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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異)판결]⑧ 경찰관 때린 시민들에게 내려진 일련의 무죄판결, 이유는?
입력 2019.07.16 (07:02) 수정 2019.07.16 (07:59) 취재K
[이(異)판결]⑧ 경찰관 때린 시민들에게 내려진 일련의 무죄판결, 이유는?
※원고와 피고를 모두 만족하게 하는 판결은 없습니다. 법적인 판단은 국민 정서와도 자주 부딪칩니다. 그래도 우리가 판결에 관심을 갖는 건 세상사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이(異)란 '다르다' '기이하다' '뛰어나다' 등 여러 가지 뜻이 있습니다. 연재로 소개될 판결들에 대한 평가도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술집에서 만취해 퇴거에 응하지 않는 취객. 경찰이 출동했으나, 나가기를 거부하고 음식값도 내지 않았다. 경찰의 신분 확인 요청도 거부하고 욕을 했다. 경찰은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이 과정에서 그는 경찰관의 얼굴을 때렸다. 그런데 법원은 A씨에 대해 죄가 없다고 봤다. 이유는 뭘까.

사건은 지난해 10월 3일 벌어졌다.

이날 오후 충북 청주의 한 치킨집에서 A(47)씨는 술을 마셨다. 술 4병을 마신 뒤 자리를 떴다.

몇 시간 뒤인 새벽 2시에 A씨가 다시 치킨집에 나타났다. 만취한 상태였다. 맥주 2병을 더 마신 그는 돈을 계산하지도 않았고, 그만 나가달라는 주인의 요구도 응하지 않았다. 가게 주인은 인근 횟집 사장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A씨의 신분 확인을 위해 주민등록증을 요구했지만 A씨는 거부했다. 경찰은 A씨에게 주인 요청대로 술값을 계산하고 가게에서 나갈 것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A씨는 경찰에게 욕도 했다.

그러자 경찰은 A씨를 무전취식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A씨는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A씨가 휘두른 팔에 얼굴을 맞았다. A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 쟁점은 이 체포가 과연 정당한 것이었는지 여부였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은 인신 구속을 위해서는 법관이 발부된 영장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헌데 이 현행범 체포는 영장주의의 예외로 법에 규정돼 있다.

현행범인이란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실행의 직후인 자(者)를 말한다. 이처럼 현행범인 경우 영장 없이 체포될 수 있다. 단 48시간 이내에 정식으로 구속되지 않으면 석방해야 한다.

현행범인을 체포할 때도 미란다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체포 시 피의사실 요지,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알려줘야 한다.


형사소송법은 경미한 사건의 현행범 체포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할 것을 규정한다. 5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죄의 현행 범인에 대해서는 주거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에 한해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다. (형사소송법 214조)

경찰은 A씨에 대한 현행범 체포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가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아 주거 확인이 불가능했고, 이에 따라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큰 상황에서 무전취식에 따른 현행범 체포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정당한 공무집행에 대해 욕설을 하고 폭력적으로 저항한 A씨에 대해서는 공무집행 방해죄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 공소사실이었다.


그러나 법원의 생각은 달랐다.

청주지법 고승일 판사는 공무집행 방해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현행범 체포는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라고 봤다. 이유는 이렇다.

① 가게 수인이 술값이 얼마 안 되니 A씨를 그냥 퇴거만 시켜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따라서 무전취식 혐의를 물을 만한 사정이 없다.

② 경찰은 피고인이 건넨 가방 속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 주소 확인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③ 파출소에서 A씨의 가방을 열어보니 신분증과 술값을 지불할 카드가 있었다.

④ 피고인이 도망가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이유를 들어 재판부는 “경찰은 현행범 체포에 앞서 피고인의 가방에서 신분증 등을 확인해 귀가 조처를 도모하거나, 지구대 등에 보호해 술에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방법 등을 우선적으로 취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경찰이 피고인을 무전취식 혐의로 체포한 행위는 현행범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피고인이 체포를 면하려고 반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폭행을 가한 것은 공무집행방해죄의 구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렇다면 경찰관의 체포가 정당하지 않다면 물리력으로 저항해도 죄를 물을 수 없을까.

2017년 대법원판결을 보자.

