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왜 일방휴전 선언했나

입력 2009.01.18 (07:43)

이스라엘이 17일 안보내각 회의를 통해 일방적인 휴전을 가결한 것은 기본적으로 이번 가자지구 전쟁의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된 상황에서 군사행동 중단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박을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렵다는 판단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개전 초부터 하마스의 로켓 공격과 재무장화를 막는 게 가자지구 공세의 목표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27일 하마스 세력에 대한 기습 공격에 나선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로켓 진지와 무기고, 무기제조창, 지하 땅굴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왔다.
특히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국경을 접한 가자지구 남부에 조성된 지하 땅굴이 무기류의 반입통로라고 보고 융단폭격에 가까운 공격행위를 전쟁기간 내내 이어갔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은 임기를 며칠 남겨놓지 않은 미국의 부시 행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전격적으로 체결, 무기류가 이집트 국경지대뿐만 아니라 해상으로도 가자지구에 유입될 수 없도록 공동 대응키로 합의하는 주도면밀함을 과시했다.
물리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하마스 세력의 약화를 위한 기반이 조성됐다고 판단한 이스라엘은 굳이 테러단체 명단에 올라 있는 하마스와 복잡하고도 지리한 협상을 통한 휴전 합의를 이루기보다는 독자적으로 `선제공격을 중단하는 길'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휴전을 발표했지만, 가자지구에 군부대를 그대로 주둔시켜 하마스가 공격을 해오면 응전에 나서기로 해 하마스 세력을 군사적으로 더욱 몰아세울 여지를 남겨놓았다.
일방적 휴전 선언은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는 게 아니라 고립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치피 리브니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의 `채널 10' TV와 인터뷰에서 "나는 하마스와의 합의로 전쟁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며 이번 휴전 선언이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과 관련국들과의 대책 조율에서 나온 것임을 강조했다.
일방적인 휴전을 발표함으로써 내달 10일 총선을 앞둔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유권자들에게 테러단체인 하마스와 협상하지 않고 전쟁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셈이다.
공략대상지가 가자지구 내 `가자시티' 도심 등 인구밀집지역만 남은 상태에서 전쟁을 지속하게 되면 팔레스타인인들뿐만 아니라 자국군의 피해가 많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이스라엘의 휴전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군사행동을 계속한다면 도심 내 시가지를 무대로 전투가 벌어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민간인이나 이스라엘 장병의 사망자 숫자가 불어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스라엘 지도부로서는 국내외의 전쟁 반대 여론에 시달릴 개연성이 높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성사 가능성도 불투명한 하마스와의 휴전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점도 이스라엘 지도자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군과 모든 국경통과소의 개방 등을 휴전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로켓 공격을 계속하는 한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휴전 협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럴 경우 국제사회의 전쟁 중단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고, 그만큼 이스라엘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어서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독자적인 휴전 선포로 국제사회의 여론을 무마하겠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다음 주초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 이스라엘의 보호막 역할을 해왔던 미국도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의식해왔다.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이스라엘군이 있는 한 전투를 계속하겠다고 밝히고 있고, 이스라엘군도 피격 시 반격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실제로는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임에도 일방적인 휴전선포를 통해 이스라엘은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얻으려는 포석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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