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7년의 기록]④ 눈감은 신고의무자…아동보호전문기관은 태부족

입력 2020.08.26 (07:00) 수정 2020.08.3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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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으로도 선명한 멍자국...어린이집 원장은 왜 눈감았나?

'어머, 이 아이는 누가 그랬지?' 지난해 11월, 수빈이(가명) 엄마는 아이의 어린이집 사진을 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사진 한구석에 있는 수빈이의 친구 선주(가명)가 눈에 들어왔던 겁니다. 사진으로도 당시 만 3살 선주의 작은 몸 여러 군데가 심하게 멍들어 있는 게 선명히 보였습니다. 수빈이 엄마가 112에 신고를 했고, 그제야 조사가 시작됩니다.

선주를 학대한 건 다름 아닌 선주의 엄마, 그런데 또 하나 놀라운 건 어린이집 원장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원장은 '신고' 대신 '침묵'을 택했습니다. 평소 선주의 외할머니와 알고 지냈던 원장은, 외할머니와 엄마에게 그냥 경고만 하고 넘어갔습니다. 선주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지 1주일밖에 안됐다며 눈을 감은 겁니다.

하지만 어린이집 원장은 아동학대 사실을 발견하면 꼭 신고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특히나 선주가 받은 학대는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조사가 들어가자마자, 부모와 아이를 떨어뜨려 놓는 '분리보호' 조치가 들어갈 정도였습니다. 수빈이 엄마의 발견이 아니었다면, 선주의 아픔은 묻힐 뻔했습니다.

'신고의무자' 법으로 정했지만...현실은?

어린이집 원장처럼, 학대를 발견하거나 의심이 되면 신고해야 하는 사람들을 '신고의무자'라고 부릅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그 직군들이 적시돼 있습니다.


▲아동복지시설의 장과 그 종사자 ▲초·중·고교 직원 ▲유치원 교직원·강사 ▲ 어린이집 원장 등 보육 교직원 ▲의료인 등 24개 직군이 이에 해당합니다. 주로 아동과 밀접히 관련된 일을 해 아동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거나, 직무 과정에서 학대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 이들입니다.

'신고의무자'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비신고의무자'로 분류됩니다. 부모나 이웃 등은 이에 속합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장과 종사자는 지금은 비신고의무자인데, 올해 10월부터는 법 개정에 따라 신고의무자로 편입됩니다.

신고의무자 신고 비율 30%도 안돼...해마다 감소

신고된 건 중에 아동학대로 의심된 사례는 2012년 약 9천 건에서 2018년 3만 4천 건으로 3.7배 가량 늘었는데요. 2018년 기준, 의심 사례의 73% 정도가 아동학대로 판정됐습니다.

문제는 위의 사례처럼, 신고의무자들이 신고를 소극적으로 할 때 발생합니다. 전체 신고자 가운데 신고의무자의 비중은 턱없이 낮은데요. 2018년의 경우, 신고의무자가 신고한 비율은 27.3%로 전체의 10분의 3이 안됩니다. 나머지 비신고 의무자 비율이 72.7%에 달합니다.


더구나 신고의무자가 신고한 비율은 해가 갈수록 줄고 있어 더 큰 문제입니다. 2012년 36.9%였던 신고의무자 비율은 6년 새 9.6% 포인트나 감소했습니다. 그만큼 비신고의무자 비율이 늘어났습니다.

"제가 직접 신고했어요"...'아동 본인 신고' 4번째로 많아

신고자를 세부 유형별로 살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2018년 기준, 신고를 많이 한 상위 10개 유형 중 8개 유형이 비신고의무자였습니다. 신고의무자는 초·중·고교 직원,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2개 직군뿐입니다.


눈에 띄는 건 비의무신고자 가운데 아동 본인이 신고한 경우가 13.5%에 달한다는 겁니다. 전체 유형 중 네번째로 많습니다. 특히 아동 본인이 신고한 비율은 2012년 1.8%에서 해마나 늘어 2018년엔 7.5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목에 쇠사슬이 묶인 채로 생활하다 4층 베란다로 목숨 건 탈출을 했던 경남 창녕의 9살 소녀 기억하실 텐데요. 뒤이어 서울 마포구의 10살 소녀도 술 취한 어머니의 폭행을 피해, 맨발로 편의점으로 도망쳐 학대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 경우엔 아이를 본 사람들이 신고를 해줬는데, 나아가 학대받은 아동이 직접 112에 신고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편, 신고의무자 가운데 가장 많이 신고한 이들은 초·중·고교 직원이었습니다. 신고의무자가 신고한 사례만 놓고 봤을 때, 전체의 70%를 차지합니다. 이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신고의무자들이 신고한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었습니다.

