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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異)판결]⑪ 성폭행당했다고 상대남을 무고한 아내, 그녀에게 내려진 집행유예
입력 2019.09.17 (13:56) 수정 2019.09.17 (13:59) 취재K
[이(異)판결]⑪ 성폭행당했다고 상대남을 무고한 아내, 그녀에게 내려진 집행유예
※원고와 피고를 모두 만족하게 하는 판결은 없습니다. 법적인 판단은 국민 정서와도 자주 부딪칩니다. 그래도 우리가 판결에 관심을 갖는 건 세상사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이(異)란 '다르다' '기이하다' '뛰어나다' 등 여러 가지 뜻이 있습니다. 연재로 소개될 판결들에 대한 평가도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지난 2월 19일 새벽 0시 43분쯤 부산의 한 모텔 앞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모텔에서 나오는 남녀를 향해 한 남성이 달려왔다. 달려온 남성은 여성의 남편. 불륜 관계를 맺고 나오는 남녀를 남편이 직접 목격한 것이다.

남편은 흥분해서 두 사람을 몰아붙였다.

여성 A(37) 씨는 다급해지자 남편에게 자신이 모텔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모텔에 끌려들어 갔고, 성폭행당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날이 밝자 A 씨는 함께 모텔에 들어갔던 남성 B 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에서 두 사람의 진술은 엇갈렸다.

A 씨는 자신이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한 반면, B 씨는 “합의된 성관계”라고 맞섰다.

결정적인 자료는 CCTV였다.

경찰이 확인한 CCTV에 담긴 두 사람의 모습은 성폭행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다정했다.

A씨가 술에 취한 것으로는 보였지만, 웃는 모습으로 B 씨와 손을 잡고 모텔을 나가는 모습이 찍혔다. A 씨의 상태가 만취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다소 취기가 있는 정도일 뿐 비틀거리지 않고 정상적으로 보행했다.

B 씨에겐 당연히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고, 검찰은 A 씨를 무고죄로 기소했다.

우리나라 법에는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것은 자유지만, 고소에는 법적인 책임이 따르게 된다. 타인을 형사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신고할 경우 무고죄로 처벌하게 돼 있다.


A씨가 자신의 불륜을 감추기 위해 허위로 성폭행 신고를 했다는 것이 검찰의 공소사실이었다.

재판에서 A 씨와 변호인은 무고의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즉 "악의적으로 허위 신고를 한 것이 아니라 만취해 성관계 당시가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서 B 씨 성폭력을 조사해 보고 혐의가 인정되면 처벌해달라 “는 의미였다고 주장했다. 무고의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불륜을 저지를 당시 자신은 만취해 있었다고 A 씨는 주장했다.

판사는 이런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부산지법 형사9단독 김상현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취한 정도가 심하지 않았고, 상대방 남자를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신고를 한 것이 인정된다"면서 무고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김 판사는 "무고죄는 국가 심판기능의 적정한 행사라는 국가 법익을 침해하고 피무고자의 법적 안정성을 심하게 위협하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판사는 A 씨에 대해 실형은 선고하지 않았다. 김 판사는 “피고인이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에 대해 무고죄에 대한 엄단 필요성에 비추어 지나치게 약한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무고죄에 대해 전통적으로 관대한 처벌을 해왔다.

2016년 자료를 보면 무고죄만으로 기소된 1,206명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전체 11%(141명)에 그쳤다. 벌금형이 47%, 집행유예가 32%였다. 무고죄의 형량이 형법상 10년 이하의 지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해진 것에 비하면 매우 약한 처벌이다.

