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가 남미 자존심을 지켰다!”

입력 2010.07.07 (16:55)

수정 2010.07.0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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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도 아르헨티나도 아니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남미 축구의 자존심을 끝까지 지켜낸 팀은 인구 350만 명의 소국 우루과이였다.

우루과이는 7일(한국시간) 케이프타운의 그린포인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준결승에서 2-3으로 네덜란드에 아깝게 패했지만 세계 축구팬들의 뇌리에 우루과이 축구의 힘을 뚜렷이 새겼다.

수십년간 `변방'에 머무르던 우루과이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남미팀 중 유일하게 4강까지 생존하리라 생각한 축구팬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30년 자국에서 개최된 월드컵 원년 대회와 1950년 브라질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던 우루과이는 현대 축구가 뿌리내리기 시작할 무렵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던 강호였지만 점차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남미의 맹주' 자리를 내주게 된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 4강 이후로는 뚜렷한 성적을 올리지 못한 우루과이는 월드컵 지역예선에서도 줄줄이 고배를 마셨고 남아공 월드컵 지역예선에서도 5위에 그쳐 북중미 4위 코스타리카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간신히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특히 예선 18경기에서 28골을 만들어낸 공격력에 비해 20골을 내준 취약한 수비력 때문에 본선 조별리그 A조에서도 탈락 후보로 꼽히곤 했다.

하지만 우루과이는 본선 무대에서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선보이며 남아공 월드컵 최고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조별리그 3경기 무실점의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예상을 뒤엎고 A조 1위(2승1무)로 16강에 진출한 데 이어 16강전과 8강전에서도 한국과 가나의 끈질긴 공세를 끝까지 버텨내며 4강에 올랐다.

아르헨티나와 독일 등 강호를 피할 수 있었던 토너먼트 대진운과 가나와의 8강전에서 결정적인 실점을 막은 루이스 수아레스의 `신의 손' 등 행운이 작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불과 수개월 만에 약점인 수비력을 장점으로 변화시키며 강팀으로 거듭난 우루과이의 저력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비록 준결승에서는 네덜란드에 2-3으로 분패했지만 포를란의 허벅지 부상과 수아레스의 결장 등 온전치 못한 전력으로도 추가시간에 만회골을 만들어내는 등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격전을 펼쳐 `4강다운 실력'을 입증했다.

오스카르 타바레스 감독도 "지금까지 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력에 만족한다. 특히 현재 세계 축구에서 우루과이가 차지하는 위상을 생각하면 더욱 자랑스럽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은 더할 나위 없이 잘 싸웠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승 진출국 네덜란드를 마지막 순간까지 몰아부쳤다"며 "만약 누군가 지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면 오늘 우리 팀이 보여준 모습을 택할 것"이라며 어깨를 폈다.

오는 11일 3-4위전에서 독일-스페인의 준결승전 패자와 맞붙는 우루과이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을 다짐하고 있다. 다행히 포를란의 부상이 심하지 않고 수아레스도 출전정지가 풀려 완전한 전력을 갖추고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타바레스 감독은 "지금까지 월드컵 본선을 통해 우루과이 축구의 한계를 시험해 볼 수 있었다. 남은 3-4위전도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경기다"라며 "3-4위전까지 끝내고 이번 대회를 되돌아보면 비로소 우리가 유럽 강호들과 4강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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