■ '조사·사례관리' 아동보호전문기관, 전국 시군구의 30% 수준

신고되어도 조사 과정에서 또 난관이 있습니다. 신고가 들어오면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가 경찰 등과 동행해서 방문조사를 하는 데, 가해자들이 조사에 잘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위협적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또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가 방문하기 전에 경찰이 먼저 출동해 조사하기도 하는데, 아동학대 사건을 경미하게 취급하면 이후 조사가 더 어려워집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현장 조사 뒤 학대 여부를 판단하고 사례 관리까지 하는데, 그 수도 부족합니다. 2012년 46곳에서 2018년 기준 62곳으로 늘긴 했지만, 학대 사례가 급증하는 걸 다 소화하기는 힘든 형편입니다. 올해 71개소까지 늘릴 계획인데, 그래도 전국 229개 시군구의 30% 수준에 불과합니다.


광역 자치단체별로 보면, 2018년 기준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가장 많이 설치된 곳은 경기도로 12곳이었습니다. 이어 서울시가 9곳, 부산과 경북, 강원이 각각 4곳 순이었습니다. 대전과 세종은 각각 1개로 가장 적었습니다. 지역별 편차가 컸는데, 아동보호전문기관 수는 그 지역의 아동 수에 비례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전' 아동보호전문기관 1곳뿐...학대 발견율 높은 곳 '전남'

기관 1곳에서 담당해야 하는 아동 수, '기관당 아동 수'가 가장 많은 곳은 대전이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대전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1곳뿐이라, 1곳에서 대전 지역 아동 25만 7천 명을 대상으로 신고·조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이어서 경남, 경기, 인천, 서울 등의 순이었는데요. 가장 적은 곳은 강원도로, 기관 1곳당 5만 7천 명을 담당하면 되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학대아동을 가장 많이 발견한 지역은 어딜까요? 그 지역 아동 천 명당 발견한 아동학대 건수를 따져보면요. 가장 많이 발견한 곳은 전남이었습니다. 전남에선 지역 아동 천 명당 아동학대 사례 6건 정도를 발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다음은 전북, 강원, 경북, 충남 등 순이었고, 세종이 최하위였습니다.

'기관 1곳당 담당 아동 수' 적을수록 피해아동 많이 발견

'기관당 아동 수'와 '피해아동 발견율', 이 두 가지 지표를 같이 놓고 봤더니, 기관 1곳이 맡는 아동 수가 적을수록, 피해 아동을 많이 발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역별로 좌표를 찍은 점들 사이에 추세선을 그려보면, 반비례 경향이 보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여력이 될수록 학대 사례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아동보호전문기관 증설 필요"..."상담원 1명당 사례 20건 처리가 적당"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굿네이버스 이순기 아동권리사업본부 복지사업부장은 "관할 지역 내 기관이 촘촘하게 설치될수록, 피해아동 발견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아동보호전문기관 증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 부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상담원 1명이 처리해야 하는 사례 건수가 연간 60건이 넘는데, 미국은 12건에 불과하다"며 "보다 나은 사례 관리를 위해 20건 수준으로 조정되도록 기관 증설과 인력 배치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정부와 지자체 예산을 합쳐 설치되는데, 지방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지자체의 의지가 있어야 늘릴 수 있습니다.

■ 10월부터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인원 충원·전문성 확보 시급"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아동학대 관리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10월부터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배치돼 현장조사를 맡기로 했는데, 우려가 다 가시지는 않습니다. 올해 배치되는 전담 공무원은 불과 290명으로, 전국 229개 가운데 118개 시군구, 절반 정도에만 해당합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기존의 역할에서 학대사례 사후관리 기능에만 중점을 두기로 했지만, 당분간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지원하는 역할도 병행해야 합니다.

강현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한 해 아동학대 신고 사례가 수만 건이 넘는데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인력은 수백 명대에 그친다"며 "신속한 조사가 중요한 만큼 충분한 인력을 배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또 "조사 과정에서의 판단이 아이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전문성 있는 사회복지전문 인력이 배치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동보호의 시작인 '신고', 그리고 핵심으로 불리는 '조사', 이 과정을 통해 피해아동과 가해자에 대한 어떤 조치를 내릴지가 결정되는데요. 내일은 이어서 학대로 판단된 사례들에 대한 조치와 처분은 제대로 이뤄지는지 세밀히 따져보겠습니다.

