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강호순의 범행 패턴…여죄 추궁

입력 2009.02.08 (07:59)

<앵커 멘트>

경기서남부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강호순은 과연 7명만 살해했을까, 다른 추가 범죄는 없을까?

충격적인 살인행각을 벌인 피의자 강호순은 지난 주 검찰에 송치돼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강호순의 여죄 부분에 대해 계속해서 수사하고 있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이재원 기자.

<질문> 연쇄살인 피의자 강호순이 검찰로 송치됐습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수사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습니까?

<답변>

지난 3일 화요일 강호순이 검찰로 송치됐고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옷도 수의로 갈아입었다.

강호순은 경찰 조사에서 7명을 모두 살해했다고 자백했고 시신을 암매장했다고 지적한 장소에서 6구의 시신이 나왔다.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하면 강호순이 연쇄살인범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 됐기 때문에 큰 틀에서 검찰 수사가 경찰 수사 내용과 달라질 것은 없어 보인다.

검찰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다만, 검찰이 해야 할 일은 경찰 수사에서 명쾌하게 밝히지 못했던 부분들, 강호순의 넷째부인 처가 방화 의혹, 범행 공백기 22개월 동안 여죄가 있는지 없는지하는 부분, 그리고 사이코패스라고는 하지만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강호순의 정확한 범행동기 등을 밝혀내는 일이 될 것이다.


<질문> 실제로 강호순이 추가 범행을 시도했었다고 하죠. 독신들의 모임에서 만난 여성을 6시간 동안 감금했다고 경찰이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답변>

강호순이 군포 여대생을 납치 살해한 게 지난해 12월 19일이다.

그런데 정확히 12일만에 또다시 범행 대상을 물색하고 실제로 한 여성을 감금했다.

<녹취> 박학근(경기지방경찰청 2부장): "강호순은 마지막 7차 범행이 있은 이후인 "독신들의 모임"에서 처음 만난 김모씨를 집에 데려다 준다며 시흥 월곶으로 이동, 술을 먹고 모텔로 가자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거부하자 차량 내에서 새벽까지 내리지 못하게 감금한 사실을 추가로 밝히고"

독신들의 모임은 30대~50대 독신들이 만나는 사교 공간이라고 한다.

강호순은 지난해 12월 31일 모임에 처음 나가서 호프집에서 맥주도 마시고 하다가 집 방향이 같다며 여성과 나갔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여성이 강호순의 차를 타자마자 강은 돌변했고 6시간 동안 끌고 다녔다.

이 여성이 다행히 화를 입지 않은 것은 독신들의 모임에서 본 사람들이 많았고 통화 내역도 남아 있어서 잡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질문> 강호순의 범행 패턴이 있다고 하는데, 범행 후에는 전화를 끊고, 다시 걸 때는 한 여성에게 첫 전화를 건다? 이걸 어떻게 밝혀낸 건가요?

<답변>

검찰과 경찰은 강호순의 여죄 부분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경찰이 강호순의 통화기록 6천6백여 건을 모두 조사하다가 이런 특성을 발견해 냈다.

지난해 11월 9일 6차 사건과 12월 19일 7차 사건 직후에 강호순은 24시간 동안 일절 전화를 사용하지 않았다.

평소에는 하루에 15번 넘게 통화를 하는 데 범행을 한 직후에는 전화를 끊은 것이 특이하다.

그러고 나서 첫 통화는 모두 대구에 사는 한 여성에게 했다.

강호순은 애인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강호순의 통화 내역을 추가로 조사해서 이런 통화 패턴과 비슷한 유형을 보인 날의 행적을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질문> 전화 통화도 일정한 패턴을 보이고 있지만, 신용카드 사용에도 특이한 양상이 발견됐다면서요? 어떤 겁니까?

<답변>

신용카드 사용 행태도 특이합니다.

사건 전날 부터 이후 몇 달 동안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강호순이 연쇄 살인극을 시작한 것이 2006년 12월 13일이다.

노래방에서 처음 만난 배 모씨를 살해했는데 강호순은 이 여성을 살해하기 하루 전부터 이후 넉달 동안 신용카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인터뷰>이명균(경기경찰청 강력계장): "다양하게 일반 사람 쓰듯이 식당, 노래방도 쓰고 다 썼는데 이상하게 이 때가 딱 끊어져 있어요"

요즘 같은 신용사회에 신용카드 없이 현찰만 가지고 생활하기는 여간 힘들지 않나.

경찰은 강호순이 신분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서 범행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신용카드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질문> 강호순이 범행 전후에 보인 이런 일정하 패턴을 분석하면 실제로 추가 범행을 확인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답변>

경찰은 그렇게 보고 있다.

수사기관이 주목하는 시기는 강호순의 범행 공백기이다.

2007년 1월 7일까지 다섯 명을 살해하고 난 다음, 2008년 11월 9일까지, 22개월 동안 강호순은 아무런 범행을 저지르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다.

