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미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하면 달러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안전망을 확보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국내에 달러가 바닥날 위기에 처하면 원화를 미국에 주는 대신 달러를 받아와 급한 불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스와프 규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달러 파이프라인이 생긴 만큼 외환위기가 옛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효과는 당장 심리적 측면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달러난에 요동치는 외환시장은 물론 주식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는데 보탬이 되고 우리 실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는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정부로서는 보다 공격적인 외환 정책을 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 관계는 군사 동맹의 바탕 위에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다져지고 있는 경제적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켜 정치경제적 유대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 달러 스와프..한국경제 위상 반영
이번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한국경제의 중요성과 안정성을 반영한 것인 만큼 그동안 끊임없기 제기되던 한국 경제에 대한 외신과 해외의 불신을 불식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이 기대된다.
미국이 원화와의 스와프에 나선다는 것은 한국 경제가 부도 등 최악의 상황에 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이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앞다퉈 한국 경제의 위기를 부각하는 기사를 전했고 이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외화 차입 등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특히 미국이 신흥국 가운데 최초로 우리나라를 달러 스와프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비중을 높게 평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통화스와프를 하고 있는 국가만 봐도 유럽연합, 일본, 영국, 스위스,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에 국한돼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9월말 현재 2천400억 달러로 세계 6위권이고,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규모 역시 13위에 위치하면서 세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외환 보유액 중 상당 부분이 미국 국채나 금융기관에 투자돼 있고 국제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한국 경제에 적신호가 들어오면 이는 다시 미국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미국을 움직이게 한 배경으로 보인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달 중순 워싱턴에서 열린 긴급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선진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로 신흥시장국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러한 신흥시장국의 금융시장 불안이 다시 선진국으로 전이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회원국 간 정책공조에 신흥시장국도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외환 불안 털고 실물경제에도 득
국내 금융시장은 지난 달 중순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신청으로 촉발된 월 스트리트발(發) 금융위기로 휘청이기 시작했지만 그 전부터 기저에는 국내 외환보유고의 적정성을 놓고 불거진 외환시장의 불안이 자리잡고 있었다.
가뜩이나 원.달러 환율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상황에서 미국발 금융 불안은 달러 기근을 가중시켰고 국내 금융시장 전반에 신용경색의 공포를 몰고왔다.
달러난 해갈을 위해 450억 달러를 풀고 있고 내년 6월까지 국내 은행의 외화 차입에 대해 1천억 달러 내에서 정부가 보증을 서기로 했는데도 불구하고 시장 불안이 가시지 않은 것은 심리적 요인이 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달러 스와프가 가능해지면 심리적 공황 상태에 휩싸였던 시장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즉각 나타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통해 달러를 공급받을 안전장치가 마련된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에 대한 우려가 금융시장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불안심리를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외환시장 정책에도 변화를 몰고올 가능성이 높다.
현재 외환보유액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시장 개입이 힘들었던 것은 만일의 상황을 우려했던 것인 만큼 제2의 외환보유고로 볼 수 있는 달러 스와프가 체결되면 시장 대응에 보다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실물경제에도 순기능이 예상된다. 외환시장이 안정되면서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 걷어내면 시장 참가자들의 투자심리를 회복시켜 소비 등 실물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달러 스와프는 지금처럼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하는 상황을 진정시키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수출입업계의 안정적인 외화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아울러 금융 부문이 안정을 되찾을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이 기업의 유동성에 악영향을 주고 기업의 위기가 다시 금융불안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