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하면 50원 줄게”…‘온라인’ 스토킹남의 집요한 복수극
입력 2019.05.20 (07:00)
수정 2019.05.29 (17:3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여성 살인의 전조(前兆) '스토킹'
②“합의하면 50원 줄게”…‘온라인’ 스토킹남의 집요한 복수극
KBS는 스토킹 범죄의 참혹함과 심각성을 고발하는 <여성 살인의 전조(前兆) '스토킹'>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전국 1심 법원에서 선고가 내려진 살인과 살인미수 사건 381건을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이 중 살인의 전조 현상으로 '스토킹'이 나타난 대표적 사건을 연속 보도합니다.
스토킹 신고
2015년 1월, 당시 18살이던 여성 B씨는 온라인 게임을 하다 비슷한 또래의 남성 A씨를 알게 됐다. 게임 채팅창을 통해 우연히 이어진 이 인연이 길고 긴 악몽의 시작이었다.
A씨는 채팅을 주고받으면서 B씨의 상냥한 말투가 마음에 들었다. 얼마 뒤 A씨는 한번 실제로 만나보자고 B씨에게 제안했다. 하지만 B씨는 이 제안이 달갑지 않아 거절했다. A씨가 돌변한 건 바로 이때부터였다.
A씨는 B씨의 휴대전화로 계속해서 만나달라며 연락했다. 계속된 구애에 불편함과 공포를 느낀 B씨는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다. 그러자 A씨는 B씨의 SNS로 찾아와 교제를 졸랐다. 그럼에도 B씨가 거절하자 모욕적인 험담을 했다. 급기야 B씨 사진과 이름을 도용해 B씨 지인들에게 악성 댓글까지 달았다.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른 B씨는 A씨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협박
A씨는 고소를 취하하라며 B씨를 협박했다. 온라인 게임 대화창과 SNS를 통해 집요할 정도로 A씨를 괴롭혔다.
B씨는 A씨에게 고소 취하를 종용하며 욕설과 함께 살해 위협을 했다. 심지어는 A씨 부모에 대한 살해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A씨는 2016년 6월 특가법상 보복 협박 등의 혐의가 인정돼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보복 살인
A씨는 수감 중에도 반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복을 결심했다. 2017년 1월 출소 이후 B씨에게 협박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또 다른 스토킹이 시작된 거다.
수사기관도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고 B씨를 조롱했고, 차마 입으로 옮겨 담지 못할 만큼 험한 말로 위협을 하기도 했다.
A씨의 협박은 허언이 아니었다. 앙심을 품은 A씨는 B씨를 죽이겠다고 결심하고 구체적으로 준비에 나섰다. 우선 B씨가 SNS에 올린 사진을 통해 B씨가 ○○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짐을 챙겨 ○○로 내려갔다. 낮에는 공사장 일용직으로 일하고 밤에는 모텔에서 머물며 B씨의 소재를 찾기 위해 B씨의 SNS를 계속 확인했다.
A씨의 집요한 추적이 이뤄지던 시기에 이를 몰랐던 B씨는 사진 한 장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자신의 아버지가 일하는 사무실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이를 본 A씨는 해당 사진을 유명 포털사이트에 '여기가 어디일까요?"'라는 제목으로 게시했다. 누리꾼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A씨는 그 사진이 촬영된 장소가 ○○의 한 회사라는 걸 확인했다. A씨는 B씨가 거기에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살인 미수
A씨는 망치와 칼, 쇠칼, 목장갑을 준비해 B씨 아버지 회사로 향했다. 찾아간 회사 건물에서 우연히 B씨 아버지와 마주쳤다. B씨 아버지는 오랜 기간 자신의 딸을 괴롭혀왔던 A씨의 얼굴을 단번에 알아봤다. B씨가 '혹시나 A씨가 자신을 찾아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이달 초 경찰에 신변보호까지 해둔 터였다.
B씨 아버지는 A씨에게 "너 뭐하는 자식이야"라며 왼손으로 A씨 멱살을 잡고 사무실 밖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함께 있던 여직원에게 경찰에 신고하라고 말했다. 그때 A씨는 상의 주머니에서 흉기를 꺼내 B씨 아버지 가슴을 찔렀다. 이후 A씨가 재차 흉기를 휘두르려던 순간 주변에 있던 회사 직원들이 달려들면서 살인 시도는 미수에 그쳤다.
