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좌완’ 고효준, 빛나는 투수전

입력 2009.05.13 (22:20)

수정 2009.05.13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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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의 주중 3연전 두 번째 판이 펼쳐진 13일 잠실구장.
'야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SK 감독은 전날 9회말 8점을 따라잡혀 연장 승부에 끌려갔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LG의 집중력이 대단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런 쌍둥이 타선을 7년 동안 변방을 떠돌았던 SK '중고 좌완' 고효준(26)이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그것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영웅이자 LG 에이스인 '봉의사' 봉중근을 상대로 빛나는 투수전 끝에 올린 성과였다.
고효준은 7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솎아내며 4피안타, 1실점으로 불붙은 쌍둥이 타선을 요리하고 승리 투수가 됐다. 시즌 3승째.
직구 구속은 138∼145㎞로 최고 150㎞를 찍은 봉중근보다 빠르지 않았지만 주무기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배합하며 108개 투구로 LG 방망이를 물에 적셨다.
4할 톱타자 박용택을 삼진 2개를 포함해 4타수 무안타로 돌려세웠고 홈런 2위 로베르토 페타지니를 3타석 범타로 잡았다.
5회까지 단 1안타만 내줄 정도로 깔끔했고 6회 정성훈, 최동수에게 안타를 맞아 몰린 1사 1,3루에서 이진영의 내야땅볼에 1점을 내주긴 했지만 그 외에는 아예 위기를 원천 봉쇄했다. 무사 1루에서 두 차례 번트 타구를 2루 포스아웃으로 연결한 것이 컸다.
특히 삼진 7개를 더하며 시즌 탈삼진 49개로 류현진(한화.50개)에 1개 차로 따라붙었다. 이닝당 삼진 수에선 류현진에 앞선 고효준은 새로운 닥터 K의 출현을 알렸다.
봉중근도 8이닝 7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역투했지만 7회초 높은 직구를 뿌렸다가 제대로 얻어맞은 모창민의 홈런 한 방에 울었다.
2002년 롯데에 2차 1라운드 6순위로 입단해 이듬해 SK로 둥지를 옮긴 고효준은 2004년과 2005년 2승1패, 4승4패를 기록하며 나름대로 불펜에서 역할을 맡았지만 SK 투수층이 두터워지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
2006년 이후 단 1승도 챙기지 못했고 2007년과 지난 시즌엔 단 1경기씩 출전해 고작 2⅓이닝을 던졌을 뿐이다.
하지만 벼랑 끝까지 몰린 고효준은 특유의 근성을 발휘했고 올 시즌 불펜에서 2경기 뛰다 김성근 감독의 눈에 들었다.
지난달 10일 히어로즈와 선발 무대에서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앞세워 삼진 11개를 잡아내며 호투하자 꿈꾸지도 못했던 4선발 자리가 돌아왔다.
고효준의 호투는 전날 연장 혈투에서 투수 7명을 쏟아부은 김성근 감독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았다.
김성근 감독은 "고효준이 최대한 잘 버텨줬다. 5-6회에 구위가 떨어졌지만 7회까지 막아보라고 포수 박경완에게 지시했다. 투수를 아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고효준은 "어제 우리 투수들이 많이 던져 길게 가고 싶었다. 힘을 빼고 던졌는데 주효했다"며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승부구로 썼고 시즌 최다이닝을 던졌지만 체력 부담은 없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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