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타순 파문’ 아마 야구 배제서 촉발

입력 2007.12.03 (15:53)

수정 2007.12.0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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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아시아예선전 한국-일본전에서 벌어진 한국대표팀의 위장타순 논란은 대표팀을 실질적으로 관장해 온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대한야구협회를 실무 협의과정에서 사실상 원천 배제하면서 잉태된 문제가 공개적으로 촉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대회가 아마추어 야구 최고 단체인 국제야구연맹(IBAF) 주관으로 열리는 대회이나 공교롭게도 대표팀 스태프 중에는 대한야구협회 직원이 한 명도 없다. 대표 선수 전원이 프로 선수들이다 보니 스태프도 프로야구 수장단체인 KBO 직원들로 구성됐다.
제24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를 겸한 이번 올림픽 예선전 역시 타이완 프로야구(CPBL)가 아닌 아마추어 타이완 야구협회(CTBA)가 IBAF와 공동 주최자로 나서고 있다.
적어도 행정적인 면에서 교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야구협회 직원이 대표팀 스태프에 당연히 포함됐어야 하나 무슨 연유에선지 배제됐다.
그 여파는 지난달 27일 타이완 도착 무렵부터 발생했다. 텃세가 심하기로 소문난 타이완은 한국에 타이중 구장 대신 도저히 훈련할 수 없는 매화구장을 연습 구장으로 배정했다.
CTBA는 KBO가 아닌 대한야구협회 쪽에 연습구장 변경과 이와 관련한 일정 변경 등을 통보했다고 했으나 협회와 KBO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타이완 도착 1~2일 전에서야 부랴부랴 통사정한 끝에 사정이 좋은 타이중 구장에 연습 시간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2일 한일전은 그 결정판이었다. IBAF는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에 타순 표를 교환하되 게임 10분 전까지 새로운 타순 표를 제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명문상의 규정일 뿐 실제 아마추어 대회에서 위장 오더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많은 대회를 지켜본 협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IBAF가 산하 가맹국에 공정 경쟁을 장려하고 있어 페어 플레이 정신에 입각해 오래 전 사라진 위장 타순 표 제출 같은 행위는 서로 하지 않으리라고 암묵적으로 신뢰한다고 한다.
아마추어 대회 분위기는 이렇게 흘러가고 있으나 규정에만 치우친 한 KBO 스태프가 아이디어를 내면서 위장 타순 표 소동이 벌어졌고 결국 득보다 손해가 큰 사례만 남기고 말았다.
대표팀이 한달 반 합숙을 거치는 동안 야구협회 측 인사를 스태프로 참가시켜 각종 현안에서 충분한 상의를 거쳤다면 국제대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행정적인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는 면에서 KBO의 각성이 요구된다.
당장 내년 3월 대륙별 플레이오프를 대비해야 하는 처지에서 이번과는 다른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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