이번 판결처럼 경찰관의 현행범 체포 과정에서 저항해 경찰관에게 주먹을 휘두른 경우 체포 과정의 적법성을 따져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판결이 있다.

경찰관 낭심을 움켜쥔 사건

2015년 6월 B모씨는 술에 취한 채 골목길을 걷다가 지나가는 차량의 사이드미러에 팔을 부딪쳤다. 차에서 내린 운전자 일행과 B씨가 시비가 붙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운전자 일행으로부터 B씨의 폭행 사실을 전해 들었다.

B씨는 경찰에 대해 거칠게 대응했다. 결국, B가 경찰의 낭심을 움켜잡자 경찰은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해 현행범 체포했다. 검찰은 B씨에 대해 폭행과 상해,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B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1,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났고,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이 났다.

이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경찰관의 현행범 체포가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현행범 체포가 합당한 지 판단할 때 범죄의 명백성과 도망갈 우려, 가벌성 등의 기준을 제시했다.

① B씨가 폭력을 휘둘렀다는 운전자 일행의 말만 들었을 뿐 경찰관은 주변 차량 영상 등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거나 목격자의 진술은 들어보지 않았다. 따라서 ‘범죄의 명백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② 경찰이 출동했을 때 말다툼만 하고 있을 뿐 폭행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따라서 ‘범죄를 실행 중인’ 인 현행범으로 보기 어렵다.

③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경미한 범죄라는 점에서 현행범 체포 필요성이 크지 않다.

이런 이유로 대법원은 해당 경찰관의 현행범 체포는 위법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선행행위인 폭행은 무죄가 해당되고, 후행 행위인 공무집행 방해는 위법한 체포에 항거하기 위한 것으로 정당방위에 해당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대법원은 판결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법원은 사법경찰관에 의한 현행범 체포에 대해 매우 까다로운 잣대를 적용해 정당성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현행범 체포가 영장주의의 예외인 만큼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따라서 체포의 정당성이 인정받지 못할 경우 이 과정에서 발생한 경찰관에 대한 물리적 저항은 위법성이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 [이(異)판결]⑧ 경찰관 때린 시민들에게 내려진 일련의 무죄판결, 이유는?
    • 입력 2019.07.16 (07:02)
    • 수정 2019.07.16 (07:59)
    취재K
[이(異)판결]⑧ 경찰관 때린 시민들에게 내려진 일련의 무죄판결, 이유는?
※원고와 피고를 모두 만족하게 하는 판결은 없습니다. 법적인 판단은 국민 정서와도 자주 부딪칩니다. 그래도 우리가 판결에 관심을 갖는 건 세상사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이(異)란 '다르다' '기이하다' '뛰어나다' 등 여러 가지 뜻이 있습니다. 연재로 소개될 판결들에 대한 평가도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술집에서 만취해 퇴거에 응하지 않는 취객. 경찰이 출동했으나, 나가기를 거부하고 음식값도 내지 않았다. 경찰의 신분 확인 요청도 거부하고 욕을 했다. 경찰은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이 과정에서 그는 경찰관의 얼굴을 때렸다. 그런데 법원은 A씨에 대해 죄가 없다고 봤다. 이유는 뭘까.

사건은 지난해 10월 3일 벌어졌다.

이날 오후 충북 청주의 한 치킨집에서 A(47)씨는 술을 마셨다. 술 4병을 마신 뒤 자리를 떴다.

몇 시간 뒤인 새벽 2시에 A씨가 다시 치킨집에 나타났다. 만취한 상태였다. 맥주 2병을 더 마신 그는 돈을 계산하지도 않았고, 그만 나가달라는 주인의 요구도 응하지 않았다. 가게 주인은 인근 횟집 사장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A씨의 신분 확인을 위해 주민등록증을 요구했지만 A씨는 거부했다. 경찰은 A씨에게 주인 요청대로 술값을 계산하고 가게에서 나갈 것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A씨는 경찰에게 욕도 했다.

그러자 경찰은 A씨를 무전취식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A씨는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A씨가 휘두른 팔에 얼굴을 맞았다. A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 쟁점은 이 체포가 과연 정당한 것이었는지 여부였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은 인신 구속을 위해서는 법관이 발부된 영장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헌데 이 현행범 체포는 영장주의의 예외로 법에 규정돼 있다.

