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사령탑 ‘신토불이’가 대세

입력 2010.06.15 (10:08)

수정 2010.06.1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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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9회째인 월드컵축구대회에서 지금까지 외국인 감독을 영입해 우승을 차지한 나라는 어디가 있을까. 정답은 '아직 없다'다.

한국 대표팀은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뤄낸 '4강 신화'가 워낙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터라 오히려 '성적=외국인 감독'이라는 선입견이 있을 정도지만 실제로 월드컵 우승까지 일궈낸 '용병 감독'은 없었다.

브라질이나 이탈리아 등 월드컵 우승 '단골손님'들이 외국인 사령탑을 영입하는 예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월드컵 역사를 보면 그렇게만 보기엔 뭔가 부족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06년 독일월드컵까지 외국인 감독이 이끄는 팀과 자국인 감독이 지휘하는 팀의 경기는 모두 232차례 있었는데 성적은 110승46무76패로 자국인 감독 쪽이 좋았다.

무승부를 0.5승으로 쳤을 때 승률은 0.573이다.

또 외국인 감독을 앞세운 팀이 월드컵 본선에 오른 것이 80회가 되지만 4강에 오른 것이 7번, 결승까지 진출한 것은 3회뿐이다. 그나마도 세 번 모두 자국인 감독이 이끄는 팀에 졌다.

조별리그 초반이 진행 중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도 아직은 이전의 통계대로 흘러가고 있다.

지금까지 자국인-외국인 감독 팀이 맞붙은 8경기에서 4승3무1패로 역시 자국인 감독 쪽이 성적이 좋다.

그 가운데는 물론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이 오토 레하겔(독일) 감독의 그리스를 2-0으로 완파한 것이나 오카다 다케시 감독이 기사회생한 일본이 폴 르겡(프랑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카메룬을 1-0으로 제압한 것이 포함된다.

이뿐 아니라 밥 브래들리 감독의 미국이 파비오 카펠로(이탈리아) 감독을 내세운 잉글랜드와 비긴 예를 봐도 꼭 자국인 감독이 지휘하는 쪽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경우가 많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자국인 감독과 대결에서 승리를 챙긴 외국인 지도자는 가나의 밀로반 라예바츠(세르비아) 감독인데 공교롭게도 모국인 세르비아를 1-0으로 이겼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기본적으로는 축구 강국들이 자국 감독을 선임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봐야 한다"면서도 "대륙 간 축구 수준이 평준화되면서 '축구 제3세계'에서도 실력 있는 지도자가 많이 나오고 있다. 동북아 축구의 양강인 한국과 일본의 경우 경제적 이유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외국인 감독을 영입했을 때 실익을 따져 다시 자국인 지도자를 영입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설명했다.

신문선 교수는 "외국인 감독은 그 나라의 문화에도 녹아들어야 하기 때문에 해당 국가가 얼마나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느냐 하는 것도 성공의 변수"라고 덧붙였다.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오른 32개 나라 가운데 12개국이 외국인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개최국 남아공(1무)을 비롯해 그리스(1패), 나이지리아(1패), 잉글랜드(1무), 호주(1패), 가나(1승), 카메룬(1패), 파라과이(1무), 코트디부아르, 스위스, 칠레, 온두라스가 '외국인 선장'이 지휘하는 나라들이지만 가나를 빼고는 모두 1차전에서 재미를 못 봤다.

과연 이번 대회에서는 외국인 감독이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치켜들 수 있을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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