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재야해설가 ‘떴다! 짱개토대왕’

입력 2009.04.25 (08:54)

수정 2009.04.25 (19:57)

KBS 뉴스 이미지
프로야구 중계 불방 사태로 각종 비난과 짜증이 야구계를 뒤덮었던 이번 주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가 큰 주목을 받았다.
아프리카는 중계를 중단한 스포츠전문 케이블채널 4사를 대신해 지방 야구장에 자체 카메라를 설치, 중계에 나섰고 동영상에 목말랐던 팬들의 갈증을 해소시키면서 대안 채널로 주가를 높였다.
인터넷 동영상이 야구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채널로 부각되면서 덩달아 뜬 이들이 바로 '재야의 고수'들이었다.
특정 구단의 광적인 팬을 넘어 마니아 수준의 풍부한 지식, 야구의 흐름을 꿰뚫는 정확한 눈을 자랑하는 이들은 아프리카를 통해 '편파해설'을 했고 그간 TV 해설위원의 설명에 진부함(?)을 느꼈던 팬들은 신선한 시각에 열광하고 환호했다.
누리꾼들의 큰 호응을 얻은 재야해설가는 KIA 타이거즈의 열성팬을 자부한 김형성(35)씨.
'짱개토대왕'이라는 예명으로 블로그도 운영 중인 김 씨는 주중 KIA-두산 3연전을 통해 팬 무리의 일원에서 전국적인 인기스타로 발돋움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서는 김 씨의 촌철살인 발언을 모아 '짱개토대왕 어록'이 유행했다.
'송파구에 있는 LG 탁구장이면 넘어갔겠죠'(KIA 최희섭이 뜬공으로 잡힌 뒤), '김동주 산책하네요'(병살타를 때리고 천천히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 'KIA에는 용병이 셋이나 있죠. 메이저리그 용병 최희섭, 북한용병 김원섭 동무(인민무력부장), 멕시코 용병 재주리게스(이재주)' 등등.
'저는 전문해설가가 아니라 1루에서 똑같이 방망이 치던(응원석에서 막대풍선을 때리던) 사람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동전을 들고 나지완 주택공사에서 발매하는 로또를 긁을 시간입니다(기복이 심한 나지완의 타격을 지켜보자는 뜻에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나는 놈 위에 드러눕는 놈 있다'는 맛깔스런 표현으로 시청 재미를 더했다.
동영상을 지켜보던 KIA와 두산 양쪽 팬들은 점잖으면서도 유머러스한 김형성 씨의 코멘트에 자지러졌다. 대부분 엄지손가락을 들고 '짱개토대왕 짱'을 외쳤다.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는 김 씨는 지난 2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주변에서 '참신하다' '속 시원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며 즐거워했다.
이어 "21일에는 6~7만명이 인터넷으로 야구를 보신 것 같다. 내 블로그에도 3천명 정도가 다녀가셨다"면서 달라진 근황을 전했다.
남부럽지 않은 번듯한 직장(공연한 오해를 부를까 직장은 절대 쓰지 말아 달라고 했다)에 다니는 김 씨는 방송 4사가 야구 중계 중단을 선언하자 KIA가 요청하지도 않았음에도 스스로 자체 중계를 하겠다고 나섰다.
김 씨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KIA 명예기자로 활동했다. 2004년에는 자비로 노트북을 사서 홈페이지에 문자중계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방송 3사가 TV 중계를 할 때였는데 KIA 경기를 중계해 주지 않는 날에는 캠코더를 마련해 구장에 설치하고 촬영, 문자중계, 해설 등 1인 4역을 도맡았다"고 말했다.
1982년 해태 타이거즈의 원년팬으로 지금까지 호랑이만 보고 살아온 열정이 아니었으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보고 해설하는 것뿐 아니라 직접 야구를 하는 것도 좋아해 사회인 야구단 '청연한의원 쿨가이스' 단장까지 맡고 있다.
김형성씨의 해설이 인기가 있던 데는 KIA에 편파해설을 하면서도 상대를 비방하지 않는 신사다움에 있다. 김 씨는 "절대 상대편에 욕을 하거나 나쁜 말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말한다.
도리어 KIA 벤치를 꾸짖거나 비판하는 내용이 더 많았다.
마무리 한기주가 이틀 연속 불을 질렀던 22일, 한기주가 얻어터지도록 KIA 벤치에서 아무도 마운드에 올라오지 않았던 것을 두고 김형성 씨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KIA와 주중 3연전을 지켜본 두산 팬들은 "KIA에 대한 애정을 읽을 수 있었다"며 부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해학과 유머가 넘치는 코멘트에 정확하면서 박식한 지식을 동원한 김 씨의 해설을 듣고 '야구를 제대로 이해하게 됐다' '도사가 따로 없다. 정말 그의 예상대로 경기가 흘렀다' 등 블로그 시청 후기에 칭찬이 넘쳤다.
김 씨는 "해설을 하더라도 어떤 위원처럼 '구렁이 담 넘어가듯' 대충하려 하지 않았다. 화면에 나타난 정보보다는 보이지 않는 정보, 즉 불펜에서 누가 몸을 풀고 있는지 등을 알려주려 노력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TV 중계가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갑자기 해설을 했을 뿐이다. 다시 방송 4사가 빨리 전파를 내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 "앞으로는 우리도 미국프로야구처럼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자체 방송사를 세워 지상파나 케이블에 판매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전문가다운 전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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