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0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맺은 통화스와프 300억 달러는 필요할 때 수시로 인출할 수 있는 자금이다.
통화스와프란 미 FRB에 원화를 맡기고 그에 상당하는 달러를 가져오는 교환 방식이다. 원화는 제한없이 발권할 수 있는 만큼 사실상 보유외환이 늘어난 것으로, 기존 외환보유액과 함께 국내 실수요 달러자금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계약 기간 등 기본적인 조건은 기존에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는 선진 10개국과 동일하다고 한은은 밝혔다.
◇ 스와프입찰로 은행권에 공급
한은은 이 계약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들여오는 달러를 그동안 한은이 국내 외국환은행에 스와프경쟁 입찰로 공급하던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다.
현재 한은은 매주 화요일 스와프 경쟁입찰로 국내 은행에 직접 달러를 풀고 있다. 달러가 필요한 은행이 입찰에 참여해 금리 등 입찰조건을 제시하면 한은이 가장 유리한 조건인 은행에 달러를 빌려주고 원화를 받는 방식이다.
한은은 경쟁입찰에 2일 앞서 미국 측에 입찰 규모를 통보하고 입찰이 끝나면 실제 낙찰금액만큼 달러를 가져오게 된다. 만기는 84일 물 이내에서 자유롭게 빌려올 수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이후 국내 은행들이 달러를 상환하면 이를 FRB에 입금해 한도를 채워놓으면 된다.
입출금 횟수에 제한은 없는 것으로 다음달부터는 스와프 입찰에 미 달러화를 사용할 수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금 자체 외환보유액으로 외국환 은행들에 경쟁 입찰 방식으로 달러를 공급하고 있는데 앞으로 300억 한도 내에서 외화 자금을 가져오더라도 같은 방식으로 운용한다"며 "따라서 그 돈, 이 돈을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 통화스와프 금리 조건은
통화스와프 거래로 달러를 빌려오는데 지불하는 금리는 하루짜리 달러 대출금리인 `오버나이트 인덱스 스와프(OIS)'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이광주 한은 부총재보는 "거래마다 협의로 정해진다"며 "OIS에 `플러스 알파(α)'를 하기 때문에 높은 금리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현재 3개월물 OIS는 0.8%선이다. 최근 FRB가 산업은행을 기업어음(CP) 직접 매입대상으로 선정하면서 내건 금리 조건이 OIS에 2.0%포인트를 더한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한은의 통화스와프 금리도 3% 안팎의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으로서도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는 구조다.
한은이 기존 은행들을 상대로 한 공개 경쟁 입찰에서 얻는 금리 차익만큼만 그대로 FRB에 넘겨주면 되기 때문이다. 국내 외화자금 사정에 따라 한은의 금리 차익이 줄게 되면 FRB의 `플러스 알파'도 그만큼 감소하게 된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즉 미국으로서는 최소한 초단기 금리 수익을 확보하면서 달러를 공급하는 것이고, 한은은 FRB의 자금을 국내 은행에 공급하는 중계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안병찬 한은 국제국장은 "상업은행이 아닌 중앙은행간 거래이기 때문에 금리 재정거래 목적보다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성격이 크다"고 말했다.
◇ 외환보유액 감소 우려 해소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로 당장 외화보유액 운용에도 여유가 생기게 된다.
우선 300억 달러라는 규모 자체가 적지 않은 금액이다. 정부가 현재 스와프 입찰을 통해 공급중인 300억 달러를 포함해 모두 600억 달러가 외환시장에 투입되면 시중의 필요자금을 충족하는데 크게 부족지 않을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300억 달러의 신규 자금은 외환당국의 부담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매주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스와프 입찰에서 미 FRB의 자금을 활용할 방침으로 이 경우 외환보유액 감소없이 시중에 달러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당국이 외환보유액을 사용하려면 보유 증권을 매각해야 하지만,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현실에서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시장의 우려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심리적인 측면에서 시장 전반을 짓누르는 막연한 불안감을 없애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 자체가 `한국 경제가 건전하고 잘 관리되고 있는데 일시적으로 외화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이라는 증명서가 되기 때문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외환보유액이 부족해서 스와프 계약을 한 것이 아니라 제2선, 제3선을 준비한다는 의미가 있고 국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유동성 부족에 전 세계가 인식을 같이하고 같이 대응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