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뒤늦게 가족들 품에 돌아온 박보람 하사는 남달리 효성이 지극한 아들이었습니다.
아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게 마지막 소원이었던 박 하사의 부모는 눈물에 몸을 가누지 못했습니다.
노윤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故 박보람 하사가 탄 헬기가 시야에 들어온 순간.
<현장음> "우리 애기 왔나.."
이 순간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가족들은 몸을 가누기도 힘이 듭니다.
사무치게 간절했던 기다림 끝에 남은 건 눈물 뿐입니다.
반듯한 성품에 효성이 지극했던 아들, 박보람 하사.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위해 월급 2백 만원 중 백40만 원으로 적금과 보험을 들었습니다.
꼬박꼬박 부어온 적금은 이달 말이면 만기가 됩니다.
한 달에 20만 원이 넘었던 박 하사의 휴대전화 요금.
가족에게 안부 전화를 하라며 후임병들에게 전화기를 빌려준 인정많은 젊은이였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걱정뿐이었던 효자 아들은 38명의 실종 장병이 돌아온 뒤에도 어머니를 한참 더 기다리게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박명이(박보람 하사 어머니) : "찾기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시신만이라도 찾았으면.."
기약없는 기다림에 지쳐 이제 그만 가슴 속에 아들을 묻으려 굳게 마음 먹어보기도 했습니다.
<녹취> 박봉석(박보람 하사 아버지) : "사체를 오래 놔두면 안 좋아지니까 (장례 절차에) 협조를 해줘야죠. 함수가 언제 올라온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그리고 27일 만에 들려온 아들의 귀환 소식.
하지만 남은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에 마음껏 안도하기도 힘듭니다.
<녹취> 박명이(박보람 하사 어머니) : "그 분들, 연세 많은 분들도 계신데..너무 죄송하다고..그 어머니 먼저 나왔어야 되는데..."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한 장병은 이제 7명.
아빠가 추울까봐 걱정하는 8살 난 딸.
결혼 10주년, 올해엔 웨딩드레스를 입혀주겠다던 약속을 잊지 못하는 아내.
소중한 추억과 사연을 가슴에 품은 가족들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노윤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