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귀네슈 ‘2008 최후 지략 대결’

입력 2008.12.05 (11:34)

수정 2008.12.05 (15:41)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과 세뇰 귀네슈 FC서울 감독이 7일 낮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08 프로축구 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다시 한번 지략 싸움을 벌인다.
3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차전 결과는 1-1 무승부로 끝났지만 2차전은 90분 정규시간에 승부가 갈리지 않으면 연장전에 승부차기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K-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사령탑 둘은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양팀 감독의 '필승 용병술'이 어떻게 펼쳐질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올 시즌 K-리그 마지막 승부에서 지켜봐야 할 관전포인트를 짚어본다.

◇지략 대결 2라운드..양팀 사령탑의 선택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차범근 수원 감독은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가 포백으로 전환했고, 귀네슈 서울 감독은 포백으로 출발했다가 스리백으로 바꿨다.
양팀 감독의 전략은 정반대였지만 재미를 본 포메이션은 똑같았다. 모두 스리백보다 더욱 공격적이라는 포백을 사용할 때 득점에 성공했다.
경기 시작부터 경기 감각이 떨어진 수원을 몰아붙인 서울은 전반 21분 아디의 헤딩 슈팅으로 골문을 열며 앞서갔다.
수원은 서울이 전반 막판부터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틈을 타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바꾸며 공격 태세로 전환했고, 결국 후반 34분 역시 수비수인 곽희주가 동점골을 넣었다.
공교롭게도 동점골을 허용할 때 서울은 오른쪽 측면 수비수 아디가 빠지고 박용호를 투입해 스리백 형태로 바꾼 상황이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을 실감 나게 하는 대목이었다.
'화끈한 공격축구'를 강조하고 있는 귀네슈 감독은 포백 형태로 다시 승부를 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서울 측면 공격수 이청용을 김대의가 전담 마크할 것"이라고 밝힌 차범근 감독은 다시 스리백으로 출발할 것 같다.
하지만 어차피 승부는 경기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전술과 전략에 따라 갈리게 돼 있다. 우승컵을 놓고 마지막 대결을 앞둔 양팀 감독은 필승 비책을 마련하느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베테랑-새내기 수문장 대결..승부차기 간다면?

이번 대결은 연장전에 승부차기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 '끝장 승부'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양팀은 승부차기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
'가혹한 룰렛 게임'이라고 불리는 승부차기하면 떠오르는 이는 바로 수원을 골문을 지키는 이운재.
2002년 한일월드컵 스페인과 8강전부터 지난해 아시안컵 일본과 3-4위전까지 이운재는 승부차기에서 신들린 선방으로 짜릿한 승부를 안겨준 수호신이었다.
신인에 가까운 서울 수문장 김호준도 만만치 않은 승부차기 전문 골키퍼다.
김호준이 승부차기에서 괴력을 발휘한 것은 지난 3월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미국프로축구 LA갤럭시와 친선경기. 당시 김호준은 4차례 연속으로 상대 키커의 슈팅을 막아내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양팀이 최근 K-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할 때 모두 승부차기에서 승리했다는 점도 재미있다.
수원은 2004년 포항 스틸러스와 1, 2차전을 모두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기며 짜릿한 우승을 맛봤다. 당시 골키퍼는 바로 이운재.
안양은 2000년 부천SK와 챔피언결정전에서 1차전 1-1 무승부, 2차전 3-3 무승부를 기록하고 나서 승부차기에서 4-2 승리를 거뒀다. 승리를 이끈 골키퍼는 안양의 주전 수문장 신의손이 아니라 연습생 출신 프로 1년생 정광길이었다.

◇서울 "2006년 컵대회 우승 추억 이어간다"

두 팀 모두 필승 각오로 똘똘 뭉쳐 있지만 서울에는 특별한 추억이 하나 더 있다. 바로 2년 전 컵대회 우승 세리머니를 바로 수원에서 한 것이다.
서울은 2006년 7월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컵대회 12차전에서 선제골을 내준 뒤 신예 천제훈의 천금 같은 동점골이 터지며 1-1로 비겼다. 1경기를 더 남겨놓은 서울은 2위와 승점 차를 벌리며 우승을 확정했다.
2004년 안양에서 서울로 연고지를 옮긴 서울이 처음 정상에 오른 것이었다.
물론 2년 전 라이벌 서울의 우승 세리머니를 허무하게 지켜봐야 했던 수원은 이번만큼은 절대로 아픔을 겪지 않겠다며 벼르고 있어서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챔프전 최다관중 이번에 또 넘어서나?

3일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는 평일 저녁인데도 날씨가 예상 외로 포근해 3만9천11명의 관중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이는 2006년 수원과 성남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 몰린 3만8천526명의 역대 챔피언결정전 최다 관중 수를 넘어서는 것이다.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이 기록은 또 깨질 가능성이 크다. 강추위가 예상되고 있지만 일요일 낮에 열리는 데다 올해 치러지는 마지막 경기이고 양팀 모두 대표급 선수를 대거 보유하고 있어서 가족단위 팬들의 발길이 잇따를 전망이다.
양팀 서포터스의 응원 퍼포먼스 대결도 관심거리다. 1차전에서 서울 서포터스는 깃발을 이용해 우승을 뜻하는 별을 그려 눈길을 끌었고, 수원 서포터스는 카드 섹션으로 '축구수도수원'이라는 글자를 만들면서 맞섰다.
특히 수원 서포터스의 경우 이번 경기를 대비해 3주 동안 극비리에 국내 최대 응원을 준비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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