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스토커들의 어긋난 구애…피해자 부모 살해 시도까지

입력 2019.05.21 (07:00) 수정 2019.05.2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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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여성 살인의 전조(前兆) '스토킹'
③고등학생 스토커들의 어긋난 구애…피해자 부모 살해 시도까지

KBS는 스토킹 범죄의 참혹함과 심각성을 고발하는 <여성 살인의 전조(前兆) '스토킹'>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전국 1심 법원에서 선고가 내려진 살인과 살인미수 사건 381건을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이 중 살인의 전조 현상으로 '스토킹'이 나타난 대표적 사건을 연속 보도합니다.


① "다시 만나자" 고등학생 스토커의 엇나간 집착

결별, 스토킹의 시작

충북 충주에 살던 풋풋한 고등학생 연인의 만남은 6개월 뒤 끝났다. 먼저 이별을 요구한 건 B양이었다. 평소 A군이 보인 집착과 폭력성을 견디기 버거웠다. 하지만 단호한 B양의 이별통보를 A군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다시 만나자며 B양을 쫓아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스토킹은 시작됐다.

2017년 11월 2일 새벽, A군은 B양을 찾아와 다시 만나자고 요구했다. B양이 이를 거부하며 집에 들어가려고 하자 갑자기 A군이 B양의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놀란 B양은 휴대전화를 돌려달라며 A군의 팔을 잡았다. 그러자 A군은 B양의 손등을 깨물고 멱살까지 잡아 흔들었다.

마주친 피해 여성 아버지 흉기로 살해 시도

폭행 사건 이틀 뒤인 11월 4일. A군이 다시 찾아왔다. 뻔뻔하게 "다른 남자를 사귀는 게 아니라면 나를 다시 받아달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한 전 남자친구를 다시 마주한 B양은 겁에 질려 있었다.

그때 B양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B양의 아버지였다. B양은 마침 걸려온 아버지의 전화에 "여기 A군이 있다"며 도움을 청했다. 자신의 아버지와 직접 통화해보라고 휴대 전화를 건네자 A군은 그대로 끊어버렸다. 그리고는 B양을 데려가려던 옥상 문이 잠겨 있자 화를 내며 휴대전화를 아파트 밖으로 던졌다.

이후 A군과 B양은 떨어진 휴대전화를 찾으러 내려왔다가 B양의 아버지와 맞닥뜨렸다. 평소 딸 아이를 괴롭히던 A군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B양 아버지가 직접 딸을 찾아 나선 것이다. 화가 난 B양 아버지는 곧장 "너 뭐 하는 거냐. 어른 말이 우습게 들리냐. 이리와 임마!"라고 고함을 치며 A군의 뒤통수를 잡았다. 바로 그때 A군은 미리 준비해둔 흉기를 꺼냈다. 그리곤 B양 아버지를 향해 무참히 휘둘렀다.

가슴과 얼굴을 흉기에 찔린 B양 아버지가 피를 흘리기 시작하자, A군은 주변 목격자들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도망쳤다. 다행히 B양 아버지는 치명상을 피해 목숨을 구했다.

재판부 판단은?

A군은 B양 아버지의 반응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교제하던 여자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A군 공격으로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희생될 수 있었다는 점, 피해자들의 용서를 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② 고등학생 스토커의 치밀한 복수극

'폭행→이별→폭행->…' 끝없는 굴레

비슷한 시기, 대전광역시에서도 고등학생 간 스토킹 범죄가 일어났다. 2017년 10월 22일. 남자친구인 A군은 B양이 집에 가려고 하자 가지 말라며 붙잡았다. 이에 화가 난 B양이 A군을 때리자 A군은 "왜 성격을 건드리냐"라면서 B양을 발로 걷어차고 주먹질했다.

A군의 화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B양에게 "너 왜 짜증 나게 하는 거야"라며 뺨을 때리며 재차 폭행했다. "왜 내 성격 건드리는데. 요즘 잘 대해 주니깐 만만해 보이지, 죽여 버릴 거야"라고 고함을 쳤다. 급기야 A군은 철조망을 바라보며 "목매달기 딱 좋은데, 오늘 너 진짜 죽여버릴 거야"라며 B양의 목을 졸랐다.

