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가을에 더 빛난 ‘명품 포크볼’

입력 2009.09.29 (22:08)

수정 2009.09.29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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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명품 포크볼 앞에 두산 선수들은 추풍낙엽처럼 삼진으로 나가떨어졌다.
'포크볼의 달인' 롯데 자이언츠 투수 조정훈(24)이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결국 큰일을 저질렀다.
조정훈은 포스트시즌 경험이 전무했지만 이날 선발투수로 나와 7⅔이닝 동안 홈런 한 개를 포함해 5안타 2실점으로 막으면서 승리투수가 됐다.
삼진을 7개나 솎아내면서 정규리그 팀 타격 2위인 두산 강타선을 꽁꽁 묶었다.
조정훈의 무기는 타자들이 알면서도 당한다는 바로 그 포크볼이었다.
5회까지 던진 70개 공 가운데 41개(58.6%)가 포크볼이었다. 직구는 18개(25.7%)에 불과했다.
조정훈의 포크볼은 최고 구속이 시속 133㎞밖에 안 됐지만 타자 앞에서 갑자기 큰 각도로 떨어지면서 두산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타자의 배트가 나가는 순간 공은 거의 땅바닥과 닿은 포수 글러브로 떨어졌다.
이 포크볼 덕택에 최고 시속 140㎞ 중반대의 직구와 슬라이더도 덩달아 큰 위력을 발했다.
3회까지 모두 3타자씩만 상대하면서 주자를 내보내지 않은 조정훈은 1-0으로 앞선 4회말 김현수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이 공은 포크볼이 아니라 시속 140㎞짜리 직구였다.
조정훈은 1-1로 팽팽하게 맞서던 5회 말 2사 만루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이종욱에게 낙차 큰 포크볼을 던져 삼진으로 잡는 승부사적 기질도 보였다.
조정훈은 "만루 위기에서 안 막으면 진다는 생각으로 온 힘을 다해 던졌다"고 말했다.
조정훈은 8회 1점을 준 뒤 2사 1루에서 마운드를 강영식에게 물려주고 내려왔다.
롯데는 조정훈의 호투에 힘입어 7-2로 이겼다.
2005년 롯데에 입단해 프로 5년차인 조정훈은 작년까지는 지난 시즌 5승3패를 기록한 게 전부였다.
하지만, 새로 장착한 포크볼이 빛을 발하면서 처음 풀타임 선발 투수로 투입된 올 시즌 14승9패를 거두며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또 탈삼진 부문에서도 한화 류현진(188개)에 이어 175개로 2위를 차지했다.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투수의 중책을 포스트 시즌 경험이 전혀 없는 조정훈에게 맡겼지만, 조정훈은 감독의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했다.
조정훈은 경기 뒤 "지금 너무 기분이 들떠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중요한 임무를 맡아 좋은 결과를 내고 팀 분위기에도 플러스가 된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첫 포스트 시즌 등판이었지만 그다지 떨리지는 않았고 적당히 긴장되고 설?다"면서 "두산에 강한 타자가 많아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했다. 우리 팀 타자들이 선취점을 먼저 내주고 깔끔한 수비를 해줘 경기할 때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고 말했다.
1989년부터 시작돼 지난해까지 18차례 치러진 준플레이오프에서는 1차전에서 이긴 팀이 예외 없이 플레이오프에 나갔다. 1차전 선발 투수의 활약에 따라 양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가 상당 부분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정훈의 1차전 활약이 더 눈부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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