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티켓 전쟁, 믿을맨 수난시대

입력 2009.07.30 (10:43)

수정 2009.07.3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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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고 각축전이 벌어지는 프로야구에서 감독보다 더 피곤한 이들은 각 구단 '믿을맨'이다.
두산 계투진의 핵심 임태훈과 LG 불펜의 기둥 정찬헌은 29일까지 70⅔이닝을 던졌다. SK 왼팔 계투 이승호도 68⅓이닝을 뿌렸고 이보근(히어로즈.65⅓이닝), 권혁(삼성.64이닝)도 팔이 빠져라 던졌다.
최하위 한화의 희망 양훈도 67이닝이나 마운드를 지켰다. 한화가 올해 거둔 승리가 30승(3무57패)에 불과한 점에 비춰볼 때 양훈은 상황을 막론하고 출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선발 투수로 아직 100이닝을 넘지 못한 이들도 즐비한 판에 불펜 투수가 집단으로 이렇게 많이 던지는 건 분명 비정상적인 일이다. 분업 체계가 확실한 미국과 일본에서는 50이닝을 던진 중간 투수도 찾아보기 어렵다.
선발 투수의 기량이 하향평준화하면서 불펜 소모전은 시즌 초반부터 시작됐다. 10승을 올린 임태훈이 아직도 두산 팀 내 최다승 투수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확실하게 1~2이닝을 틀어 막는 게 이들의 임무이나 너무 많이 던지다 보니 실점할 확률도 높다. 임태훈(2.80), 정찬헌(5.35), 이승호(4.87) 등 평균자책점이 많이 올랐다.
특히 29일 경기에서 두산 김경문 감독은 4회 한화에 3-2로 쫓기자 임태훈을 조기 등판시켰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김감독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7회나 8회에 등판해야 하는 셋업맨이 4회부터 나오는 것은 분명 정상적인 흐름은 아니다.
결국 임태훈은 2⅓이닝동안 3안타와 볼넷 2개로 4실점해 경기도 망치고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올해는 경기 수가 133경기로 늘어난데다 시즌 막판까지 판도가 안갯속으로 흐를 가능성이 짙어 불펜투수들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마무리 투수가 없어 필승계투조로 뒷문을 돌려막는 SK와 삼성은 불펜의 부하를 줄여주고자 계투 요원을 보강했다.
후반기부터 김성근 감독이 직접 선수단 훈련에 개입한 SK는 인해전술을 들고 나왔고 선동열 삼성 감독은 배영수와 차우찬을 중간에 박아 권혁과 정현욱의 피로도를 줄일 작정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임시 처방에 불과해 '믿을맨'이 쓰러지면 불펜 운용책이 전반적으로 와르르 무너질 소지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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