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남아공, 16강 기적 ‘동상이몽’

입력 2010.06.20 (11:23)

수정 2010.06.20 (11:44)

KBS 뉴스 이미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나란히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몰린 프랑스와 남아공이 실낱같은 16강 희망을 이어가기 위한 결전에 나선다.

프랑스와 남아공은 22일 남아공 블룸폰테인 프리스테이트 경기장에서 조별리그 A조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나란히 1무1패로 조 하위에 처져 탈락 위기에 몰린 두 팀의 대결이지만 이날 경기는 놓쳐서는 안 될 '빅매치'다. 그만큼 역사적인 의미가 크다.

지역예선을 거치면서 전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이 어느 정도 드러났지만, 그래도 프랑스의 몰락은 충격적이다.

우루과이와 첫 경기에서 답답한 공격력을 보이며 득점 없이 비긴 프랑스는 멕시코와 2차전에서는 2골이나 내주고 완패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아트사커'란 별명을 얻으며 전 세계를 호령했던 탄탄한 조직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직 한 골도 신고하지 못한 공격력도 무디기 그지없다.

4년 전 독일 월드컵부터 이미 실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프랑스는 지네딘 지단이라는 걸출한 지휘자의 힘 덕에 결승까지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지단마저 은퇴해 버리자 팀은 모래알이 돼 버렸다. 티에리 앙리(바르셀로나)와 프랑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 등 빼어난 선수들은 여전히 많지만, 하나로 뭉치지 못했다.

인종과 출신 지역의 벽을 허무는 '톨레랑스(관용)'를 바탕으로 다양한 선수들을 한 팀으로 융화시키면서 세계 최강으로 올라섰던 프랑스 대표팀의 정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지단을 비롯한 프랑스 축구의 옛 스타들은 대표팀과 레몽 도메네크 감독에게 비난을 퍼부었고, 심지어 스트라이커 니콜라 아넬카는 감독에게 모욕적인 말을 한 것이 드러나 대회 도중 대표팀을 떠나고 말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지단의 부상이라는 예기치 못한 악재 탓이 컸지만, 이번에 탈락한다면 정말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랑스 축구가 몰락했다고밖에는 볼 수 없다.

남아공 역시 80년 월드컵 역사를 뒤집어놓을 위기에 처했다.

1930년 초대 대회부터 2006년 독일 월드컵까지 개최국이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러나 남아공은 멕시코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시피웨 차발랄라(카이저 치프스)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해 다 잡은 승리를 놓쳤고, 우루과이와 2차전에서는 0-3으로 완패했다.

1무2패로 조 최하위에 처져 사상 처음으로 개최국이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하는 불명예를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와 남아공 모두 실낱같은 희망은 있다.

같은 시간 루스텐버그에서 펼쳐지는 멕시코와 우루과이 경기에서 가능한 큰 점수 차로 승부가 갈리고, 동시에 큰 점수 차로 승리를 거둔다면 골 득실에서 앞서 조 2위로 턱걸이할 수 있다.

무조건 이겨야만 16강 진출의 마지막 희망을 살릴 수 있는 만큼 두 팀 모두 이날 경기에 '배수진'을 치고 나설 전망이다.

아넬카가 귀국길에 오른 프랑스는 그동안 도메네크 감독의 신임을 얻지 못한 앙리가 팀을 구할 마지막 구세주로 출격할 가능성이 크다.

10여 년 전 프랑스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앙리가 2006년의 지단처럼 분위기를 반전시켜 기적을 일굴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이에 맞서는 남아공은 안방에서 주저앉을 수 없다는 투지가 최대 무기다. 승리를 기원하는 홈 팬들의 부부젤라 소리도 어느 때보다 크게 울려퍼질 것으로 예상된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