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앙 불참’ 중국 대륙 울렸다

입력 2008.08.18 (20:52)

수정 2008.08.1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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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남자 육상 110m 허들에 출전할 예정이던 '황색탄환' 류시앙(25.중국)이 오른쪽 아킬레스 건 발목 부상으로 기권하자 18일 중국은 물론 전 세계 외신이 속보로 긴급 타전했다.
올림픽기간 쏟아진 각종 소식 가운데 단일 뉴스로는 사상 첫 8관왕을 차지한 마이클 펠프스(23.미국)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금메달의 영광과 인간승리의 감동이 연일 지면을 도배하고 있는 와중에 류시앙의 불참 소식은 순식간에 이번 대회에서 터진 가장 나쁜 뉴스가 됐다.
류시앙. 그가 누구길래 전 세계적으로 지대한 관심이 쏟아질까. 과연 그는 중국에서 어떤 존재이길래 그의 개인코치가 기자회견에서 '사죄'의 눈물을 펑펑 쏟은 것일까.
류시앙은 중국에서 단순한 육상영웅이 아니다. 미국프로농구에서 활약 중인 선수로 '걸어다니는 만리장성' 야오밍(휴스턴 로켓츠)과 더불어 이 시대 중국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둘에게는 중국인의 꿈이 오롯이 투영돼 있다. 중국인들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중심으로 뻗어나고 싶은, 세계의 중심은 중국이라는 중화사상의 부활을 이끌 인물로 주저 없이 이들을 꼽는다.
장대숲 NBA에서 고군분투 중인 야오밍에 비해 류시앙은 이미 세계를 제패했다는 점에서 위상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지난 5월 쓰촨성 대지진이 났을 때 보여준 엇갈린 행보도 영향을 미쳤다. 아마추어 스프린터 류시앙은 30만 달러가 거액을 피해복구비로 기탁한 반면 야오밍은 프로 선수로 많은 돈을 벌지만 격에 맞지 않는 금액을 내놔 빈축을 샀다.
류시앙은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 110m 허들에서 우승하면서 세계에 큰 족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12초91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아프리카계 흑인이 아닌 선수로는 처음으로 13초 이하를 찍었다.
중국인 처음으로 육상 트랙종목에서 올림픽 정상을 밟은 그는 2007 세계선수권대회, 세계기록 등을 한꺼번에 보유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 중국민의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아시아인이 도저히 범접할 수 없다던 육상 단거리 종목에서 류시앙은 꿈을 현실로 바꿔 놓았고 전 아시아인에게 무한한 희망과 감동을 안겨줬다.
올림픽의 주인은 13억 중국인이었지만 대표 인물은 류시앙이었다. 시사주간지 '타임' 아시아판은 올림픽 특집에서 지켜봐야 할 100명을 다루면서 '류시앙과 나머지 99명'이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나이키, 코카콜라 등 올림픽 마케팅에 열을 올린 다국적 기업의 타깃도 오로지 류시앙에 집중됐다. 13억이 모두 알아보는 중국의 상징이었던 덕분이다.
그가 세운 12초88은 지난 6월 쿠바 스프린터 다이론 로블레스(22.12초87)에 의해 깨졌지만 여전히 세계 톱클래스급 단거리 선수였고 이번 올림픽에서 정상을 재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에 중국인이 그에게 건 기대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그러나 몇 년째 고질이던 아킬레스건 부상이 류시앙의 목덜미를 낚아챘다.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도 재기가 어렵다는 진단은 가뜩이나 실의에 빠진 중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안타깝게 류시앙이 올림픽을 접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민은 장탄식에 머물지 않고 곧바로 위로와 격려 메시지를 그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중국 영토가 구슬픈 '짜요(加油)' 메아리로 뒤덮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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