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떨친 이승엽 “타격 감각 좋아”

입력 2011.02.1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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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추락할 곳 없다…이제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의 스프링캠프가 한창 진행 중인 15일 일본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 시민구장.

세 번째 청백전을 앞두고 이승엽(35)이 주포 T 오카다와 함께 타격 훈련에 나섰다.

토스 배팅부터 시작해 배팅 케이지 두 곳을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연습 경기를 앞두고 타격 감각을 끌어올리고자 다른 선수들이 10여 분 남짓 배팅 볼을 때렸다면 이승엽과 T 오카다는 30분 가까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오카다 아키노부 오릭스 감독은 스프링캠프 시작부터 이승엽과 T 오카다를 한 조로 묶었고 둘은 함께 움직이며 서로 타격을 눈여겨본다.

외국인 선수지만 입단과 동시에 중심 타자로 인정받은 이승엽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훈련은 고되지만,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있을 때보다 마음이 한층 가벼워졌기 때문인지 이승엽의 얼굴은 밝았다.

이승엽은 "훈련을 많이 한 팀에 온 것도 내 복이다. 요미우리에서도 선수들끼리는 잘 통했지만 정(情)으로만 보면 지바 롯데만큼이나 오릭스가 훈훈하다"고 말했다.

때로는 특별타격연습만 2시간씩 치르는 오릭스의 훈련을 처음 접하면서 이승엽의 몸은 쉽게 지쳐갔다.

첫 연습경기가 19일 예정된 '친정' 삼성 라이온즈와의 평가전이 될 것으로 알고 있던 이승엽은 캠프 시작 열흘째부터 청백전을 치른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깜짝 놀라 서둘러 페이스를 올린 통에 목 근육이 경직됐고 허리 통증도 말썽을 부렸다.
하지만 '지금부터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적어 표정만큼은 편안하다.

요미우리 시절에는 바쁘게 훈련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무언가에 쫓긴 듯 초조했던 것과 달리 느긋함마저 보인다.

더는 추락할 곳도 없고 이제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는 자신감과 긍정적인 사고가 이승엽을 낙천적으로 바꿔 놓았다.

이승엽의 말마따나 오릭스가 "요미우리보다 관심을 덜 받는 팀"이라는 점도 이승엽의 조용한 부활을 돕는 매개체다.

일본 최고 인기구단 요미우리의 스프링캠프 청백전을 보고자 수천 명의 팬들이 일본 미야자키를 찾는다.

곳곳에 팬들이 퍼져 있어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이 팬들의 레이더망에 걸려들기 십상이다.

반면 오릭스 캠프에는 손에 꼽을 정도의 팬만 있다. 팬들을 의식하지 않고 계획대로 이승엽이 컨디션을 조정하면서 어깨에 힘도 뺄 수 있게 됐다.

대타자 출신으로 현재 오키나와에서 열린 한국 구단의 스프링캠프를 순회 중인 기요하라 가즈히로가 한국 언론 인터뷰에서 "요미우리보다 오릭스에서 이승엽이 재기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요미우리에서는 잠재적인 붙박이 1루 경쟁자가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와 알렉스 라미레스 같은 쟁쟁한 타자여서 언제든 긴장했다면 오릭스에서는 똑같은 외국인 선수인 마이클 헤스먼 정도가 라이벌이라는 사실도 이승엽을 안심시키는 요인이다.

게다가 헤스먼은 일본 무대가 처음으로 8년차를 맞는 이승엽과는 경험에서 비교조차 할 수 없다.

3월25일 정규 시즌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이승엽은 시범경기까지 지금의 920g짜리 방망이를 쓰고 시즌 개막 직전 900g짜리 배트로 바꿀 예정이다.

그는 "지금 방망이 무게도 스윙할 때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감이 좋다"는 말로 부활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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