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향후 대선 가도와 전망

입력 2008.01.09 (13:16)

"힐러리의 눈물이 대세론의 불씨를 다시 되살리며 대선판도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 놓았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초반 첫 관문인 지난 3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게 참패한 뒤 눈물까지 보이는 배수진을 치며 총력전을 벌여 8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극적으로 승리했다.
아이오와 코커스 패배 후 뉴햄프셔에서 오바마 돌풍에 밀려 지지도가 두자릿수까지 뒤지는 상황까지 맞았던 힐러리는 이번 승리로 미국 최초 여성대통령의 꿈을 계속 키워갈 수 있게 됐다.
특히 뉴햄프셔에서 역전승리를 거둠에 따라 힐러리는 그동안 지지도에서 앞서왔던 오는 15일 네바다 코커스와 26일 사우스 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도 순항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뉴햄프셔에서도 아이오와에 이어 2연 패할 경우 요리사노조가 오바마 지지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노조의 영향력이 큰 네바다 코커스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었고 흑인들의 표가 중요한 사우스 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도 이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흑인 대통령으로 불렸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인기를 바탕으로 높은 지지도를 기록해왔던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도 흑인 유권자들이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이탈 조짐을 보였는데 뉴햄프셔 승리로 힐러리에 대한 기존 흑인지지층의 분열을 상당 부분 차단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뉴햄프셔 승리는 힐러리에게 무엇보다 오바마 열풍이 태풍으로 변하기 직전 상황에서 제동을 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승리라고 할 수 있다.
또 20개 이상의 주에서 일제히 코커스와 프라이머리를 개최하는 오는 2월5일 슈퍼화요일 예비경선을 앞두고 전열을 새롭게 정비할 여유를 갖게 돼 이번 대선 돌풍의 주역으로 떠오른 오바마에 대한 검증 공세를 강화하며 대선 정국을 보다 유리한 상황으로 끌고 갈 수 있게 됐다.
전국적인 지지도에서 오바마가 선두자리까지 위협했지만 힐러리가 1위를 고수해왔다는 것도 향후 대선구도에서 힐러리의 대세론에 더욱 더 탄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그리고 사실상 이번 대선구도를 결정지을 슈퍼화요일 예비경선은 20여 개 주에서 동시에 실시되기 때문에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처럼 한 주에서만 개최되는 것과는 다른 선거운동 방식이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점에서 힐러리에게 보다 유리한 상황이다.
1개 주에서 치러지는 선거의 경우 풀뿌리 조직 가동과 유권자 직접 접촉을 통해 후보의 인간적인 면모 등이 매우 중요한 요인이지만 20개 이상의 주에서 동시에 선거가 치러질 경우 유권자들과 직접 접촉보다 TV나 라디오 등 선거광고와 토론회 등 간접적인 이미지 선거가 더 큰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힐러리는 워싱턴의 기성정치세력에 환멸을 느끼고 새로운 변화를 갈구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미국인들의 열망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그동안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던 노령 여성층에 너무 기대는 모습을 보이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 변화 자체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같은 기성정치 세력을 대표하는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람들에 의존한다는 인상을 짙게 심어줘 변화의 역군이라는 이미지가 부족한 것도 약점으로 지적받았다.
이에 따라 힐러리가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인 변화를 선점하지 못해 그동안 고전해왔고 향후 최대 승부처인 슈퍼화요일에서 오바마에게 다시 한번 패배를 맞볼지도 모른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없지 않다.
힐러리가 슈퍼화요일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지난 92년 아이오와 3위, 뉴햄프셔 2위를 한 뒤 이후 경선 과정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대권을 거머쥐었던 남편인 클린턴의 영광을 재현하는 게 아니라 2004년 대선에서 경선 시작 전 반짝 주목을 받다가 중도 사퇴한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의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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