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무승부, ‘오만 쇼크’의 부활?

입력 2009.06.03 (03:16)

수정 2009.06.03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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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전 승리로 기분 좋게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에 나섰었으면 좋았을 텐데..."
허정무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대표팀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아랍에미리트(UAE)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 원정경기를 앞두고 최종 모의고사 상대로 정했던 오만과 평가전에서 지루한 공방 끝에 득점 없이 비기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 대표팀으로서는 UAE와 최종예선 6차전에 대비해 전체 엔트리 25명 가운데 골키퍼 정성룡(성남)과 공격수 신영록(터키 부르사스포르) 등 2명만을 제외하고 나머지 선수들을 풀가동하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이날 평가전은 한국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사실상 가름할 UAE와 경기에 나설 베스트 11을 추리기 위한 `옥석 가리기' 성격이 짙었다.
전력 점검 차원 명분에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기대했던 시원한 골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선수들도 섭씨 30도를 넘는 무더위에 지치고 시차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는지 전체적으로 몸이 무거웠다.
6년 전 한국 축구를 충격에 빠뜨렸던 `오만 쇼크' 악몽이 어렴풋이 스쳐 지나간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축구는 지난 2003년 10월22일 아시안컵 2차 예선 오만과 원정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고도 내리 세 골을 허용하며 뼈아픈 1-3 역전패를 당했다.
베트남전 패배에 이은 충격적인 패배여서 `오만 쇼크'로까지 불렸고 이듬해 3월 월드컵 예선 몰디브와 경기 0-0 무승부로 이어지면서 움베르투 코엘류 전 대표팀 감독의 경질에 실마리를 제공했다.
한국은 2004년 2월 친선경기에서 5-0 대승을 거둬 오만에 시원하게 설욕했다.
UAE와 최종예선 6차전을 앞두고 이날 수능 상대로 정한 오만과 리턴매치에서도 완승이 점쳐졌다.
오만이 이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서 조 3위로 밀려 아깝게 최종예선에 오르지 못했던 복병임에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81위로 한국(46위)보다 한참 뒤지기 때문이다.
FIFA 랭킹이 객관적인 전력을 완전히 나타내지 못하지만 박지성과 박주영 등 해외파들이 총출동한 드림팀의 이날 성적표로는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허정무 감독도 "오늘 경기는 무난했지만 속도감이 떨어졌다. 무더위와 시차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어 몸 움직임이 둔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였다. 남은 2, 3일 마무리를 잘하고 조직력과 세트피스를 갖춰 UAE와 경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UAE와 최종예선을 앞두고 오만에 발목을 잡혀 기분 좋은 승전보를 전하지 못한 허정무호의 아쉬운 무승부가 자신감 충만을 기대했던 선수들에게 약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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