다행히 흉기가 갈비뼈 위를 찔러 전치 3주에 그쳤지만, 흉기가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갔다면 B씨 아버지는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를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재판
법정에서 선 A씨는 반성의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B씨를 죽이기 위해 ○○로 왔다고 말했고, 살인을 준비하고 계획했던 사실들을 막힘없이 진술했다.
심지어 구속 상태로 재판이 진행 중이 상황에서 B씨에게 '넌 진짜 운좋다. 너 한 명 때문에 여러 명이 다쳤는데 넌 그냥 멀쩡하잖아"라는 글과 쓰레기를 우편으로 보냈다. B씨 아버지에게도 "제가 요새 당신 딸 때문에 얼마나 피곤한 줄 아세요? 혹시 저한테 깔빵 1대 맞았다고 돈벼락 터질 궁리하는 거는 아니죠? 50원에 합의해드릴 수 있어요. 그 이상은 안 돼요' 라고 비아냥대는 글까지 보냈다.
법원은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했다.
A씨는 과연 10년의 수감생활 동안 얼마나 자신의 죄를 반성할까?
다음 기사는 '[살인의 전조 ‘스토킹’]③ 고등학생 스토커들의 어긋난 구애…피해자 부모 살해 시도까지'로 이어집니다.
[연관기사] [살인의 전조 ‘스토킹’]① “내 사랑을 모독했어, 기다려”…현실이 된 살인예고
스토킹 신고
2015년 1월, 당시 18살이던 여성 B씨는 온라인 게임을 하다 비슷한 또래의 남성 A씨를 알게 됐다. 게임 채팅창을 통해 우연히 이어진 이 인연이 길고 긴 악몽의 시작이었다.
A씨는 채팅을 주고받으면서 B씨의 상냥한 말투가 마음에 들었다. 얼마 뒤 A씨는 한번 실제로 만나보자고 B씨에게 제안했다. 하지만 B씨는 이 제안이 달갑지 않아 거절했다. A씨가 돌변한 건 바로 이때부터였다.
A씨는 B씨의 휴대전화로 계속해서 만나달라며 연락했다. 계속된 구애에 불편함과 공포를 느낀 B씨는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다. 그러자 A씨는 B씨의 SNS로 찾아와 교제를 졸랐다. 그럼에도 B씨가 거절하자 모욕적인 험담을 했다. 급기야 B씨 사진과 이름을 도용해 B씨 지인들에게 악성 댓글까지 달았다.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른 B씨는 A씨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협박
A씨는 고소를 취하하라며 B씨를 협박했다. 온라인 게임 대화창과 SNS를 통해 집요할 정도로 A씨를 괴롭혔다.
A씨가 B씨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 재구성
B씨는 A씨에게 고소 취하를 종용하며 욕설과 함께 살해 위협을 했다. 심지어는 A씨 부모에 대한 살해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A씨는 2016년 6월 특가법상 보복 협박 등의 혐의가 인정돼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보복 살인
A씨는 수감 중에도 반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복을 결심했다. 2017년 1월 출소 이후 B씨에게 협박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또 다른 스토킹이 시작된 거다.
A씨가 출소 이후에 B씨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 재구성
수사기관도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고 B씨를 조롱했고, 차마 입으로 옮겨 담지 못할 만큼 험한 말로 위협을 하기도 했다.
A씨의 협박은 허언이 아니었다. 앙심을 품은 A씨는 B씨를 죽이겠다고 결심하고 구체적으로 준비에 나섰다. 우선 B씨가 SNS에 올린 사진을 통해 B씨가 ○○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짐을 챙겨 ○○로 내려갔다. 낮에는 공사장 일용직으로 일하고 밤에는 모텔에서 머물며 B씨의 소재를 찾기 위해 B씨의 SNS를 계속 확인했다.
A씨의 집요한 추적이 이뤄지던 시기에 이를 몰랐던 B씨는 사진 한 장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자신의 아버지가 일하는 사무실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이를 본 A씨는 해당 사진을 유명 포털사이트에 '여기가 어디일까요?"'라는 제목으로 게시했다. 누리꾼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A씨는 그 사진이 촬영된 장소가 ○○의 한 회사라는 걸 확인했다. A씨는 B씨가 거기에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살인 미수
A씨는 망치와 칼, 쇠칼, 목장갑을 준비해 B씨 아버지 회사로 향했다. 찾아간 회사 건물에서 우연히 B씨 아버지와 마주쳤다. B씨 아버지는 오랜 기간 자신의 딸을 괴롭혀왔던 A씨의 얼굴을 단번에 알아봤다. B씨가 '혹시나 A씨가 자신을 찾아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이달 초 경찰에 신변보호까지 해둔 터였다.