폭행 사건 뒤 공포에 질린 B양은 A군을 피했다. 그러자 A군은 B양을 찾아가 본인을 피했다는 이유로 다시 때렸다. 집착과 폭행 때문에 A군을 피하면 A군은 다시 이를 이유로 집착과 폭행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경찰 조사 뒤 앙심…딸 구하려던 엄마를 살해 시도

견디다 못한 B양은 결국 A군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A군은 스토킹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 조사 과정에서 B양 어머니가 자신에게 욕설을 했다는 사실에 앙심을 품고 흉기를 들고 집을 찾아갔다. 살인 후 증거를 숨기기 위해 고무장갑까지 챙겼다.

2017년 10월 25일, 자신이 불러내면 B양이 나오지 않을 거라는 알고 있었기에 A군은 자신의 친구를 시켜 B양을 불러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B양이 나오지 않자 A군은 자신의 친구를 시켜 아파트에서 B양이 나오면 붙잡으라고 지시했다.

새벽부터 3시간 가까이 B양 아파트에서 기다리던 A군은 결국, 집에서 나오던 B양과 B양 어머니를 마주쳤다. 두 사람이 흉기를 든 A군을 보고 소리를 지르자 A군은 B양 어머니를 흉기로 찔렀다. 그리고는 B양을 강제로 끌고 가려고 했다. 흉기에 찔린 B양 어머니가 딸을 구하기 위해 A군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리자, A군은 또 다시 수차례 B양 어머니를 찔렀다. 도망가려던 B양은 결국 A군에게 끌려가 무참히 폭행당했다.

재판부 판단은?

재판부는 A군은 범행이 사전에 계획돼 있었고 피해자들에게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장기 5년에 단기 4년, 즉 최소 4년에서 최대 5년 형을 선고했다.

B양의 대응은 문제가 없었다. A군에게 거절의 의사를 명확히 드러냈고 경찰에 신고까지 했지만, 살인 시도로까지 이어진 스토킹은 막을 방법이 없었다.

다음 기사는 '[살인의 전조 ‘스토킹’]④ 살인 전 스토킹 얼마나?…1심 판결 381건 분석'으로 이어집니다.

[살인의 전조 ‘스토킹’]
① “내 사랑을 모독했어, 기다려”…현실이 된 살인예고
② “합의하면 50원 줄게”…‘온라인’ 스토킹남의 집요한 복수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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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등학생 스토커들의 어긋난 구애…피해자 부모 살해 시도까지
    • 입력 2019-05-21 07:00:30
    • 수정2019-05-29 17:31:14
    취재K
여성 살인의 전조(前兆) '스토킹'<br />③고등학생 스토커들의 어긋난 구애…피해자 부모 살해 시도까지
KBS는 스토킹 범죄의 참혹함과 심각성을 고발하는 <여성 살인의 전조(前兆) '스토킹'>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전국 1심 법원에서 선고가 내려진 살인과 살인미수 사건 381건을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이 중 살인의 전조 현상으로 '스토킹'이 나타난 대표적 사건을 연속 보도합니다.


① "다시 만나자" 고등학생 스토커의 엇나간 집착

결별, 스토킹의 시작

충북 충주에 살던 풋풋한 고등학생 연인의 만남은 6개월 뒤 끝났다. 먼저 이별을 요구한 건 B양이었다. 평소 A군이 보인 집착과 폭력성을 견디기 버거웠다. 하지만 단호한 B양의 이별통보를 A군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다시 만나자며 B양을 쫓아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스토킹은 시작됐다.

2017년 11월 2일 새벽, A군은 B양을 찾아와 다시 만나자고 요구했다. B양이 이를 거부하며 집에 들어가려고 하자 갑자기 A군이 B양의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놀란 B양은 휴대전화를 돌려달라며 A군의 팔을 잡았다. 그러자 A군은 B양의 손등을 깨물고 멱살까지 잡아 흔들었다.

마주친 피해 여성 아버지 흉기로 살해 시도

폭행 사건 이틀 뒤인 11월 4일. A군이 다시 찾아왔다. 뻔뻔하게 "다른 남자를 사귀는 게 아니라면 나를 다시 받아달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한 전 남자친구를 다시 마주한 B양은 겁에 질려 있었다.

그때 B양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B양의 아버지였다. B양은 마침 걸려온 아버지의 전화에 "여기 A군이 있다"며 도움을 청했다. 자신의 아버지와 직접 통화해보라고 휴대 전화를 건네자 A군은 그대로 끊어버렸다. 그리고는 B양을 데려가려던 옥상 문이 잠겨 있자 화를 내며 휴대전화를 아파트 밖으로 던졌다.

