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몽 꾼 남궁도, “꿈은 역시 반대였네”

입력 2008.03.08 (17:51)

수정 2008.03.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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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이라고 설레서 꿈을 꿨는데 하필 차(車)사고 나는 꿈이었어요. 꿈은 역시 반대로 되나 봐요."
'미완의 대기' 남궁도(26.포항 스틸러스)가 개막전에서 '일'을 냈다.
8일 오후 프로축구 삼성 하우젠 K-리그 2008 개막전 포항과 전남의 챔피언 대결이 펼쳐진 포항스틸야드.
남궁도는 파리아스 포항 감독에게서 출전 사인을 받지 못한 채 벤치에 앉았다. 대전에서 데려온 '마빡이' 데닐손과 신입 용병 알도가 투톱 자리를 꿰찼다.
이번 겨울 광주 상무에서 나온 남궁도는 친정에 돌아가지 못하고 포항의 장신 공격수 고기구와 맞트레이돼 다시 짐을 쌌다.
자신을 받아주지 못한 친정 전남과 맞붙는 개막전이라 벼르고 또 벼른 첫 판이었다.
그런데도 막상 선발에서 밀리니까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지만 기회는 구하는 자에게 찾아오는 법.

남궁도는 1-1로 팽팽하던 후반 12분 마침내 파리아스 감독의 '콜'을 받았고 알도 대신 그라운드에 나섰다.
처음엔 운이 따르지 않는 듯 했다.
후반 23분 반대쪽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가슴으로 받아 슈팅각을 만들어놓고 벼락같은 왼발 발리슛을 때렸다. 맞는 순간까진 거의 골이었다.
그러나 볼은 오른쪽 골대를 '둥'하고 울리며 튕겨 나왔다. 그라운드에 쓰러져 땅을 쳐야 했던 상황.
남궁도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문전으로 파고 들었다. 주심이 시계를 들어다보며 휘슬을 막 입에 물려던 후반 인저리타임 3분.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돌파한 남궁도의 오른발이 무승부에 안도하려 했던 박항서 사단에게 결정타를 먹였다.
개막전 승리의 주역이 된 남궁도는 2004년 12월19일 '전차군단' 독일과 친선경기에서 A매치에 데뷔해 한때 '본프레레호 황태자' 후보 중 한 명으로 손꼽힌 적도 있다.
2005년 1월 대표팀 미국 전지훈련에 따라갔고 장신 공격수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A매치 8경기 무득점으로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태극호에선 잊혀져 갔다.
2001년 전북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남궁도는 급기야 '저니맨'이 됐다. 2005년 3월 권집과 트레이드돼 전남으로 옮겼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 두 번째 이삿짐을 싸야 했다.
불운을 털어내고 '파리아스 사단의 진짜 병기'로 발돋움하겠다는 남궁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챔피언 팀에 와서 첫 경기부터 출발이 좋다. 포항의 우승을 지켜내겠다"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흉몽이 길몽으로 바뀐 간밤 꿈 얘기까지 쏟아낸 그는 "100% 몸 상태가 아니라 선발 출전하지 못했다. 팀에 적응해 꼭 선발로 나오고 싶다"며 "국내 공격수 중 한 명으로서 반드시 두 자릿수 골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득점왕도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남궁도는 작년 광주 상무에서 9골을 뽑았다. 첫 판부터 한 골 넣고 시원하게 시작한 남궁도의 득점 레이스를 기대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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