B씨 아버지는 A씨에게 "너 뭐하는 자식이야"라며 왼손으로 A씨 멱살을 잡고 사무실 밖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함께 있던 여직원에게 경찰에 신고하라고 말했다. 그때 A씨는 상의 주머니에서 흉기를 꺼내 B씨 아버지 가슴을 찔렀다. 이후 A씨가 재차 흉기를 휘두르려던 순간 주변에 있던 회사 직원들이 달려들면서 살인 시도는 미수에 그쳤다.
다행히 흉기가 갈비뼈 위를 찔러 전치 3주에 그쳤지만, 흉기가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갔다면 B씨 아버지는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를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재판
법정에서 선 A씨는 반성의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B씨를 죽이기 위해 ○○로 왔다고 말했고, 살인을 준비하고 계획했던 사실들을 막힘없이 진술했다.
심지어 구속 상태로 재판이 진행 중이 상황에서 B씨에게 '넌 진짜 운좋다. 너 한 명 때문에 여러 명이 다쳤는데 넌 그냥 멀쩡하잖아"라는 글과 쓰레기를 우편으로 보냈다. B씨 아버지에게도 "제가 요새 당신 딸 때문에 얼마나 피곤한 줄 아세요? 혹시 저한테 깔빵 1대 맞았다고 돈벼락 터질 궁리하는 거는 아니죠? 50원에 합의해드릴 수 있어요. 그 이상은 안 돼요' 라고 비아냥대는 글까지 보냈다.
법원은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했다.
A씨는 과연 10년의 수감생활 동안 얼마나 자신의 죄를 반성할까?
다음 기사는 '[살인의 전조 ‘스토킹’]③ 고등학생 스토커들의 어긋난 구애…피해자 부모 살해 시도까지'로 이어집니다.
[연관기사] [살인의 전조 ‘스토킹’]① “내 사랑을 모독했어, 기다려”…현실이 된 살인예고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합의하면 50원 줄게”…‘온라인’ 스토킹남의 집요한 복수극
-
- 입력 2019-05-20 07:00:02
- 수정2019-05-29 17:31:13
여성 살인의 전조(前兆) '스토킹'<br />②“합의하면 50원 줄게”…‘온라인’ 스토킹남의 집요한 복수극
KBS는 스토킹 범죄의 참혹함과 심각성을 고발하는 <여성 살인의 전조(前兆) '스토킹'>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전국 1심 법원에서 선고가 내려진 살인과 살인미수 사건 381건을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이 중 살인의 전조 현상으로 '스토킹'이 나타난 대표적 사건을 연속 보도합니다.
스토킹 신고
2015년 1월, 당시 18살이던 여성 B씨는 온라인 게임을 하다 비슷한 또래의 남성 A씨를 알게 됐다. 게임 채팅창을 통해 우연히 이어진 이 인연이 길고 긴 악몽의 시작이었다.
A씨는 채팅을 주고받으면서 B씨의 상냥한 말투가 마음에 들었다. 얼마 뒤 A씨는 한번 실제로 만나보자고 B씨에게 제안했다. 하지만 B씨는 이 제안이 달갑지 않아 거절했다. A씨가 돌변한 건 바로 이때부터였다.
A씨는 B씨의 휴대전화로 계속해서 만나달라며 연락했다. 계속된 구애에 불편함과 공포를 느낀 B씨는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다. 그러자 A씨는 B씨의 SNS로 찾아와 교제를 졸랐다. 그럼에도 B씨가 거절하자 모욕적인 험담을 했다. 급기야 B씨 사진과 이름을 도용해 B씨 지인들에게 악성 댓글까지 달았다.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른 B씨는 A씨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협박
A씨는 고소를 취하하라며 B씨를 협박했다. 온라인 게임 대화창과 SNS를 통해 집요할 정도로 A씨를 괴롭혔다.
B씨는 A씨에게 고소 취하를 종용하며 욕설과 함께 살해 위협을 했다. 심지어는 A씨 부모에 대한 살해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A씨는 2016년 6월 특가법상 보복 협박 등의 혐의가 인정돼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보복 살인
A씨는 수감 중에도 반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복을 결심했다. 2017년 1월 출소 이후 B씨에게 협박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또 다른 스토킹이 시작된 거다.