강호순은 연쇄살인사건이 언론에 자주 보도돼서 붙잡힐까봐 겁이 나서 범행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범죄 전문가들은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고 추가 범행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 범행 공백기 22개월 중에 신용카드 사용 패턴이 첫번째 여성 살해 때와 비슷한 시기가 있다는 것이 경찰 조사 결과에서 밝혀졌다.

범행 공백기 가운데, 신용카드를 계속 쓰지 않은 기간이 석 달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 석 달 기간 중에 추가 범행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경찰은 이 기간에 경기, 충청 지역에서 가출 신고된 14살 이상 여성 450여 명의 기록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강호순의 범행 공백기, 2007년 1월부터 2008년 11월 사이 행적, 이 기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드러난 게 있습니까?

<답변>

범행 공백 기간에 강호순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는 수사기관에서 꼼꼼히 조사 중이다.

강호순의 주소지는 경기도 안산시 팔곡동이고 안산 본오동에 건물 상가 한칸을 갖고 있다.

이 상가를 마사지 업소에 임대해 줬는데 마사지 업소 운영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강호순이 이 기간에 마사지 업소를 전전했다고 한다.

<녹취> A씨(마사지사/음성변조): "마사지를 받으러 가끔 왔지요. 꼭 여자한테만 받아요. 끝나면 꼭 밥먹으러 같이 가고 이런 식이었어요."

<녹취> B씨(마사지사/음성변조): "마사지 받으러와서 혼자 사는 여자들 소개 좀 해달라고... 돈 많고 혼자사는 여자.."

주변 사람들 증언을 들어보면 강호순은 왜곡된 여성 편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호순은 범행 초기에는 노래방도우미만 집중적으로 노리다가 다음에는 버스정류장 혼자 있는 여성을 납치하는 등 범행 대상을 고르는 데도 시기별로 변화를 보였다.

마사지 업소를 전전한 것이 단순히 상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또다른 범행 대상을 물색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질문> 강호순이 자신의 범행을 책으로 써서 아들한테 인세라도 받게 하겠다고 말했다죠.

이런 발언으로 또한번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습니까?

<답변>

경찰이 최종 수사 결과 발표 때 강호순을 조사하면서 아주 특이한 점이 있다면서 공개한 내용.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책을 팔아서 아들한테 인세라도 받게 해 주겠다고 답했다는 것.

이 말이 알려지자 연쇄살인 행각에 한번 놀란 국민들이 또한번 충격을 받고 공분에 떨었다.

하지만 결론을 얘기하면 강호순이 책을 쓰고, 잘 팔리더라도 아들이 인세를 받을 수는 없다.

강호순은 범행을 저지른 순간 이미 엄중한 형벌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민법상으로도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돼 있다.

액수만 피해자 한 사람당 2~3억씩 20억이 넘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또 일부 피해자 유족들이 강호순 재산에 가압류신청을 냈고 손해배상소송도 낼 계획이다.

강호순에게 인세가 전달되는 순간 아들이 아니라 모두 피해자 유족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질문> 강호순이 거액의 보험금을 탄 것을 놓고, 보험 사기가 아니냐 하는 의혹이 많은데, 도대체 얼마나 보험금을 탄 것입니까? 그리고 이 부분은 왜 밝혀내지 못한 것입니까?

<답변>

강호순은 1999년 5월, 자신이 몰던 덤프트럭이 고속도로 갓길에서 불길에 휩싸이는 사고를 당하고 2800만 원의 보험금을 탄다.

두 달 뒤에는 쓸모도 없어진 이 불탄 트럭을 도둑맞았다면서 보험금 5천8백만 원을 또 받아냈다.

그 다음해인 2000년엔 무려 24건의 상해보험에 가입한다.

별다른 수입이 없던 강호순이 한 달에 보험료를 80만원씩이나 내기도 했다.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

이런 식으로 강호순이 지난 10년 동안 가입한 보험상품이 확인된 것만 31개고, 지급된 보험금은 무려 7억 2천만 원이나 됐다.

강호순의 이런 의심스런 행위가 걸러지지 않은 것은 보험 전산망이 2005년에야 갖춰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한꺼번에 여러 건 보험에 가입한 뒤 사고를 낼 경우, 곧바로 보험사의 관리 목록에 올라 조사 대상이 되지만 2005년 이전 건은 그렇지 않다.

2005년도에 넷째 부인과 장모가 화재로 사망한 사건도 방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와 경찰 조사에서도 증거를 찾지 못했고 강호순은 결국 조사가 다 끝난 2007년도 4월 사망보험금 2억8천만 원을 탔다.

<녹취> 당시 조사 담당 보험사 직원: "심증은, 마음속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물증이 없기 때문에 저희들은 보험금을 지급을 해야 됩니다."

보험금을 받지마자 다음달인 2007년 5월, 강호순은 이 돈으로 안산의 상가를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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