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나란히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봉중근(LG)과 윤석민(KIA)이 29일 잠실구장에서 성사된 선발 맞대결에서 희비가 뚜렷하게 교차했다.
양팀의 에이스인 둘은 상위권에 도약하려고 애쓰는 소속팀의 기대를 안고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올해 잘 던지고도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마음고생을 했던 봉중근은 1승이 절실한 상황. 선발투수로 활약하다가 팀 사정 때문에 지난달 말부터 마무리로 뛰던 윤석민도 이 경기부터 선발로 돌아왔기 때문에 역시 각오가 남달랐다.
두 투수 모두 때 이른 여름 날씨 때문에 지친 듯 힘으로 상대 타선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볼넷과 피안타가 각각 4개-8개(봉중근), 3개-7개(윤석민)로 상당히 많았다.
대신 완급을 조절한 노련함을 내세웠다. 하지만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윤석민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상대 타자를 범타로 유도해 대량 실점을 피하며 지난해 10월4일 광주에서 두산과 경기 이후 첫 선발승을 따냈다. 반면 봉중근은 연이어 집중타를 허용하면서 시즌 6번째 패전의 멍에를 썼다.
봉중근이 먼저 흔들렸다. 3회 1사 1, 2루에서 이종범에게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고 나서 최희섭에게 좌전안타를 내주면서 또 한 점을 내줬다.
그럭저럭 잘 버텨나가던 봉중근은 8회 완전히 무너졌다. 3안타와 몸에 맞는 볼까지 겹치면서 4점을 내주고 고개를 숙인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총 7실점.
초반 쌍둥이 타선을 잘 틀어막던 윤석민도 4회 위기를 맞았다. 페타지니에게 솔로 홈런을 내주고 나서 1사 만루에 몰렸다. 하지만 조인성을 병살타로 유도해 추가로 점수를 잃지는 않았다.
6회에도 2사 2, 3루에서 폭투로 한 점을 헌납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6이닝 동안 삼진 4개를 뽑아낸 윤석민은 3-2로 앞선 7회 손영민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12-5 대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윤석민은 "실점 위기에서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등 운이 좋았다"며 "선발 등판하기 전에 충분히 쉬어 몸 상태는 좋았다. 다만 투구 수가 많아지면서 힘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선발로 자주 등판하다 보면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박 LG 감독은 "봉중근이 마운드에 선 날에는 타선이 터지지 않는다. 살풀이라도 해야겠다"고 허탈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