수사기관도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고 B씨를 조롱했고, 차마 입으로 옮겨 담지 못할 만큼 험한 말로 위협을 하기도 했다.
A씨의 협박은 허언이 아니었다. 앙심을 품은 A씨는 B씨를 죽이겠다고 결심하고 구체적으로 준비에 나섰다. 우선 B씨가 SNS에 올린 사진을 통해 B씨가 ○○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짐을 챙겨 ○○로 내려갔다. 낮에는 공사장 일용직으로 일하고 밤에는 모텔에서 머물며 B씨의 소재를 찾기 위해 B씨의 SNS를 계속 확인했다.
A씨의 집요한 추적이 이뤄지던 시기에 이를 몰랐던 B씨는 사진 한 장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자신의 아버지가 일하는 사무실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이를 본 A씨는 해당 사진을 유명 포털사이트에 '여기가 어디일까요?"'라는 제목으로 게시했다. 누리꾼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A씨는 그 사진이 촬영된 장소가 ○○의 한 회사라는 걸 확인했다. A씨는 B씨가 거기에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살인 미수
A씨는 망치와 칼, 쇠칼, 목장갑을 준비해 B씨 아버지 회사로 향했다. 찾아간 회사 건물에서 우연히 B씨 아버지와 마주쳤다. B씨 아버지는 오랜 기간 자신의 딸을 괴롭혀왔던 A씨의 얼굴을 단번에 알아봤다. B씨가 '혹시나 A씨가 자신을 찾아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이달 초 경찰에 신변보호까지 해둔 터였다.
B씨 아버지는 A씨에게 "너 뭐하는 자식이야"라며 왼손으로 A씨 멱살을 잡고 사무실 밖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함께 있던 여직원에게 경찰에 신고하라고 말했다. 그때 A씨는 상의 주머니에서 흉기를 꺼내 B씨 아버지 가슴을 찔렀다. 이후 A씨가 재차 흉기를 휘두르려던 순간 주변에 있던 회사 직원들이 달려들면서 살인 시도는 미수에 그쳤다.
다행히 흉기가 갈비뼈 위를 찔러 전치 3주에 그쳤지만, 흉기가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갔다면 B씨 아버지는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를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재판
법정에서 선 A씨는 반성의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B씨를 죽이기 위해 ○○로 왔다고 말했고, 살인을 준비하고 계획했던 사실들을 막힘없이 진술했다.
심지어 구속 상태로 재판이 진행 중이 상황에서 B씨에게 '넌 진짜 운좋다. 너 한 명 때문에 여러 명이 다쳤는데 넌 그냥 멀쩡하잖아"라는 글과 쓰레기를 우편으로 보냈다. B씨 아버지에게도 "제가 요새 당신 딸 때문에 얼마나 피곤한 줄 아세요? 혹시 저한테 깔빵 1대 맞았다고 돈벼락 터질 궁리하는 거는 아니죠? 50원에 합의해드릴 수 있어요. 그 이상은 안 돼요' 라고 비아냥대는 글까지 보냈다.
법원은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했다.
A씨는 과연 10년의 수감생활 동안 얼마나 자신의 죄를 반성할까?
다음 기사는 '[살인의 전조 ‘스토킹’]③ 고등학생 스토커들의 어긋난 구애…피해자 부모 살해 시도까지'로 이어집니다.
[연관기사] [살인의 전조 ‘스토킹’]① “내 사랑을 모독했어, 기다려”…현실이 된 살인예고
스토킹 신고
2015년 1월, 당시 18살이던 여성 B씨는 온라인 게임을 하다 비슷한 또래의 남성 A씨를 알게 됐다. 게임 채팅창을 통해 우연히 이어진 이 인연이 길고 긴 악몽의 시작이었다.
A씨는 채팅을 주고받으면서 B씨의 상냥한 말투가 마음에 들었다. 얼마 뒤 A씨는 한번 실제로 만나보자고 B씨에게 제안했다. 하지만 B씨는 이 제안이 달갑지 않아 거절했다. A씨가 돌변한 건 바로 이때부터였다.
