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또 나올까? 한계 예측불허

입력 2009.08.22 (08:06)

요즘 트랙이 뜨겁다.
제12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에는 시원하게 파란색 최첨단 트랙을 깔았지만 그 위에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질주는 어느 때보다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외계에서 온 스프린터'로 불릴 만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100m와 200m 세계기록을 나흘 간격으로 갈아치우면서 인간 한계를 규정짓는 척도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그동안 면밀한 분석자료를 들이대며 갖가지 전망치를 내놓았던 스포츠 과학자들도 할 말을 잃었다.
볼트의 한계점은 과연 어디일지 지금으로선 예측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땅 위에서 맨몸으로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을지 점치는 일은 가끔 허황하지만 동물과 비교되기도 했다. 육상 동물 중 가장 빠른 치타는 순간 속도 측정 때 100m를 3초60에 주파할 수 있는 속도를 낸다.
20여 년 전만 해도 인간의 100m 기록 한계는 9초75라는 가설이 지배적이었다. 볼트가 지난 17일 9초58을 찍기 전에도 이 예측은 일찌감치 빗나갔다.
일본 스포츠 과학자들이 역대 100m 세계기록 보유자들의 장점만 모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조합해본 결과 9초50이 나왔다. 볼트는 이 수치에도 이미 100분의 8초 차로 따라붙었다.
새로운 가설은 9초48, 9초34 등 여러 가지가 쏟아져 나온다. 볼트는 "9초4가 한계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볼트의 100m 레이스 최고 속도가 65.03m에서 초속 12.27m로 나왔다고 분석했다. 최고속도로만 100m를 뛰면 산술적으로는 8초15까지 기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기록 종목은 어떨까.
◇수영 '45초대 마의 벽'
수영의 꽃으로 불리는 남자 자유형 100m 세계기록은 지난달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깨졌다.
새 기록의 주인공 세자르 시엘루 필류(브라질)는 46초91을 터치패드에 찍었다.
작년 베이징올림픽 예선에서 이먼 설리번(호주)이 세운 47초05를 0.14초 앞당겨 사상 최초로 46초대에 진입했다.
앞서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알랭 베르나르(프랑스)가 지난 4월 프랑스수영선수권대회에서 46초94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수영복이 사용 허가를 얻지 못해 공인받지 못했다.
수영계에서는 통상 '마의 45초대' 벽을 한계로 내세운다.
피터 판 덴 호헨반트(네덜란드)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47초84를 기록하고 나서 9년 만에 47초 벽이 무너진 것이지만 시엘루 필류도 첨단 수영복의 도움을 받았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계기록이 무려 43개나 쏟아졌지만 전신 수영복 규제안이 마련되면 기록 단축은 주춤해질 수 있다.
◇빙상 '육상 100m와 비슷하네'
인간이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 부츠와 블레이드(스케이트 날)에 의존해 속도를 내는 빙상에서는 500m가 단거리 대표 종목이다. 캐나다의 제레미 워더스푼이 2007년 기록한 34초03이 세계기록이다. 100m로 환산해보면 6초81이다.
이벤트 레이스로 종종 열리는 100m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는 오이가와 유야(일본)가 지난 7월 찍은 9초40이 가장 빠른 기록이다. 볼트의 100m 기록과 0.18초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스피드 스케이팅은 출발 때 가속도가 쉽게 붙지 않기 때문이다.
◇역도 '체중의 3배를 들면 한계점'
중량과 싸우는 역도에도 분명히 한계는 존재한다.
아무리 엄청난 괴력을 지닌 역도 선수라도 보통 자기 몸무게의 3배 이상을 들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올림픽 3연패를 이뤘던 하릴 무툴루(터키)는 56㎏급 용상에서 168㎏을 들어 올린 적이 있다. 2001년 유럽역도선수권대회 때 일어난 '사건'으로 정확히 체중의 3배를 들었다.
'인간 기중기'로 불리는 후세인 레자라데(이란)는 용상 최고기록이 263㎏이다. 몸무게는 159㎏.
여자 최중량급 세계기록 보유자 장미란(고양시청)은 용상 최고기록이 186㎏이다.
4톤쯤 나가는 코끼리는 900㎏의 통나무를 들 수 있다. 인간이 체중에 비해선 더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린다는 얘기다.
◇사격 '0.05㎜라면 퍼펙트 명중은 불가능'
격투기나 구기처럼 상대성이 있는 종목은 어차피 한계를 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조준 종목'에도 한계가 있을까.
사격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를 가장 정교한 총으로 쏘는 공기소총 10m 예선에서는 '만점'을 제법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전자표적지를 사용해 0.1점 단위로 점수를 매기는 결선에서는 만점을 기록한 경우가 아직 한 차례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점 과녁의 지름이 0.5㎜에 불과한데 이 과녁을 다시 10.0부터 10.9까지 10등분한 공간에서 10발을 모두 10.9점에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양궁은 10점 과녁의 지름이 12.2㎝이다. 이중에서도 정중앙을 의미하는 X10 과녁 지름은 6.1㎝에 불과하다.
현재 70m 거리에서 12발을 쏘아 승부를 가리는 결승라운드에서 세계기록은 120점이다. 2005년 전국체전 당시 최원종(예천군청)이 12발을 모두 10점 과녁에 꽂는 '퍼펙트 스코어'를 기록한 적이 있다.
여자부에서는 윤옥희(예천군청)가 작년 5월 양궁월드컵에서 119점을 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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