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철, 열정적인 여자축구 전도사

입력 2010.07.26 (15:18)

한국 여자축구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 4강 진출을 이끈 최인철(38) 20세 이하(U-20) 여자대표팀 감독. 지인들은 최 감독이 `열정적인 지도자', `연구하는 지도자'라고 입을 모은다.

최 감독은 비록 뜻하지 않게 선수 생활을 접고 낯선 여자축구 지도자로 나섰지만 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올곧게 자기 길을 걸어왔다.

전동초-동북중.고-건국대를 거친 최 감독은 프로 선수 경력이 없는 무명이었다.

최 감독과 초.중.고교 동문인 윤종석 SBS스포츠 해설위원에 따르면 최 감독은 체력이 아주 좋았던 대기만성형 선수였는데 대학 졸업 즈음에 결핵에 걸려 운동을 포기했다.

이후 군 복무를 마치고 1998년부터 동명초 축구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남자 아이들뿐이었다.

하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재능있는 여자 아이들이 늘어나 2000년 여자축구부를 따로 창단하면서 최 감독과 여자축구의 인연은 시작됐다.

최 감독은 이후 성장하는 아이들과 함께 오주중(2001∼2004년), 동산정보고(2004∼2008년)로 옮기면서 한국 여자축구의 토대를 쌓았다.

오주중 코치 시절에는 현재 20세 이하 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인 지소연(한영여대)을 앞세워 6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최 감독의 지도력이 알려지면서 대한축구협회는 그를 19세 이하 여자 대표팀 코치에 이어 2008년 8월에 19세 이하 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선임하기에 이르렀다.

윤종석 해설위원은 최 감독에 대해 "한 가지에 몰입하면 끝장을 보는 노력파다. `가정을 버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1년 365일 내내 여자축구만 생각한다"면서 "집중력이 요구되는 훈련 때에는 카리스마가 넘치지만, 훈련장 밖에서는 아버지처럼 편하고 부드럽다. 10년 가까이 함께 호흡을 맞춰 최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가 두텁다"고 말한다.

최 감독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김동기 대한축구협회 기술연구팀장도 "연구를 많이 하는 지도자다. 비디오 분석이나 미팅 자료 등을 직접 만들 정도다. 지도 스타일도 아주 꼼꼼하고 섬세한데 이는 현 대표팀이 미드필드에서 아기자기하게 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훈련 때에도 한 번에 길게 차는 킥은 절대 하지 못하게 한다"고 최 감독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했다.

최 감독을 아는 사람들은 이번 2010 FIFA U-20 여자월드컵에서 대표팀이 아무리 못해도 8강 이상은 해낼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최 감독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려고 출국하기 전 "목표는 우승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축구팬은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최 감독의 말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태극낭자들은 연일 경기력으로 보여줬다.

사실 최 감독에게는 우승보다 더 큰 목표가 있다. 바로 한국 여자축구의 발전이다.

최 감독은 26일 열린 멕시코와 대회 8강 경기(3-1 승)에 앞서 선수들에게도 "우리 목표는 우승이지만, 그보다 더한 또 다른 목표는 한국 여자축구의 발전이다. 오늘 너희의 한 걸음 한 걸음으로 한국 여자축구가 새 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가슴으로 뛰는 축구를 하자"고 주문했다.

비전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최인철 감독과 함께 한국 여자축구가 새날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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