[연관기사]
[인터랙티브] 아동학대, 7년의 기록
https://bit.ly/327IGPM
[아동학대 7년의 기록]①아동학대로 멍든 10만...숨진 아동 3분의 1은 영아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3580
[아동학대 7년의 기록]②데이터가 말해주는 아동학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3709
[아동학대 7년의 기록]③ 태어나자마자 '학대'부터…데이터가 말하는 가해자의 민낯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4583
[아동학대 7년의 기록]④ 눈감은 신고의무자…아동보호전문기관은 태부족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5557
[아동학대 7년의 기록]⑤ 학대 확인돼도 '속수무책'…처벌도 주저, 왜?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6178
[아동학대 7년의 기록]⑥ 학대 10%는 재발…악순환 계속되는 이유는?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6991
[아동학대 7년의 기록]⑦ 통계 공개 ‘반토막’…기준도 들쭉날쭉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7853
[아동학대 7년의 기록]⑧ 학대 증가 못 따라가는 ‘땜질’ 대책…“실행이라도 제대로”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8151


데이터 수집·분석: 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 권세라
인터랙티브 UX/UI 디자인&개발: 김명윤, 공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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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학대 7년의 기록]④ 눈감은 신고의무자…아동보호전문기관은 태부족
    • 입력 2020-08-26 07:00:32
    • 수정2020-08-30 08: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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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으로도 선명한 멍자국...어린이집 원장은 왜 눈감았나?

'어머, 이 아이는 누가 그랬지?' 지난해 11월, 수빈이(가명) 엄마는 아이의 어린이집 사진을 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사진 한구석에 있는 수빈이의 친구 선주(가명)가 눈에 들어왔던 겁니다. 사진으로도 당시 만 3살 선주의 작은 몸 여러 군데가 심하게 멍들어 있는 게 선명히 보였습니다. 수빈이 엄마가 112에 신고를 했고, 그제야 조사가 시작됩니다.

선주를 학대한 건 다름 아닌 선주의 엄마, 그런데 또 하나 놀라운 건 어린이집 원장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원장은 '신고' 대신 '침묵'을 택했습니다. 평소 선주의 외할머니와 알고 지냈던 원장은, 외할머니와 엄마에게 그냥 경고만 하고 넘어갔습니다. 선주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지 1주일밖에 안됐다며 눈을 감은 겁니다.

하지만 어린이집 원장은 아동학대 사실을 발견하면 꼭 신고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특히나 선주가 받은 학대는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조사가 들어가자마자, 부모와 아이를 떨어뜨려 놓는 '분리보호' 조치가 들어갈 정도였습니다. 수빈이 엄마의 발견이 아니었다면, 선주의 아픔은 묻힐 뻔했습니다.

'신고의무자' 법으로 정했지만...현실은?

어린이집 원장처럼, 학대를 발견하거나 의심이 되면 신고해야 하는 사람들을 '신고의무자'라고 부릅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그 직군들이 적시돼 있습니다.


▲아동복지시설의 장과 그 종사자 ▲초·중·고교 직원 ▲유치원 교직원·강사 ▲ 어린이집 원장 등 보육 교직원 ▲의료인 등 24개 직군이 이에 해당합니다. 주로 아동과 밀접히 관련된 일을 해 아동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거나, 직무 과정에서 학대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 이들입니다.

'신고의무자'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비신고의무자'로 분류됩니다. 부모나 이웃 등은 이에 속합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장과 종사자는 지금은 비신고의무자인데, 올해 10월부터는 법 개정에 따라 신고의무자로 편입됩니다.

신고의무자 신고 비율 30%도 안돼...해마다 감소

신고된 건 중에 아동학대로 의심된 사례는 2012년 약 9천 건에서 2018년 3만 4천 건으로 3.7배 가량 늘었는데요. 2018년 기준, 의심 사례의 73% 정도가 아동학대로 판정됐습니다.

문제는 위의 사례처럼, 신고의무자들이 신고를 소극적으로 할 때 발생합니다. 전체 신고자 가운데 신고의무자의 비중은 턱없이 낮은데요. 2018년의 경우, 신고의무자가 신고한 비율은 27.3%로 전체의 10분의 3이 안됩니다. 나머지 비신고 의무자 비율이 72.7%에 달합니다.


더구나 신고의무자가 신고한 비율은 해가 갈수록 줄고 있어 더 큰 문제입니다. 2012년 36.9%였던 신고의무자 비율은 6년 새 9.6% 포인트나 감소했습니다. 그만큼 비신고의무자 비율이 늘어났습니다.

"제가 직접 신고했어요"...'아동 본인 신고' 4번째로 많아

신고자를 세부 유형별로 살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2018년 기준, 신고를 많이 한 상위 10개 유형 중 8개 유형이 비신고의무자였습니다. 신고의무자는 초·중·고교 직원,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2개 직군뿐입니다.