A씨는 B씨의 휴대전화로 계속해서 만나달라며 연락했다. 계속된 구애에 불편함과 공포를 느낀 B씨는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다. 그러자 A씨는 B씨의 SNS로 찾아와 교제를 졸랐다. 그럼에도 B씨가 거절하자 모욕적인 험담을 했다. 급기야 B씨 사진과 이름을 도용해 B씨 지인들에게 악성 댓글까지 달았다.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른 B씨는 A씨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협박
A씨는 고소를 취하하라며 B씨를 협박했다. 온라인 게임 대화창과 SNS를 통해 집요할 정도로 A씨를 괴롭혔다.
B씨는 A씨에게 고소 취하를 종용하며 욕설과 함께 살해 위협을 했다. 심지어는 A씨 부모에 대한 살해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A씨는 2016년 6월 특가법상 보복 협박 등의 혐의가 인정돼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보복 살인
A씨는 수감 중에도 반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복을 결심했다. 2017년 1월 출소 이후 B씨에게 협박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또 다른 스토킹이 시작된 거다.
수사기관도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고 B씨를 조롱했고, 차마 입으로 옮겨 담지 못할 만큼 험한 말로 위협을 하기도 했다.
A씨의 협박은 허언이 아니었다. 앙심을 품은 A씨는 B씨를 죽이겠다고 결심하고 구체적으로 준비에 나섰다. 우선 B씨가 SNS에 올린 사진을 통해 B씨가 ○○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짐을 챙겨 ○○로 내려갔다. 낮에는 공사장 일용직으로 일하고 밤에는 모텔에서 머물며 B씨의 소재를 찾기 위해 B씨의 SNS를 계속 확인했다.
A씨의 집요한 추적이 이뤄지던 시기에 이를 몰랐던 B씨는 사진 한 장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자신의 아버지가 일하는 사무실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이를 본 A씨는 해당 사진을 유명 포털사이트에 '여기가 어디일까요?"'라는 제목으로 게시했다. 누리꾼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A씨는 그 사진이 촬영된 장소가 ○○의 한 회사라는 걸 확인했다. A씨는 B씨가 거기에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살인 미수
A씨는 망치와 칼, 쇠칼, 목장갑을 준비해 B씨 아버지 회사로 향했다. 찾아간 회사 건물에서 우연히 B씨 아버지와 마주쳤다. B씨 아버지는 오랜 기간 자신의 딸을 괴롭혀왔던 A씨의 얼굴을 단번에 알아봤다. B씨가 '혹시나 A씨가 자신을 찾아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이달 초 경찰에 신변보호까지 해둔 터였다.
B씨 아버지는 A씨에게 "너 뭐하는 자식이야"라며 왼손으로 A씨 멱살을 잡고 사무실 밖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함께 있던 여직원에게 경찰에 신고하라고 말했다. 그때 A씨는 상의 주머니에서 흉기를 꺼내 B씨 아버지 가슴을 찔렀다. 이후 A씨가 재차 흉기를 휘두르려던 순간 주변에 있던 회사 직원들이 달려들면서 살인 시도는 미수에 그쳤다.
다행히 흉기가 갈비뼈 위를 찔러 전치 3주에 그쳤지만, 흉기가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갔다면 B씨 아버지는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를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재판
법정에서 선 A씨는 반성의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B씨를 죽이기 위해 ○○로 왔다고 말했고, 살인을 준비하고 계획했던 사실들을 막힘없이 진술했다.
심지어 구속 상태로 재판이 진행 중이 상황에서 B씨에게 '넌 진짜 운좋다. 너 한 명 때문에 여러 명이 다쳤는데 넌 그냥 멀쩡하잖아"라는 글과 쓰레기를 우편으로 보냈다. B씨 아버지에게도 "제가 요새 당신 딸 때문에 얼마나 피곤한 줄 아세요? 혹시 저한테 깔빵 1대 맞았다고 돈벼락 터질 궁리하는 거는 아니죠? 50원에 합의해드릴 수 있어요. 그 이상은 안 돼요' 라고 비아냥대는 글까지 보냈다.
법원은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했다.
A씨는 과연 10년의 수감생활 동안 얼마나 자신의 죄를 반성할까?
다음 기사는 '[살인의 전조 ‘스토킹’]③ 고등학생 스토커들의 어긋난 구애…피해자 부모 살해 시도까지'로 이어집니다.
[연관기사] [살인의 전조 ‘스토킹’]① “내 사랑을 모독했어, 기다려”…현실이 된 살인예고
-
-
이화진 기자 hosky@kbs.co.kr
이화진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시리즈
살인의 전조 ‘스토킹’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