그러나 이런 관대한 처벌이 고소를 남발하고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에 따라 2017년 김수남 검찰총장은 무고죄에 대해 엄단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고, 최근 들어 법원 판결도 무고죄에 대해 엄벌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무고는 사법 질서를 교란하고 억울한 피해자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는 행동”이라며 “최근 무고죄에 대한 엄벌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아쉬운 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살인죄를 무고하면 살인죄에 대응해 처벌 수위를 정하고, 성폭행을 무고하면 성폭행에 준해 처벌하는 식의 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이(異)판결]⑪ 성폭행당했다고 상대남을 무고한 아내, 그녀에게 내려진 집행유예
    • 입력 2019.09.17 (13:56)
    • 수정 2019.09.17 (13:59)
    취재K
[이(異)판결]⑪ 성폭행당했다고 상대남을 무고한 아내, 그녀에게 내려진 집행유예
※원고와 피고를 모두 만족하게 하는 판결은 없습니다. 법적인 판단은 국민 정서와도 자주 부딪칩니다. 그래도 우리가 판결에 관심을 갖는 건 세상사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이(異)란 '다르다' '기이하다' '뛰어나다' 등 여러 가지 뜻이 있습니다. 연재로 소개될 판결들에 대한 평가도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지난 2월 19일 새벽 0시 43분쯤 부산의 한 모텔 앞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모텔에서 나오는 남녀를 향해 한 남성이 달려왔다. 달려온 남성은 여성의 남편. 불륜 관계를 맺고 나오는 남녀를 남편이 직접 목격한 것이다.

남편은 흥분해서 두 사람을 몰아붙였다.

여성 A(37) 씨는 다급해지자 남편에게 자신이 모텔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모텔에 끌려들어 갔고, 성폭행당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날이 밝자 A 씨는 함께 모텔에 들어갔던 남성 B 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에서 두 사람의 진술은 엇갈렸다.

A 씨는 자신이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한 반면, B 씨는 “합의된 성관계”라고 맞섰다.

결정적인 자료는 CCTV였다.

경찰이 확인한 CCTV에 담긴 두 사람의 모습은 성폭행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다정했다.

A씨가 술에 취한 것으로는 보였지만, 웃는 모습으로 B 씨와 손을 잡고 모텔을 나가는 모습이 찍혔다. A 씨의 상태가 만취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다소 취기가 있는 정도일 뿐 비틀거리지 않고 정상적으로 보행했다.

B 씨에겐 당연히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고, 검찰은 A 씨를 무고죄로 기소했다.

우리나라 법에는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것은 자유지만, 고소에는 법적인 책임이 따르게 된다. 타인을 형사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신고할 경우 무고죄로 처벌하게 돼 있다.


A씨가 자신의 불륜을 감추기 위해 허위로 성폭행 신고를 했다는 것이 검찰의 공소사실이었다.

재판에서 A 씨와 변호인은 무고의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즉 "악의적으로 허위 신고를 한 것이 아니라 만취해 성관계 당시가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서 B 씨 성폭력을 조사해 보고 혐의가 인정되면 처벌해달라 “는 의미였다고 주장했다. 무고의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불륜을 저지를 당시 자신은 만취해 있었다고 A 씨는 주장했다.

판사는 이런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부산지법 형사9단독 김상현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취한 정도가 심하지 않았고, 상대방 남자를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신고를 한 것이 인정된다"면서 무고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김 판사는 "무고죄는 국가 심판기능의 적정한 행사라는 국가 법익을 침해하고 피무고자의 법적 안정성을 심하게 위협하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판사는 A 씨에 대해 실형은 선고하지 않았다. 김 판사는 “피고인이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에 대해 무고죄에 대한 엄단 필요성에 비추어 지나치게 약한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무고죄에 대해 전통적으로 관대한 처벌을 해왔다.

2016년 자료를 보면 무고죄만으로 기소된 1,206명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전체 11%(141명)에 그쳤다. 벌금형이 47%, 집행유예가 32%였다. 무고죄의 형량이 형법상 10년 이하의 지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해진 것에 비하면 매우 약한 처벌이다.

그러나 이런 관대한 처벌이 고소를 남발하고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에 따라 2017년 김수남 검찰총장은 무고죄에 대해 엄단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고, 최근 들어 법원 판결도 무고죄에 대해 엄벌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무고는 사법 질서를 교란하고 억울한 피해자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는 행동”이라며 “최근 무고죄에 대한 엄벌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아쉬운 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살인죄를 무고하면 살인죄에 대응해 처벌 수위를 정하고, 성폭행을 무고하면 성폭행에 준해 처벌하는 식의 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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