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지난 2005년 낙산사에 화재가 난 이후 문화재 화재에 대비한 메뉴얼이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지극히 상식 수준의 내용만 담겨있을 뿐 있으나마나였습니다.
황정환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숭례문 화재 신고를 받은 소방서가 출동한 데 걸린 시간은 5분, 하지만 숭례문이 다 탈 때까지 현장에서는 혼란이 계속됐습니다.
문화재 화재 때 어떻게 대처할지 아무런 지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문화재청이 마련한 재난대응 매뉴얼입니다.
소화기나 소화전 사용방법은 있지만, 정작 소방 당국과 문화재청의 협조나 조치 사항은 없습니다.
<인터뷰> 홍두식(사무관/문화재청): "법주사, 해인사, 숭례문이 다 사정이 다른데 그런 것까지 매뉴얼에 담을 순 없죠."
내용도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불이 나면 119에 신고한다, 분말소화기를 이용해 최단시간에 소화한다 등 상식 수준의 내용만 담겨있습니다.
매뉴얼이 있으면 제대로 되는지 한번 시험해보는 건 기본인데요, 이 같은 훈련도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소방방재청이 보유한 매뉴얼도 문화재 화재 진압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문화재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아 일반 화재진압 요령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인터뷰> 성호선(소방방재청 대응전략팀): "앞으로 도심의 문화재나 유형별 화재를 좀 더 세분화해서 실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추가해 나가겠습니다."
문화재청과 소방방재청이 매뉴얼을 마련한 건 낙산사 화재 이후인 지난 2006년.
하지만 부실한 매뉴얼은 결국 이번 숭례문 화재 때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KBS 뉴스 황정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