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이 떴지만 ‘초라한 광주구장’

입력 2009.07.25 (17:51)

수정 2009.07.2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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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열린 광주 무등경기장은 한바탕 잔치를 벌이기엔 너무도 좁았고 환경도 열악했다.
1만3천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광주구장은 일찍부터 올스타를 보러 몰려든 야구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이들을 넉넉히 담아낼 그릇은 되지 못했다.
표를 구하고자 기다랗게 줄을 선 행렬과 행사장 주변을 구경하던 팬 무리가 뒤엉키면서 구장 매표소 일대는 한동안 아수라장으로 변모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날 팬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자 500인치짜리 대형 LED 화면을 광주구장 전광판 옆에 설치했다.
광주구장 전광판의 화질이 떨어져 화려한 영상을 제공하고자 따로 마련했는데 제대로 설치할 곳이 없어 LED 화면을 크레인에 대롱대롱 매달았다. 미관상 좋지 않았고 위험스럽게 보였다.
옷을 갈아입을 제대로 된 라커룸조차 없는 이스턴 올스타팀 더그아웃 사정은 말할 것도 없었다. 폼나는 잔치에 어울리지 않는 구석이 적지 않았다.
1998년 이후 11년 만에 올스타전을 유치한 광주구장은 최근 5년 사이 올스타전이 열린 구장 중 가장 규모가 작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03년 대전구장에서 올스타전을 치른 이후 관중 3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구장에서만 올스타전을 치러왔다. 올스타전을 그야말로 잔치답게 치르고자 조건이 나쁜 지방구장을 일부러 뺀 측면도 없지 않았다.
실제 2004년부터 사직구장(2004.2007년)-문학구장(2005.2008년)-잠실구장(2006년)에서 돌아가며 한여름밤의 축제를 벌였다.
그러다 올해 초 김조호 KIA 단장이 광주의 뜨거운 야구 열기를 등에 업고 KBO에 올스타전 유치 신청서를 냈고 KBO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여 순번인 잠실구장 대신 광주에서 치르기로 했다.
KIA는 전반기에만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1차례 매진을 기록했고 관중도 29%나 늘어나는 등 어느 곳보다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으나 야구장 시설이 낙후돼 롯데나 LG, 두산 같은 흥행 실적을 못 올린 형편이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지난해 6월 1천억원을 투입, 2만~3만5천석 규모의 야구장을 새로 짓겠다고 발표했으나 사업비 확충이 어렵자 민간 자본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사업성 검토 작업이 지연되고 부지 선정도 백지화되면서 야구장 신축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방 구장 시설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대구, 광주, 대전의 야구팬은 앞으로도 올스타전을 서울과 인천, 부산을 떠돌며 봐야 할지 모른다.
홈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별 중의 별이 되고 싶은 꿈을 접어야 하는 해당 구단 선수들에게도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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