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메시지 묵살하고 재택근무자는 당구치고

입력 2009.09.11 (17:51)

水公 경보시스템 관리.근무제도 허점 투성이

"임진강 경보시스템 관리자는 '통신장애' 문자메시지 묵살하고 재택근무자는 친구들과 당구치고.."
임진강 참사 이후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의 경보시스템 관리와 근무실태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무인자동경보시스템은 장비를 교체하기 전에도 여러차례 문제가 있었으며 재택근무자는 근무 수칙을 어기고 서울에서 친구들과 당구까지 친 것으로 밝혀졌다.
11일 연천경찰서에 따르면 수자원공사 무인경보시스템 관리실무자 A(34) 씨는 지난 4일 오후 3시부터 사고가 나기 30분 전인 6일 오전 5시30분까지 무려 26차례에 걸쳐 서버에서 시스템 '이상'을 알리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으나 이를 묵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A 씨는 경찰조사에서 "평소에도 계속 '장애' 메시지를 받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경보시스템이 사고 당일에만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도 여러 차례 이상이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시스템 서버 기록에는 수자원공사가 자체 점검을 해 이상이 없었다고 밝힌 4일 이전에도 장애가 있었던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시스템 장애가 많아 4일 담당자가 원격단말장치(RTU)와 이동통신장치(CDMA)를 교체한 것으로 안다"며 "9월 서버 기록만 확인했는데 2일인가 3일에도 장애가 한 차례 있었다"고 말했다.
A 씨는 지난달 27일 북한의 댐 방류로 임진강 수위가 10.57m까지 상승하면서 대피경보를 발령한 바 있어 언제든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근무를 소홀히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수자원공사의 야간과 공휴일 재택근무 시스템도 비상상황에 대처하기에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재택근무자는 사무실 유선전화가 착신 전환된 '당직 폰'과 직원 비상연락망, 유관기관 비상연락처, 근무수칙 등이 담긴 '당직함'을 가지고 1시간 이내 거리의 집이나 합숙소 등에서 근무토록 하고 있다.
재택근무자는 평소에는 민원전화를 받아 처리하고, 재난.재해 등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직원과 유관기관에 비상 연락을 하는 등 대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전화 외에 현장사무실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시스템이 없어 잠을 자도 되는 등 일상생활과 구분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고 당일 재택 근무자였던 B(28) 씨는 근무수칙을 어기고 5일 밤 서울에서 친구들과 만나 당구까지 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재택근무자들이 근무지역을 이탈하는 등 근무수칙을 어겨도 마땅히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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