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잠실 두산전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셋업맨 정현욱은 4-2로 앞선 7회말에 마운드에 올라 단 한 타자만 범타처리하고 물러났다.
정현욱이 굳이 등판하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그것도 한 타자만 상대하고 내려간 것은 홀드왕 타이틀 때문이다.
삼성 정현욱은 이날 홀드를 하나 추가해 23홀드를 기록하며 정우람(SK)을 제치고 홀드 부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일찌감치 정규 시즌 1위를 확정한 감독의 여유라고 할까.
삼성 류중일 감독은 2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SK 와이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의 타이틀을 챙겨주고 싶은 속내를 드러냈다.
류 감독은 "정현욱에게 홀드를 챙겨주고 싶었다"며 "한타자만 잘 처리하면 바로 내리겠지만 타자를 진루시키면 1이닝을 다 막아야 한다고 미리 언질을 줬다"고 말했다.
류 감독이 신경쓰는 선수는 생애 첫 타이틀을 노리는 정현욱 말고도 또 있다.
바로 ’끝판 대장’이라는 별명을 얻은 최고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다.
오승환은 현재 1승46세이브(평균자책점 0.64)를 기록 중이다.
남은 7경기에서 2세이브를 보태면 자신이 2006년 세웠던 아시아 최다기록(47세이브)을 경신한다.
최근 24경기 연속 세이브 행진을 벌일 만큼 페이스가 좋아 사상 첫 시즌 50세이브 달성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류 감독은 "오승환은 세이브 상황이 되면 등판시킬 예정"이라며 "기록을 세울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밖에 최형우는 2008년 신인왕 이후 첫 개인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최형우는 현재 홈런(29개), 장타율(0.615) 부문에서 1위, 타점(110점)과 타율(0.336) 부문에서는 이대호(롯데)에 이어 각각 2위를 달리고 있다.
순위에 대한 부담을 덜고 편하게 타석에 들어서기 때문인지 타격 페이스가 좋아져 최대 타자 타이틀 4관왕 달성이 가능한 상황이다.
류 감독은 겉으로는 큰 게임이 남은 만큼 선수들을 무리하게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진짜 속마음은 다른 곳에 있는 셈이다.
류 감독은 오승환이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는 것과 최형우가 타자 3관왕을 차지하는 것 중 어느 쪽이 최우수선수(MVP) 경쟁에서 유리할지를 기자들에게 물을 정도로 선수들의 타이틀을 챙겨 주는 일에 정성을 쏟고 있다.
정규시즌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지어 마음이 편해진 류 감독의 지원이 풍성한 기록 잔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