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야 본전’ 부담 떠안은 한일전

입력 2010.02.12 (12:04)

수정 2010.02.12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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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4일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최종전을 앞둔 한국과 일본 축구대표팀의 분위기는 무겁다.

중국에 참패를 당한 한국이나 안방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려던 희망이 불투명해진 일본이나 상당한 사기 저하를 겪고 있다.

더구나 한일전은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에게 '이기면 본전, 지면 역적'이 되는 부담스런 경기.

한일전은 대회의 비중이나 타이틀과 상관없이 양국 국민에게 엄청난 관심사가 되기 때문이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예선을 시작으로 70차례 치러진 한일전에서 한국이 38승20무12패로 앞서 있지만 한국은 2003년 5월31일 친선경기에서 1-0으로 이긴 이후 7년 가까이 4경기 연속 무승(3무1패) 행진 중이다. 2007년 아시안컵 3-4위전에서 승부차기 대결 끝에 3위를 했지만 무승부로 기록됐다.

한국은 아시아 맹주 자존심이 걸린 `영원한 맞수' 일본과 맞대결에서 웃고 울었던 장면을 되돌아봤다.

◇한일전 잔혹사

한국은 1993년 미국 월드컵 예선에서 일본에 지면서 자존심을 구긴 데다 실질적인 타격까지 입은 적이 있다.

당시 김호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최종예선 4차전에서 일본에 0-1로 지면서 탈락 위기였다.

하지만 이라크가 일본과 마지막 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에 헤딩으로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거짓말처럼 본선 진출이 확정됐다.

일본에서는 한일전 패배를 계기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령탑이 경질되는 사태가 있었다.

서정원과 이민성이 동점골과 역전골을 터뜨려 한국에서는 `도쿄대첩'으로 부르는 1997년 9월 27일 프랑스월드컵 예선.

가모슈 일본 대표팀 감독은 비난 여론에 시달리다가 일주일 뒤에 해임됐고 이는 일본 감독이 중도 하차한 마지막 케이스로 남아있다.

동아시아선수권 한일전은 월드컵 본선 전후에 국내 리그 상비군의 전력과 사령탑의 지도력을 점검하는 대회로서 한국 감독들에게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줬다.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은 2003년 12월 10일 열린 초대 동아시아선수권 한일전에서 10명이 뛴 상대와 비기면서 싹텄다.

끝까지 불신의 눈초리를 극복하지 못하다가 이듬해 4월 독일 월드컵 예선에서 몰디브와 비기고는 경질이 확정됐다.

또 다른 외국인 감독인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도 2005년 8월 7일 동아시아선수권 한일전에서 0-1로 져 2무1패로 최하위 수모를 당하고서 자진사퇴 형식으로 해임됐다.

◇한일전 명승부 열전

한국과 일본은 지난 반세기 동안 수많은 명승부를 낳았다.

한국과 일본은 1954년 3월 7일 일본 도쿄에서 벌어진 스위스월드컵 예선에서 처음으로 맞붙었다.

태극전사들은 당시 "패배하면 대한해협에 빠져 죽겠다"고 선언하고 출국해 결국 5-1 대승을 거두고 개선했다.

이후 56년 동안 이어진 70차례 맞대결 가운데 최고 명승부로 기억되는 경기는 1997년 9월 28일 도쿄에서 열린 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이다.

한국은 일본에 후반 22분 선제골을 내줘 패색이 짙었지만 조커로 투입된 서정원이 경기 종료 7분 전에 최용수의 헤딩 패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해 동점골을 뿜었다.

이민성은 3분 뒤에 물제비를 뜨는 것처럼 그라운드를 한번 튀어서 골키퍼의 손을 비켜가는 기습 중거리포로 역전골을 터뜨렸다.

요요기 국립경기장을 가득 메운 5만여 관중은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후지산이 무너진다"는 해설자의 말이 한동안 인구에 회자하기도 했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도 짜릿한 역전극이 연출됐다.

한국은 0-1로 전반을 마치고 후반 8분 유상철이 동점골을 터뜨렸고 후반 33분 황선홍이 역전골까지 뿜어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항상 그렇듯 마지막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다.

후반 41분에 동점골을 허용해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인저리타임에 황선홍이 역습 공격에서 당황한 상대 수비의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넣어 각본 없는 드라마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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