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주인 어떤 임무 수행하나

입력 2006.12.25 (20:46)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 잉크 펜으로 글씨를 쓸 수 있을까", "우주에서 물은 어떤 모습으로 얼고 물방울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도 무게를 잴 수 있는 '우주저울'을 만들자"
오는 2008년 4월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향하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은 그냥 우주여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중력의 우주공간에서 다양한 과학실험을 시행하는 중대 임무를 수행한다. 우주정거장은 장기간 무중력 상태에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탄생한 456명의 우주인 가운데 일부 부자들은 수백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여행비를 치르고 단순히 우주공간을 여행한 경우도 있었지만 상당수 국가는 우주인에게 과학실험이라는 중대 임무를 부여했다.
러시아, 미국, 프랑스 등 9개국에 이어 우리나라는 10번째로 우주에서 과학실험을 수행한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러시아 소유즈 우주왕복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한 뒤 그 곳에서 8일가량 머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가 러시아에 지불하는 비용은 18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 체류비용만도 22억5천만원에 이르는 셈이다. 엄청난 비용만큼 우주인의 임무도 그 만큼 값진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과기부와 항우연이 '우주인임무개발위원회(위원장 김석환 연세대 교수)'를 가동해 산.학.연 등 각계 각층으로부터 광범위하게 우주인 임무과제를 공모한 결과, 초.중.고교의 과학꿈나무와 산.학.연의 전문가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위원회는 응모 과제 중에서 산업적.경제적 활용가치가 있는 기초과학실험 13개, 청소년에게 교육적 측면을 강조한 교육실험 5개 등 모두 18개 과제를 선정했다.
한국우주인은 우주정거장에서 머무는 동안 이 실험을 모두 마쳐야 한다.
김석환 교수는 "선정된 임무과제들은 무중력 환경에서의 자연현상 관측과 공학적 실험들로 구성됐다"면서 "학술적 우수성이 매우 크고 과학 꿈나무들에게 과학적 호기심을 한 층 배가시켜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기부와 항우연은 한국우주인이 우주에서 과학실험을 마치고 귀환하면 우주인 생활모습과 함께 실험결과를 CD로 제작, 전국 초.중.고교에 교육자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교육실험>
◇ 우주에서는 물은 어떻게 어는가 = 지구에서 물은 온도가 내려가면서 섭씨 4도에서 비중이 가장 커지기 때문에 위쪽부터 얼기 시작한다.
그러나 우주에서는 물의 대류현상이나 온도차이가 없어 어디서부터 어떤 형태로 어는지를 살펴보고 지구에서 어는 모습과 비교 분석한다.
◇ 무중력 상태의 회전운동과 뉴턴법칙 실험 = 뉴턴의 관성, 가속도, 작용 반작용 등 3가지 운동법칙이 지구에서와 어떻게 다른지를 우주인이 직접 실험, 관찰한다. 또 회전운동에서 구심력이 되는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 회전운동은 어떻게 일어나는지도 실제 실험을 통해 알아본다.
◇ 지구와 우주에서 표면장력은 어떻게 다른가 = 예컨대 우주에서 물방울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 물 등 무해한 액체를 이용해 표면장력이 우주에서는 지구와 어떤 차이점을 보이는지 실험을 통해 확인한다.
◇ 우주에서 펜으로 글씨를 쓸 수 있을까 = 기본적으로 펜은 수직으로 세워진 상태에서 잉크가 위에서 아래로 흘러나오면서 종이에 글씨를 쓸 수 있게 한다. 지구에서는 중력 때문에 잉크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지만 우주에서는 이를 기대할 수 없다.
우주인 임무과제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우주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펜을 직접 발명, 직접 우주에서 사용 가능여부를 실험하자고 제안했다. 예컨대 잉크에 자석을 섞어 잉크를 아래로 끌어내리거나 잉크 필터를 나사형으로 만들어 위에서 아래로 밀어내는 방식 등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 우주에서 식물성장 모습 = 우주에 씨앗을 가져가서 식물이 어떤 모습으로 싹이 트고 뿌리는 어떤 방향으로 내리는지를 알아본다.
<기초과학실험>
◇ 우주에서 쓸 수 있는 '우주저울' 개발 = 지구에서 무게측정은 중력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중력이없는 우주에서도 정밀한 과학실험을 할 때 시험재료 등을 정밀하게 측정할 필요가 있다.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 무게를 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항우연의 최기혁 박사는 무중력 환경에서 5㎏이하의 소질량 물체의 무게를 측정하는 '우주저울'을 개발, 우주인이 직접 사용해보고 활용가능성을 타진한다. 항우연의 우주저울은 0.5g수준의 정확성을 구현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첨단 귀마개' 실험 =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인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소음이다. 그래서 우주인에게는 기계음은 차단하되 사람의 목소리는 들을 수 있는 '우주인용 귀마개'가 절실하다. 이같은 우주인용 귀마개를 개발하면 지구에서도 환경에 따라 활용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이덕주 교수가 제안했다.
◇ 김치 등 한국 전통음식 우주식품으로 개발 = 한국식품연구원 김성수 박사가 우주식품으로 개발한 김치, 인삼차 등 한국의 전통음식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맛과 부패여부 등을 확인, 명실상부한 우주식품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우주식품은 식중독을 일으켜서는 안되고 부패되지 않도록 철저히 살균처리된다. 특히 우주에서 모자라는 칼슘이 풍부해야 하며 미각이 무뎌지기 때문에 다소 자극적인 맛을 지녀야 한다.
◇ 노화유전자 탐색 = 중력의 반대 방향으로 반응하는 초파리가 우주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관찰해 중력반응 인자와 노화 촉진 과정을 규명하는 실험을 진행한다.
건국대 조경상 교수가 제안한 과제로, 장기간 우주체류에 대비한 무중력 적응 프로그램 및 무중력 적응제 개발, 노화 방지 대책 마련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소형 생물 배양기 개발 = 지구에서 조직배양은 2차원으로 이뤄지지만 무중력 상태의 우주에서는 조직배양이 3차원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바이오트론과 생명공학연구원이 우주공간에서 사용할 '소형 생물 배양기'를 개발, 이번 우주인 과학실험에서 활용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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