이후 A군과 B양은 떨어진 휴대전화를 찾으러 내려왔다가 B양의 아버지와 맞닥뜨렸다. 평소 딸 아이를 괴롭히던 A군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B양 아버지가 직접 딸을 찾아 나선 것이다. 화가 난 B양 아버지는 곧장 "너 뭐 하는 거냐. 어른 말이 우습게 들리냐. 이리와 임마!"라고 고함을 치며 A군의 뒤통수를 잡았다. 바로 그때 A군은 미리 준비해둔 흉기를 꺼냈다. 그리곤 B양 아버지를 향해 무참히 휘둘렀다.

가슴과 얼굴을 흉기에 찔린 B양 아버지가 피를 흘리기 시작하자, A군은 주변 목격자들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도망쳤다. 다행히 B양 아버지는 치명상을 피해 목숨을 구했다.

재판부 판단은?

A군은 B양 아버지의 반응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교제하던 여자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A군 공격으로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희생될 수 있었다는 점, 피해자들의 용서를 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② 고등학생 스토커의 치밀한 복수극

'폭행→이별→폭행->…' 끝없는 굴레

비슷한 시기, 대전광역시에서도 고등학생 간 스토킹 범죄가 일어났다. 2017년 10월 22일. 남자친구인 A군은 B양이 집에 가려고 하자 가지 말라며 붙잡았다. 이에 화가 난 B양이 A군을 때리자 A군은 "왜 성격을 건드리냐"라면서 B양을 발로 걷어차고 주먹질했다.

A군의 화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B양에게 "너 왜 짜증 나게 하는 거야"라며 뺨을 때리며 재차 폭행했다. "왜 내 성격 건드리는데. 요즘 잘 대해 주니깐 만만해 보이지, 죽여 버릴 거야"라고 고함을 쳤다. 급기야 A군은 철조망을 바라보며 "목매달기 딱 좋은데, 오늘 너 진짜 죽여버릴 거야"라며 B양의 목을 졸랐다.

폭행 사건 뒤 공포에 질린 B양은 A군을 피했다. 그러자 A군은 B양을 찾아가 본인을 피했다는 이유로 다시 때렸다. 집착과 폭행 때문에 A군을 피하면 A군은 다시 이를 이유로 집착과 폭행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경찰 조사 뒤 앙심…딸 구하려던 엄마를 살해 시도

견디다 못한 B양은 결국 A군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A군은 스토킹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 조사 과정에서 B양 어머니가 자신에게 욕설을 했다는 사실에 앙심을 품고 흉기를 들고 집을 찾아갔다. 살인 후 증거를 숨기기 위해 고무장갑까지 챙겼다.

2017년 10월 25일, 자신이 불러내면 B양이 나오지 않을 거라는 알고 있었기에 A군은 자신의 친구를 시켜 B양을 불러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B양이 나오지 않자 A군은 자신의 친구를 시켜 아파트에서 B양이 나오면 붙잡으라고 지시했다.

새벽부터 3시간 가까이 B양 아파트에서 기다리던 A군은 결국, 집에서 나오던 B양과 B양 어머니를 마주쳤다. 두 사람이 흉기를 든 A군을 보고 소리를 지르자 A군은 B양 어머니를 흉기로 찔렀다. 그리고는 B양을 강제로 끌고 가려고 했다. 흉기에 찔린 B양 어머니가 딸을 구하기 위해 A군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리자, A군은 또 다시 수차례 B양 어머니를 찔렀다. 도망가려던 B양은 결국 A군에게 끌려가 무참히 폭행당했다.

재판부 판단은?

재판부는 A군은 범행이 사전에 계획돼 있었고 피해자들에게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장기 5년에 단기 4년, 즉 최소 4년에서 최대 5년 형을 선고했다.

B양의 대응은 문제가 없었다. A군에게 거절의 의사를 명확히 드러냈고 경찰에 신고까지 했지만, 살인 시도로까지 이어진 스토킹은 막을 방법이 없었다.

다음 기사는 '[살인의 전조 ‘스토킹’]④ 살인 전 스토킹 얼마나?…1심 판결 381건 분석'으로 이어집니다.

[살인의 전조 ‘스토킹’]
① “내 사랑을 모독했어, 기다려”…현실이 된 살인예고
② “합의하면 50원 줄게”…‘온라인’ 스토킹남의 집요한 복수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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