한 집착과 분노가 담겼다. '살아 있는 동안 용서 못 한다', '모든 것을 걸고 응징한다'처럼 살인을 암시하는 듯한 표현까지 등장했다.
살해
B씨가 집을 나가고 한 달 뒤인 2018년 5월, A씨는 마침내 B씨가 머물고 있던 부산시 북구의 한 아파트를 찾아냈다. A씨는 아파트 16층의 계단 숨어 40분 가까이 18층에 사는 B씨가 나오길 기다렸다.
B씨가 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타자 A씨는 곧장 16층에서 엘리베이터를 세웠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A씨는 무방비 상태였던 B씨의 목을 움켜잡고 흉기로 위협했다. 그리고는 1층으로 내려가 겁에 질린 B씨를 미리 준비해둔 자신의 차에 강제로 밀어넣었다.
A씨는 B씨를 태운 채 아파트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그때 차 옆으로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갔다. B씨는 다급히 조수석 문을 열고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B씨의 탈출 시도에 A씨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곧장 자신이 갖고 있던 흉기로 B씨의 목을 찔렀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운전자가 '살려달라'는 외침을 들은 뒤 오토바이를 세우고 뒤를 돌아봤을 때, B씨는 피를 흘리며 차에서 도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B씨는 다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저혈량성 외상성 쇼크로 숨졌다. 문자 메시지로 보낸 살인 예고는 결국 한 달도 안 돼 현실이 된 것이다. A씨는 이후 그대로 차를 타고 도망쳤다가 사건 발생 3시간 만에 경북 경주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재판
체포된 이후에도 A씨는 반성하지 않았다. B씨를 고의로 살해한 게 아니라 실랑이를 벌이다 죽은 거라고 변명하기 급급했다.
재판부는 A씨가 흉기와 차량을 미리 준비하고 납치 이후 동선까지 미리 짜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했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가 입은 상처를 근거로 A씨가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봤다.
A씨의 1심 판결 결과는 징역 25년. 이별에서 시작된 스토킹은 결국 여성이 숨지고 나서야 끝이 났다.
다음 기사는 '[살인의 전조 ‘스토킹’]② “합의하면 50원 줄게”…‘온라인’ 스토킹남의 집요한 복수극'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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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윤 기자 l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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