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실패’ WBC도 실점 최소화 경종

입력 2008.11.16 (10:04)

아시아 야구 왕중왕을 가리는 2008 아시아시리즈에서 SK 와이번스가 복병 타이완 퉁이 라이온스에 걸려 뜻밖에 예선 탈락한 것은 내년 3월로 다가온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SK가 2승1패를 거두고도 동률인 세이부와 퉁이에 밀린 것은 최소실점률을 따지는 대회 규정 때문이다. 동률일 경우 상대전적을 따지고, 그마저 같으면 실점률이 작은 팀이 결승에 올라가는데 세이부가 0.292(24이닝 7실점), 퉁이가 0.385(26이닝 10실점), SK가 0.542(24이닝 13실점) 순이었다.
WBC 규정도 비슷하다. 2006년 1차 대회에서 미국이 4강에 오르지 못한 것도 바로 실점률 때문이었다.
8강까지 조별 풀리그를 벌이고 동률팀이 있으면 승자승, 최소 실점, 이닝당 실점률을 차례로 따지는 게 당시 규정.
8강 리그 A조에서 미국과 일본은 1승2패 동률을 이뤘고, 실점(5점)도 같았지만 17⅔이닝을 수비한 일본의 실점률이 0.283에 그친 반면, 17이닝을 치른 미국은 0.294였다. 당시 일본은 예선과 본선에서 한국에 두차례 패하는 등 8강까지 3승3패의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도 미국을 실점률로 제치고 4강에 오르는 행운을 안은 끝에 결국 첫 우승 감격까지 누렸다.
질 때 지더라도 실점을 적게 하는 일본 야구가 WBC나 아시아시리즈에서 잇단 행운을 누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SK의 패배가 WBC를 앞두고 국가대표팀에 더욱 경종을 울리는 것은 예선 상대가 아시아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타선 폭발력이 있는 타이완이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WBC 조직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대진 일정에 따르면 한국은 내년 3월 일본에서 열리는 WBC 지역예선 A조에서 타이완과 첫 경기를 치른다. 장소는 도쿄돔이다. 네 팀이 풀리그로 순위를 정한 지난 대회와 달리 이번에는 패자부활전을 도입한 `더블 엘리미네이션' 규칙이 적용된다.
첫 경기 승자는 승자끼리, 패자는 패자끼리 맞붙는다. 여기서 2연승을 한 팀은 다음 라운드 진출을 확정하고 2연패를 한 팀은 탈락하지만 1승1패를 한 팀끼리 다시 격돌해 본선 진출팀을 가린다. 이에 따라 한국은 지역예선에서만 타이완과 두 번 만날 가능성이 있다.
1차전 타이완에 이겨도 2차전은 중국에 승리가 확실시되는 일본과 맞붙기 때문. 일본에 지면 3차전은 예선 2차전에서 중국을 이길 가능성이 큰 타이완과 치러야 한다. 타이완을 두 번 이겨야 조 1,2위를 가리는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셈이다.
WBC 규정과 대진 일정을 고려할 때 한국은 지금부터 실점을 줄일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투수별 투구 수가 제한돼있는 WBC에선 컨디션이 좋은 특정 투수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다. 바꿔 말하면 컨디션이 나쁜 한 투수가 대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얘기다.
채병용은 15일 퉁이와 경기에서 공 69개를 던지는 동안 홈런 두 방을 비롯해 7안타를 얻어맞고 5점을 내줬다. WBC 감독이 투수들의 컨디션을 자세히 체크하지 않으면 순간의 실수로 억울하게 탈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약팀이라도 상대 타선에 대한 분석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거나 대회 규정에 대한 치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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