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주석 탔던 열차’ 시승기

입력 2007.05.17 (22:14)

<앵커멘트>

남으로 떠난 북측 열차는 생전에 김일성 주석이 탔던 바로 그 열차였습니다.

동해의 푸른 바다가 한 눈에 들어와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동해선에 동승한 심연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오전 11시 20분, 간단한 환영행사를 마친 남북 탑승객들은 북측 열차에 몸을 싣습니다.

50여 년간 끊겼던 열차 길을 여는 주인공은 북한의 '내연 602호'입니다.

초록색 몸체에 옅은 회색 지붕의 열차는 객차 네량 등 모두 여섯량, 지난 68년 김일성 주석이 이 열차를 탔다는 문구가 이채롭습니다.

북측 인사는 이번 시험운행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열차라고 소개했습니다.

열차 외관은 우리의 비둘기호와 흡사하지만 성능은 더 낳은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인터뷰> 홍지연(최연소 탑승자) : "막상 보니까요. 굉장히 신기하고 실감도 나고 굉장히 열차가 멋있는 것 같아요."

끊어졌던 혈맥을 잇기 위해 열차는 플랫폼을 천천히 미끄러집니다.

흰색으로 된 좌석은 마주보도록 고정돼 있고 모두 106석입니다.

<녹취> "물 좀 듭시다. 아, 예."

북측이 특별 손님을 위해 준비한 메뉴는 사과, 배, 그리고 사이다, 딸기 단물, 금강산 샘물.

열차가 남쪽으로 더 가까이 갈수록 탑승객들 사이에 흘렀던 어색함도 눈 녹듯 사라집니다.

화사한 날씨 덕분에 차창 밖에 펼쳐지는 북한의 풍경은 더 정겹게 느껴집니다.

바깥 풍경은 촬영이 제한돼 보이는 것을 모두 담을 수는 없었지만 비닐 하우스와 모내기를 앞둔 층층 논 우리네 그것과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입니다.

<인터뷰> 이호철(소설가) : "아주 감개무량해요. 참, 60년 반세기 넘어 끊긴 이 길을 남북에서 처음으로 기차에 몸을 담아.."

동해의 푸른 바다가 보이면서 군사분계선을 넘는 감격을 느끼는 것도 잠시.

낮 12시 반쯤. 출발한 지 불과 한 시간여 만에 벌써 제진역입니다.

<인터뷰> 이현숙(적십자사 부총재) : "너무 가슴 뭉클하고 눈물날 거 같어요. 어떻게 이렇게 한시간이면 오는데."

고적대 음악소리와 함께 오늘의 특별 손님을 맞이하는 남측의 환영단.

북측 승객들은 남측에서 마련한 한식 상차림으로 점심을 함께하며 못다한 얘기를 풀어놓습니다.

두어 시간의 짧은 만남 뒤에 찾아 온 작별의 시간, 반세기가 넘게 기다렸던 순간이었기에 아쉬움도 컸습니다.

KBS 뉴스 심연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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