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허들 영웅’ 류시앙, 110m 기권

입력 2008.08.18 (13:08)

수정 2008.08.18 (15:11)

베이징올림픽 남자 육상 110m 허들에서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중국의 영웅 류시앙(25)이 아킬레스건 부상 악화로 대회를 기권했다.
류시앙은 18일 오전 베이징 궈자티위창(國家體育場)에서 벌어진 예선에서 6조 2번 레인에 나와 스타트 블럭에서 뛸 준비를 마쳤으나 5번 레인의 마르셀 반 데르 베스텐(네덜란드)이 부정 출발을 해 한 차례 출발이 지연된 뒤 경기 포기 의사를 밝혔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활약 중인 '걸어다니는 만리장성' 야오밍(휴스턴)과 더불어 가장 인기 있는 스타로 꼽히는 류시앙이 기권을 선언하자 중국은 충격에 빠졌다.
당장 CCTV 등 5개 채널에서 관련 소식을 속보로 타전하기 시작했다. 펑슈용 중국 육상대표팀 총감독과 류시앙의 개인 코치인 순하이펑은 곧바로 기자 회견을 갖고 류시앙이 기권한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둘은 "매우 유감스럽게 느낀다", "너무 너무 안타깝다"면서 중국 국민은 물론 대표팀 전체가 류시앙에게 걸었던 기대가 상상 이상이었음을 암시했다.
펑슈용 감독은 "류시앙이 경기를 포기한 건 다리 근육통 때문이 아니라 오른쪽 발목 부상 탓"이라고 말한 뒤 "발뒤꿈치인지 아킬레스 건 쪽인지 보다 면밀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도 근육통은 있었다. 이번에 경기에 결장할 만큼 지장을 준 건 아니며 오로지 오른쪽 발목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류시앙이 올해 잔여 대회는 물론 내년도 대회에 나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재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눈물을 뿌리며 인터뷰에 나선 순하이펑 코치는 "언제부터 류시앙의 발목이 아팠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6-7년 정도 고질적으로 아팠던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16일 훈련 때 통증이 재발해 류시앙이 선수촌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하는 등 검진을 받았으나 안타깝게도 기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2회 연속 우승을 해야한다는 엄청난 부담 탓에 류시앙이 레이스를 포기했다는 견해에 대해 중국 대표팀 수뇌부는 강하게 부인했다.
순하이펑 코치는 "류시앙이 어떤 선수도 감당하지 못할 부담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었지만 그는 대단한 정신력의 소유자로 그것 때문에 기권할 선수는 아니다"며 류시앙을 두둔했다.
펑슈용 감독도 "국민의 엄청난 기대를 잘 알고 있던 류시앙 본인이 가장 아쉬워하고 있다. 그는 아테네올림픽 이후 4년간 그 부담을 용케 견뎌냈다"며 부상에 의한 기권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왕웨이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 부위원장도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중국 국민은 매우 깊은 실망감에 빠져 있다"며 국민이 느끼는 감정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나이키, 비자카드 등 올림픽 관련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다국적 대기업은 하나같이 중국민의 큰 사랑을 받는 류시앙을 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지난해 류시앙이 각종 광고 출연, 후원 계약 등으로 2천400만달러를 벌어 들였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아시아선수로 단거리 종목에서 큰 이정표를 세운 그는 중국민의 큰 자랑이었다.
한편 최대 걸림돌 류시앙이 갑작스럽게 이탈하면서 세계기록(12초87) 보유자 다이론 로블레스(22.쿠바)의 우승 전선에 파란불이 켜졌다. 로블레스는 이날 예선 1조에서 13초39를 뛰어 조 1위로 2회전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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