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중반 `빈볼 시비'로 심한 마음고생을 겪었던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중간계투 요원 윤길현(25)이 한국시리즈에서 완벽한 투구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윤길현은 2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2차전 3-2로 앞선 6회초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 2이닝을 철저하게 틀어막고 팀의 시리즈 첫 번째 승리에 디딤돌을 놓았다.
올해 SK `벌떼 마운드'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 활약해 온 윤길현은 지난 6월 KIA 최경환(36)에게 머리 쪽으로 공을 던지고 나서 오히려 도발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 일로 논란의 중심이 됐다.
김성근 감독마저 자숙의 의미로 스스로 1경기 자리를 비울 정도로 파문은 커졌고 윤길현 역시 비난 속에서 1개월가량 1군 무대를 떠났었다.
김 감독은 윤길현이 심리적인 충격 탓에 구위를 잃을까 걱정했지만 2군에서 절치부심 끝에 돌아온 윤길현은 복귀 이후 25경기에 나서 18⅔이닝을 던지면서 3실점으로 막아내고 파문 이전의 구위를 회복했음을 알렸다.
윤길현은 이날 경기에서도 자신 있게 공을 뿌리면서 마운드를 튼튼하게 지켰다.
2이닝 동안 6명의 타자를 상대한 윤길현은 고영민을 맞아 초구에 1루수 파울플라이를 잡은 것을 제외하고 5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눈부신 구위를 보였다.
경기에 앞서 SK 김성근 감독은 포스트시즌 들어 좁아진 스트라이크존에 SK 투수들이 적응할 수 있을지 염려했지만 적어도 이날 윤길현에게는 이같은 걱정은 기우였다.
전체 투구 수 23개 가운데 17개를 스트라이크존에 찔러 넣었을 만큼 공격적인 투구로 두산 타자들을 압박했고 날카로운 변화구가 먹혀들면서 17개 가운데 6차례 헛스윙을 유도했다.
2003년부터 나선 포스트시즌에서 이날을 포함해 9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윤길현은 남은 한국시리즈에서도 SK의 중간계투로 중요한 축을 담당할 예정이다.
시즌 중반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겪으며 길었던 한 시즌을 보낸 윤길현이지만 남은 한국시리즈에서 어떤 모습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한 해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