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 줄줄이 실려나가! ‘부상 쓰나미’

입력 2009.06.26 (09:36)

수정 2009.06.2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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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그라운드에 '부상 쓰나미'가 덮쳤다.
시즌 초부터 스타급 선수들이 줄줄이 경기 도중 다쳐 실려나갔다. 선수가 부상하는 것은 어느 해나 있는 일이지만 올해는 숫자나 규모가 다른 해를 압도한다.
25일에는 SK 주전 포수 박경완이 경기 중 다친 왼쪽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고 시즌을 마감했다. 이처럼 '그라운드 사고'가 올해 유독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 줄잇는 부상 선수

시즌이 개막하자마자 KIA 이용규가 먼저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4월7일 SK와 광주경기에서 펜스 플레이를 펼치다가 오른쪽 복사뼈가 부러졌다.
한화 4번 타자 김태균은 뇌진탕 후유증에 시달린다. 4월26일 두산과 잠실경기에서 포수와 부딪혀 뒤통수를 그라운드에 찧고 나서 타격감각을 잃었다.
롯데 조성환은 4월23일 SK와 경기에서 투구에 얼굴을 맞아 수술을 받았다. 두산 고영민은 지난달 10일 한화와 경기 도중 오른쪽 발목 인대를 다치고 한 달 넘게 그라운드를 떠났다.
또 두산 이종욱은 2일 KIA와 경기에서 수비를 하다가 김재호와 충돌했다. 턱관절 골절 진단을 받았고 3일 수술까지 받았다.
같은 팀의 포수 최승환은 지난달 17일 홈으로 쇄도하던 주자와 부딪히면서 왼쪽 무릎 인대를 크게 다쳐 아직까지 1군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LG 포수 김정민은 지난달 20일 홈으로 뛰어들다가 왼쪽 아킬레스건이 파열돼 수술을 받았다.
이밖에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 KIA 에이스 서재응은 오른쪽 팔꿈치 부상으로 1, 2군을 들락거렸고 홍성흔(롯데)은 왼쪽 허벅지 부상에 시달렸다.
한화 이범호는 무릎을 다쳤으며 롯데 손민한은 컨디션 난조와 어깨 부상이 겹쳐 지난 7일에야 처음으로 마운드에 섰다.
또 두산 이원석은 상대 포수와 충돌하면서 잠시 의식을 잃고 실려나가기도 했다. 같은 팀의 최준석은 최근 오른쪽 허벅지 부상을 입었고, 김현수도 최근 수비 도중 펜스에 부딪혀 쇄골을 다쳤다. 또 박진만(삼성), 박명환(LG), 김동주(두산) 등도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 부상 이유와 대책은
부상자 중에는 올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선수들이 많다. 이용규, 이종욱, 김태균, 고영민, 이범호, 서재응 등이다.
이들은 WBC에 참가하려고 다른 해보다 일찍 몸을 만들어야 했다. 다른 선수들이 시즌을 준비하며 한창 체력을 비축할 때 일찌감치 혈전을 치르며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이 때문에 WBC에 참가했던 선수들은 시즌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일부 선수는 '시즌을 마칠 때 같은 피로가 느껴진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피로가 쌓이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뛰다가 아차 하는 순간 부상이 덮쳤고, 평소 앓던 고질병이 불거지기도 했다.
또 선진국보다 열악한 야구장 시설이 부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잠실, 문학, 사직 등 일부 구장을 뺀 나머지 야구장에는 인조잔디가 깔렸고 펜스나 주변 시설도 크게 낡았다.
이에 대해 봉중근은 25일 "목동, 대구, 광주구장은 미국 프로야구로 치면 싱글 A 수준이다. 그래서 선수들이 많이 다치는 것 같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23일부터 광주구장에서 KIA와 3연전을 치른 김재현(SK)도 "인조잔디 구장은 빨리 없어져야 한다. 이런 구장에서 뛰고 나면 몸에 무리가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 구장 시설이 잘 갖춰졌다면 김현수와 이용규처럼 펜스에 부딪혀서 크게 다치는 일은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야구계에서는 이번 줄부상을 계기로 구장 시설이 빨리 개선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비할 때 누가 공을 잡을지를 알려주는 '콜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충돌 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또 관중 응원 소리가 워낙 커서 선수들이 '콜'하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 야구 수준 저하 우려
부상은 단순히 선수 개인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팀은 물론 프로야구 전체의 흥행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올해처럼 스타급 선수들이 잇따라 부상으로 그라운드에서 모습을 감추면 팀 전력과 프로야구 수준 자체가 크게 낮아질 우려가 있다.
두산이 대표적이다. 투타에서 수준급 대체요원이 끝없이 나와주고 있지만, 주전 선수들이 계속해서 빠져나가는 상황은 코칭스태프에 대단한 부담이다.
이종욱, 고영민, 최승환, 김동주, 최준석 등 타선의 핵심 선수 대부분이 2군에 내려갔다. 정수빈, 오재원, 용덕한, 민병헌 등 신인급 선수들이 공백을 메워주지만 언제까지 버텨낼지는 미지수다.
두산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다른 구단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용규에 이어 김원섭마저 만성간염으로 빠진 KIA의 조범현 감독은 "타선을 짤 수가 없다"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상황은 WBC 준우승을 계기로 일고 있는 야구붐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WBC에서 활약한 스타 등 정상급 선수들의 플레이를 볼 수 없다면 오랜만에 야구장을 찾은 팬도 발길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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