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챔피언 포항 스틸러스가 FA컵 우승팀 전남 드래곤즈를 극적으로 제압하며 2008년 프로축구 9개월 레이스의 문을 열었다.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8일 포항스틸야드에서 펼쳐진 프로축구 삼성 하우젠 K-리그 2008 개막전에서 후반 인저리타임에 터진 남궁도의 결승골로 전남을 2-1로 제압했다.
완연한 봄 기운을 받아 스틸야드에 몰려든 1만4천121명의 팬들은 홈팀의 짜릿한 승리 축포 속에 녹색 그라운드의 향연을 맘껏 즐겼다.
브라질 출신 파리아스 감독은 작년 FA컵 결승에서 전남에 당한 패배를 깨끗이 설욕하며 '삼바 매직 2탄'을 준비했다.
월드컵 4강 도우미 박항서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맞이한 전남은 끈끈한 수비로 포항의 파상공세를 막아냈지만 마지막 3분을 버티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두 팀은 3-4-1-2로 같은 전형을 짜 맞불을 놓았다.
포항 파리아스 감독은 대전에서 데려온 데닐손과 신입용병 알도를 투톱에 놓고 좌우 날개로 박원재, 최효진을 펼쳤다. 중앙엔 '철인' 김기동과 황지수, 김재성이 섰다.
전남 박항서 감독은 산드로, 시몬 투톱에 송정현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고 곽태휘와 이싸빅에게 방어막을 치게 했다.
초반엔 리그 챔피언 포항의 선공이 거셌다.
1분 황지수가 대포알 슛으로 기선을 잡은 뒤 6분 박원재의 크로스를 받은 알도가 결정적인 슈팅을 때렸는데 너무 힘이 들어가 크로스바를 훌쩍 넘겼다.
전남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강인한 인상의 삼바 용병 시몬이 13분과 18분 왼발 중거리포를 잇따라 날려 위협 사격을 가했다. 골키퍼 신화용이 두 방 다 선방했다.
기다리던 개막 축포는 전반 26분에 터졌다.
주인공은 의외로 포항의 수비수 김광석.
파리아스 사단이 자랑하는 창의적 세트플레이가 전남 수비벽을 무너뜨린 그림이 나왔다.
짧은 코너킥을 김재성이 왼쪽 측면 뒤쪽으로 내주자 '허정무호 블루칩' 박원재의 왼발 논스톱 크로스가 올라갔다.
순간 공격에 가담한 김광석은 문전으로 파고 들면서 다이빙 헤딩슛으로 전남의 골문을 시원하게 갈랐다.
이어진 공중제비 세리머니는 화끈한 팬 서비스.
2005년 광주 상무에서 뽑아낸 단 한 골이 유일한 득점인 프로 6년차 김광석은 2008 K-리그를 자신의 통산 두 번째 골로 열어젖혔다.
전남은 수비의 주축인 '허정무호 황태자' 곽태휘마저 전반 36분 부상으로 실려나가 악재가 겹치는 듯 했다.
그러나 박항서 사단은 끈끈했다.
전반 40분 동점골로 승부의 추를 다시 팽팽하게 맞췄다. 송정현의 프리킥을 골문앞에서 정인환이 터치 패스로 내주자 오른쪽에 도사리고 있던 시몬이 깔끔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엔 다시 포항이 파상공세를 폈다.
전남에서 온 남궁도가 알도 대신 투입돼 친정 팀에 창끝을 겨눴다.
남궁도는 후반 23분 골지역에서 가슴 트래핑으로 볼을 달랜 뒤 그림같은 왼발 발리슛을 꽂았다. 골문으로 빨려들 것 같던 공은 오른쪽 골대를 강타하고 나왔다.
골대 불운에 땅을 친 남궁도는 무승부로 끝날 것 같던 후반 추가시간 끝내 골문을 열어 개막전 승리의 주역이 됐다.
남궁도는 후반 48분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돌파해 마지막 슈팅을 오른발로 꽂았다. 볼은 세차게 그라운드를 굴러 전남 골문 오른쪽을 꿰뚫었다. 파리아스 사단의 새 해결사 남궁도의 진가가 빛을 발했고 스틸야드는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