눈에 띄는 건 비의무신고자 가운데 아동 본인이 신고한 경우가 13.5%에 달한다는 겁니다. 전체 유형 중 네번째로 많습니다. 특히 아동 본인이 신고한 비율은 2012년 1.8%에서 해마나 늘어 2018년엔 7.5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목에 쇠사슬이 묶인 채로 생활하다 4층 베란다로 목숨 건 탈출을 했던 경남 창녕의 9살 소녀 기억하실 텐데요. 뒤이어 서울 마포구의 10살 소녀도 술 취한 어머니의 폭행을 피해, 맨발로 편의점으로 도망쳐 학대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 경우엔 아이를 본 사람들이 신고를 해줬는데, 나아가 학대받은 아동이 직접 112에 신고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편, 신고의무자 가운데 가장 많이 신고한 이들은 초·중·고교 직원이었습니다. 신고의무자가 신고한 사례만 놓고 봤을 때, 전체의 70%를 차지합니다. 이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신고의무자들이 신고한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었습니다.

■ '조사·사례관리' 아동보호전문기관, 전국 시군구의 30% 수준

신고되어도 조사 과정에서 또 난관이 있습니다. 신고가 들어오면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가 경찰 등과 동행해서 방문조사를 하는 데, 가해자들이 조사에 잘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위협적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또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가 방문하기 전에 경찰이 먼저 출동해 조사하기도 하는데, 아동학대 사건을 경미하게 취급하면 이후 조사가 더 어려워집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현장 조사 뒤 학대 여부를 판단하고 사례 관리까지 하는데, 그 수도 부족합니다. 2012년 46곳에서 2018년 기준 62곳으로 늘긴 했지만, 학대 사례가 급증하는 걸 다 소화하기는 힘든 형편입니다. 올해 71개소까지 늘릴 계획인데, 그래도 전국 229개 시군구의 30% 수준에 불과합니다.


광역 자치단체별로 보면, 2018년 기준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가장 많이 설치된 곳은 경기도로 12곳이었습니다. 이어 서울시가 9곳, 부산과 경북, 강원이 각각 4곳 순이었습니다. 대전과 세종은 각각 1개로 가장 적었습니다. 지역별 편차가 컸는데, 아동보호전문기관 수는 그 지역의 아동 수에 비례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전' 아동보호전문기관 1곳뿐...학대 발견율 높은 곳 '전남'

기관 1곳에서 담당해야 하는 아동 수, '기관당 아동 수'가 가장 많은 곳은 대전이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대전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1곳뿐이라, 1곳에서 대전 지역 아동 25만 7천 명을 대상으로 신고·조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이어서 경남, 경기, 인천, 서울 등의 순이었는데요. 가장 적은 곳은 강원도로, 기관 1곳당 5만 7천 명을 담당하면 되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학대아동을 가장 많이 발견한 지역은 어딜까요? 그 지역 아동 천 명당 발견한 아동학대 건수를 따져보면요. 가장 많이 발견한 곳은 전남이었습니다. 전남에선 지역 아동 천 명당 아동학대 사례 6건 정도를 발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다음은 전북, 강원, 경북, 충남 등 순이었고, 세종이 최하위였습니다.

'기관 1곳당 담당 아동 수' 적을수록 피해아동 많이 발견

'기관당 아동 수'와 '피해아동 발견율', 이 두 가지 지표를 같이 놓고 봤더니, 기관 1곳이 맡는 아동 수가 적을수록, 피해 아동을 많이 발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역별로 좌표를 찍은 점들 사이에 추세선을 그려보면, 반비례 경향이 보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여력이 될수록 학대 사례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아동보호전문기관 증설 필요"..."상담원 1명당 사례 20건 처리가 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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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부터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인원 충원·전문성 확보 시급"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아동학대 관리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10월부터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배치돼 현장조사를 맡기로 했는데, 우려가 다 가시지는 않습니다. 올해 배치되는 전담 공무원은 불과 290명으로, 전국 229개 가운데 118개 시군구, 절반 정도에만 해당합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기존의 역할에서 학대사례 사후관리 기능에만 중점을 두기로 했지만, 당분간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지원하는 역할도 병행해야 합니다.

강현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한 해 아동학대 신고 사례가 수만 건이 넘는데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인력은 수백 명대에 그친다"며 "신속한 조사가 중요한 만큼 충분한 인력을 배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또 "조사 과정에서의 판단이 아이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전문성 있는 사회복지전문 인력이 배치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동보호의 시작인 '신고', 그리고 핵심으로 불리는 '조사', 이 과정을 통해 피해아동과 가해자에 대한 어떤 조치를 내릴지가 결정되는데요. 내일은 이어서 학대로 판단된 사례들에 대한 조치와 처분은 제대로 이뤄지는지 세밀히 따져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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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수집·분석: 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 권세라
인터랙티브 UX/UI 디자인&개발: 김명윤, 공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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