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은사님의 죽음에 힘들었다”

입력 2009.11.04 (10:53)

수정 2009.11.0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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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시즌을 누리고 귀국한 추신수(27.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부산고 시절 은사님이셨던 조성옥 감독님이 돌아가셨을 때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추신수는 4일 강남구 논현동 임패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귀국 기자회견에서 올 한해를 돌아보며 "조 감독이 돌아가셨을 때와 20(홈런)-20(도루)을 앞두고 정신적인 부담을 느꼈을 때가 가장 힘들었 다"고 소개했다.
또 추신수는 가장 좋은 기억으로 "홈런 2방을 때리고 7타점을 올렸던 7월4일 오클랜드와 경기"를 꼽았다.
메이저리그 최소 연봉인 40만 달러에서 벗어나 올해 맹활약을 발판 삼아 100만달러 돌파에 도전 중인 추신수는 "매일 에이전트와 통화하고 있다. 계약도 중요하나 한 팀에서 오랫동안 뛰고 싶다"며 인디언 유니폼을 계속 입고 싶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취재진에게는 "시즌 전 올해 내 기사도 보지 않고 인터뷰도 하지 않겠다고 나 자신과 굳게 약속했다. 언론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을 동시에 전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시즌 중 힘들었던 점 또는 기억에 남는 순간은.
▲조성옥(전 동의대) 감독님이 돌아가셨을 때와 20-20을 앞두고 9월 홈런 20개에 몇 개 차로 다가섰을 때 정신적인 부담을 느꼈을 때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오클랜드와 경기 홈런 2개, 7타점을 수확했을 때다.
-15일 부산에서 추신수 야구교실을 여는데.
▲부산에서 외삼촌(박정태)이 유소년 야구팀 맡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국에 올 때마다 현재 프로에는 좋은 선수들 많지만 초, 중학교에는 부족하다는 점을 느꼈다.
좋은 선수들이 나오려면 아무래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계기에서 유소년을 가르치게 됐다.
-내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전 의사를 나타낸다면.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좋은 경험과 추억을 남겼다. 항상 실력이 되고 기회가 온다면 대표팀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클리블랜드 구단과 얘기를 해 놨고 계속 이 문제를 논의 중으로 언제든 불러만 준다면 태극마크를 달 의향이 있다.
-'추추트레인'이라는 별명은 어떤가.
▲싫지 않다. 이름 덕을 많이 보는 거 같다. 어린 팬들이 많이 좋아해 준다.
-작년과 달라진 위상을 느꼈다면.
▲시즌 중 구단에서 나를 형상화한 버블헤드 인형도 제작해줬다. 구장 전광판 쪽에 선수들 사진이 붙어 있는 코너가 있는데 클리프 리 등 주축 선수들이 트레이드된 뒤 이젠 내 사진이 붙어 있더라. 구단에서 많이 신경 써준다는 걸 느꼈다.
-클리블랜드와 재계약은.
▲에이전트와 하루에 한 번씩 통화하고 있다. 큰 액수 차가 아니라면 한 팀에 오래 있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시즌 전 연봉 조정자격 안 되는 줄 알고 있었다.
-예년과 비교해 가장 많이 달라진 점과 좋아진 계기는.
▲작년 후반기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지금은 구단을 떠나셨지만 에릭 웨지 감독이 끝까지 밀어줘 출전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WBC에서 어떤 걸 배웠나.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좋아졌다는 걸 느꼈다. 한 팀에서 뛰어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미국 야구가 한국만큼 정교하지는 못하다. 기본기도 그렇고 '작은 플레이'에서 실수가 많지만 한국 야구는 그런 실수가 거의 없다. 파워도 한국 선수들이 미국 선수 못지않다.
또 자부심을 많이 느꼈다. 초대 WBC에서 한국이 준결승에 오른 건 '운'이라고 말한 미국 친구들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모든 선수가 운이 아닌 실력으로 인정했다.
특히 김태균, 이범호(이상 한화), 김현수(두산) 등 한국 선수들의 이름을 대며 잘한다고 얘기해줬다. 개인적으로도 현수와 대호, 태균이를 보며 타격 자세 등을 많이 배웠다.
-최근 고교 출신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늘고 있다.
▲순전히 자신이 판단할 문제다. 개인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 박찬호(36.필라델피아 필리스) 선배가 계속 도전하듯이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아직 모자란 점과 내년 발전을 기대하는 점은.
▲타율 3할을 때리고 20(홈런)-20(도루)을 해 겉으로는 성적이 괜찮지만 부족한 점을 많이 느낀 한 해였다.
특히 타점 기회가 많았지만 생각만큼 주자가 있을 때 이들을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했다. 작년에는 후반기부터 나가 320타수에 66타점을 올렸지만 올해는 583타수에서 86타점에 머물렀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투타 모든 부분에서 한 단계 성장하는 게 목표다.
-방망이에 부착된 태극마크는 어떤 의미인가.
▲마이너리그에서 뛸 때 남미 선수들이 국기를 방망이 밑에 붙이는 걸 자주 봤다.
당시에는 미국산 방망이를 쓴 바람에 실천에 옮길 수 없었지만 올해 WBC에 참가하면서 국산 방망이 업체와 인연을 맺었다. TV를 보다 보면 방망이 밑부분이 자주 TV 카메라에 잡히는데 마땅히 할 것도 없고 해서 태극기를 그려넣자고 마음먹었다.
이제는 미국 사람들도 태극기를 그려와 내 사인을 받을 때 보면 가슴이 뭉클하고 야구를 잘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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