현행범인이란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실행의 직후인 자(者)를 말한다. 이처럼 현행범인 경우 영장 없이 체포될 수 있다. 단 48시간 이내에 정식으로 구속되지 않으면 석방해야 한다.

현행범인을 체포할 때도 미란다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체포 시 피의사실 요지,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알려줘야 한다.


형사소송법은 경미한 사건의 현행범 체포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할 것을 규정한다. 5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죄의 현행 범인에 대해서는 주거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에 한해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다. (형사소송법 214조)

경찰은 A씨에 대한 현행범 체포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가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아 주거 확인이 불가능했고, 이에 따라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큰 상황에서 무전취식에 따른 현행범 체포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정당한 공무집행에 대해 욕설을 하고 폭력적으로 저항한 A씨에 대해서는 공무집행 방해죄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 공소사실이었다.


그러나 법원의 생각은 달랐다.

청주지법 고승일 판사는 공무집행 방해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현행범 체포는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라고 봤다. 이유는 이렇다.

① 가게 수인이 술값이 얼마 안 되니 A씨를 그냥 퇴거만 시켜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따라서 무전취식 혐의를 물을 만한 사정이 없다.

② 경찰은 피고인이 건넨 가방 속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 주소 확인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③ 파출소에서 A씨의 가방을 열어보니 신분증과 술값을 지불할 카드가 있었다.

④ 피고인이 도망가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이유를 들어 재판부는 “경찰은 현행범 체포에 앞서 피고인의 가방에서 신분증 등을 확인해 귀가 조처를 도모하거나, 지구대 등에 보호해 술에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방법 등을 우선적으로 취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경찰이 피고인을 무전취식 혐의로 체포한 행위는 현행범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피고인이 체포를 면하려고 반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폭행을 가한 것은 공무집행방해죄의 구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렇다면 경찰관의 체포가 정당하지 않다면 물리력으로 저항해도 죄를 물을 수 없을까.

2017년 대법원판결을 보자.

이번 판결처럼 경찰관의 현행범 체포 과정에서 저항해 경찰관에게 주먹을 휘두른 경우 체포 과정의 적법성을 따져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판결이 있다.

경찰관 낭심을 움켜쥔 사건

2015년 6월 B모씨는 술에 취한 채 골목길을 걷다가 지나가는 차량의 사이드미러에 팔을 부딪쳤다. 차에서 내린 운전자 일행과 B씨가 시비가 붙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운전자 일행으로부터 B씨의 폭행 사실을 전해 들었다.

B씨는 경찰에 대해 거칠게 대응했다. 결국, B가 경찰의 낭심을 움켜잡자 경찰은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해 현행범 체포했다. 검찰은 B씨에 대해 폭행과 상해,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B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1,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났고,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이 났다.

이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경찰관의 현행범 체포가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현행범 체포가 합당한 지 판단할 때 범죄의 명백성과 도망갈 우려, 가벌성 등의 기준을 제시했다.

① B씨가 폭력을 휘둘렀다는 운전자 일행의 말만 들었을 뿐 경찰관은 주변 차량 영상 등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거나 목격자의 진술은 들어보지 않았다. 따라서 ‘범죄의 명백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② 경찰이 출동했을 때 말다툼만 하고 있을 뿐 폭행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따라서 ‘범죄를 실행 중인’ 인 현행범으로 보기 어렵다.

③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경미한 범죄라는 점에서 현행범 체포 필요성이 크지 않다.

이런 이유로 대법원은 해당 경찰관의 현행범 체포는 위법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선행행위인 폭행은 무죄가 해당되고, 후행 행위인 공무집행 방해는 위법한 체포에 항거하기 위한 것으로 정당방위에 해당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대법원은 판결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법원은 사법경찰관에 의한 현행범 체포에 대해 매우 까다로운 잣대를 적용해 정당성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현행범 체포가 영장주의의 예외인 만큼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따라서 체포의 정당성이 인정받지 못할 경우 이 과정에서 발생한 경찰관에 대한 물리적 저항은 위법성이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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