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수염 깎지 마’ 구단주 특명?

입력 2009.05.24 (17:25)

수정 2009.05.2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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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친정에 돌아온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내야수 박종호(36)는 수염이 제법 잘 어울린다.
양쪽 구레나룻에서부터 턱수염까지 가지런히 기른 수염은 웬만한 외국인 못지 않게 멋있다.
박종호가 수염을 기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LG 트윈스 구본준 구단주가 깎지 말라고 '특명'을 내렸기 때문이다.
김재박 LG 감독 등 트윈스 출신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애정이 강한 구 구단주는 현대와 삼성을 거쳐 강산이 한번 바뀐 뒤 트윈스에 복귀한 박종호에게 "LG란 팀이 너무 순해 보인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산적' 같은 선수가 필요하다"며 수염을 기르라고 지시했다.
실력도 중요하나 경기장 안팎에서 선수단의 구심점 노릇을 해달라는 뜻이었다.
지난해 시즌 중 삼성에서 방출당했던 박종호는 김재박 감독의 부름을 받고 지난해 말 LG 유니폼을 입었다. 베테랑을 선호하는 김 감독은 박종호의 2루 수비 실력이 아직 쓸만하고 스위치 타자여서 대타로도 요긴하게 중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현대 시절 호흡을 맞췄던 옛 제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박종호에게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반년을 쉬었던 터라 타격감각은 떨어졌고 게다가 붙박이 2루 자리는 박경수에게 돌아갔다.
박종호는 먼저 2군에서 구슬땀을 흘리면서 후배들을 다독이고 구 구단주가 내린 임무를 수행했다. 특히 현대와 삼성에서 네 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았던 비결 등을 우승에 목마른 후배들에게 전수했다.
그러다 박경수가 손목 인대를 다쳐 이탈하면서 지난 14일 박종호는 드디어 1군에 올라왔다.
박종호는 올라오자마자 안정된 수비로 주전 2루를 꿰차고 트윈스 내야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24일 한화와 경기에 앞서 박종호는 "걱정했던 수비는 잘되는 편이나 전날까지 타율 0.231에서 보듯 방망이가 안 맞아 걱정"이라며 "대신 수비에서 '시어머니'로서 내야진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는 데 힘을 보탤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박종호는 "3루수 정성훈은 워낙 잘하는 선수지만 가끔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가 있고 유격수 권용관은 종종 노련하지 못할 때가 있다. 나는 이들이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도록 잘 추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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